처음 계획은 전체 여행을 총 7개의 포스팅으로 나눠 기록해 보려는 생각이었는데 포스팅할 사진들을 추리다 보니 여행 막바지에 다시 머물게 된 일주일 동안의 파리가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이라 포스팅을 늘려 총 8개의 포스팅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마지막 파리에서의 일주일은 꽤나 바빴다. 
물론 내 기준에. 
이 나라 저 나라 이동하면서 짐을 계속 늘릴 수 없으니 본격적인 쇼핑도 마지막의 파리를 위해 남겨두었었고, 바로 직전 포스팅의 ‘Louis Vuitton Foundation’을 관람하는 일, 새로 개관한 ‘313 art project Paris’에 방문하는 일도 이전부터 계획에 있었던 데다 북유럽 쪽을 돌아다니며 더욱 그리워진 한국의 맛들도 파리에 돌아와서 보충하느라 식사 일정까지 숙제처럼 쌓였다. 

그리고 이번 포스팅에 추가로 이야기할 세 가지 포인트, 

아이들이 궁금해하던 아빠와 엄마의 프로포즈 장소 방문, ‘Eiffel Tower’.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 ‘Xavier Veilhan(자비에 베이앙)’의 대형 작품이 전시된 ‘Restaurant le Germain’ 에 가기. 
그리고 12년 연속 미슐랭 3스타로 유명한 ‘Christian le Squer’ 셰프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Le Cinq’에서 식사하기.

 

2019 여름 여행기록 #1 – Ritz Paris

2019 여름 여행기록 #2 – Copenhagen

2019 여름 여행기록 #3 – Louisiana Museum & LEGOLAND

2019 여름 여행기록 #4 – Gamla Stan & Stockholm Public Library

2019 여름 여행기록 #5 – Artipelag

2019 여름 여행기록 #6 – Disneyland Paris

2019 여름 여행기록 #7 – LV Foundation & 313 art project

2019 여름 여행기록 #8 – Le Cinq & Eiffel Tower

 

이 말도 안 되는 합성 같은 사진은 차를 타고 이동 중에 창문을 내리고 핸드폰으로 찍은 에펠탑. 
대부분 평지로 이루어진 파리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공기 자체의 질이 다른 건지.. 저 멀리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선명하다. 
한식을 먹으러 우정식당에 가던 길이었는데 이 날 하늘이 너무 예뻐서 우정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켬 천천히 걸어 다시 에펠탑을 구경하러 갔었다.

 

밥 먹으러 가기 전보다는 뭔가 하늘이 좀 별로지만 그래도 너무 멋진 광경이다. 
단순히 개인적인 추억을 위해 기록하는 이 날의 두 가지 에피소드.

첫 번째는,
우리가 우정식당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다 하고, 산책하며 걸어와 에펠탑 근처를 배회하다 ‘Place du Trocadéro’에서 사진 찍고 어쩌고 꽤나 시간을 보낸 후 호텔에 돌아가기 위해 Uber Black을 불렀는데, 웬일! 아까 우정식당에 데려다주셨던 기사님. 기사님도 신기해하시며 호텔까지 친절히 데려다주셨다.
우버 블랙을 정말 자주 불러 타고 다녔지만 이런 일은 처음!

두 번째는,
‘Place du Trocadéro’ 광장에서 한참 에펠탑 구경도 하고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중간에 덩치 큰 흑인 형들이 하늘을 나르며 퍼덕거리는 새를 손으로 턱 잡아 다시 하늘로 던지고를 반복하길래 아들과 신기해서 다가가 구경을 했는데 알고 보니 종이로 만들어진 장난감 새. 고무줄을 이용해 퍼덕거리면서 날아다니는 데 몇 발짝 뒤에서 보면 꽤 그럴듯해 진짜 새로 착각을 할 정도였다. 아들이 하나만 사보면 안 되냐고 부탁을 하길래 택시 타기 직전에 급히 뛰어가 사 왔는데 나중에 호텔에서 보니 엄청 허접해서 허탈해 했던 기억.
그냥 그 형이 엄청 잘 날리는 거였고 내가 던지면 그냥 동네 놀이터에 뚱뚱한 비둘기마냥 바로 바닥에 곤두박질하며 퍼덕퍼덕만.
아마존에 찾아보니 가격도 두 배 이상은 주고 샀고.. 에이 난 글로벌 호구였구나.

 

우리가 파리에 머물던 대부분은 날씨가 좋았지만 이 날 역시 햇빛이 쨍한 화창한 날이었고 아침을 먹자마자 부지런히 움직여 Restaurant ‘Le Germain’에 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는데 동네 분위기가 호텔 근처와는 사뭇 달랐다. 

사진에서처럼 ‘Xavier Veilhan(자비에 베이앙)’의 작품 ‘Sophie’가 레스토랑 1-2층에 걸쳐 세워져있어 지나다니는 길 바깥에서도 작품이 한눈에 보인다.
예전부터 사진으로 보며 ‘꼭 한 번 직접 보고 싶다’ 라고 생각만 하다 작정하고 방문했는데 역시나 규모가 큰 작품일수록 실제로 보았을 때의 힘이 더 크게 느껴진다.

 

2층에서 보여지는 ‘Sophie’의 모습.
아무래도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상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보니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작은 스크래치나 칠 벗겨짐이 있었지만 작품이 주는 큰 느낌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
‘Le Germain’의 2층은 굉장히 어두운 편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2층에서 보는 상반신은 밝은 햇빛이 들이치는 창쪽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이 좋았다.

 

활짝 열린 폴딩도어를 통해 시원하게 개방되어 있는 ‘Le Germain’의 창가에 앉아 간단히 식사를 했는데,
맛은 그냥저냥 그랬지만, 빵을 좋아하는 딸과 감자튀김을 좋아하는 아들은 그것만 있어도 맛있다고 좋아한다.

저녁에 주로 손님이 많다는 것으로 보아 아마 음식 맛으로 유명하다기 보다는 술을 마시는 ‘Bar’로 유명한 게 아닐까 싶다.

 

레스토랑 한켠에는 자비에 베이앙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찍은 사진이 담긴 책자가 놓여져 있었는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한 프랑스의 유명 배우 ‘Jean Dujardin(장 뒤자르댕)’의 사진도 여럿 실려있다.
아마 꽤나 이 레스토랑을 자주 찾는 것 같다

 

‘Le Germain’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가만히 이 녀석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이곳의 생활이 꽤나 익숙하다.
고양이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냥 흔한 길고양이처럼 보이는데 자연스럽게 이곳저곳을 올라 다닌다든지 의자에서 게으름을 부리기도 하고 다가와 애교도 부린다. 아이들은 아마도 저 때까지 이렇게나 고양이를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던 건지 너무 신기해하느라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날씨 좋은 파리에서 식사를 마치고 근처의 낯선 거리를 산책하듯 가볍게 걷는 일이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물론 당시 파리 곳곳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인 ‘노란 조끼 운동(Yellow Vests Movement)’ 이 계속되던 중이었기 때문에 미리 안전한 지역들을 알아보고 다니곤 했지만..
그렇게 계획 없이 걷다 멀리 보이는 큼지막한 사과 마크를 보고 슈이의 에어팟을 추가로 하나 구입할 겸 ‘Marché Saint-Germain’에 위치한 ‘Apple Store’에 들어가 봤다.
자연광이 가득한 실내에 큼지막한 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는 애플스토어라니.

 

애플 스토어 옆 ‘Saint-Germain-des-Près(생제르맹데프레)’ 지역에 위치한 ‘Bonpoint-Tournon(봉쁘앙 뚜흐농)’ 매장.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사입힌 브랜드인 봉쁘앙은 소재도 너무 좋은 데다 입혔을 때 참 단정해 보여 우리 부부가 참 좋아하는 브랜드다.
여행 초기인 지난달 파리에 오자마자 이미 다른 봉쁘앙 매장에서 여행 중 입을 옷 몇 벌을 이미 사긴 했지만 지나다 우연히 만난 이 멋진 봉쁘앙에 안 들어가 볼 수 없지.

 

쇼핑하느라 사진이 많지 않아 다 표현이 되지는 않지만, 매장 크기가 무슨 백화점 아동층 전체를 가져다 놓은 듯한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그 규모에 너무 놀라 나중에 찾아보니 이 ‘Bonpoint-Tournon’ 매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아동복 전용 컨셉 스토어’ 라고 한다.
여러 구획으로 나누어진 각각의 공간에 저마다의 컨셉이 있어 쇼핑 과정이 지루할 틈 없이 없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여러 요소들도 군데군데 배치해 두어 아이들을 데리고 하는 쇼핑에도 부담이 없다. 심지어 어떤 공간에는 아이들이 들어가 놀 수 있는 실내 오두막(?)이 지어져 있을 정도..

 

이 날도 역시나 맑은 날씨.
호텔에서 멀지 않은 ‘Saint Laurent Rive Droite(생 로랑 리브 드로아트)’ 매장에 가서 한정판 ‘Cotodama’ 스피커를 사러 가는 길이다.
관련해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로.

 

Saint Laurent, COTODAMA Lyric Speaker

 

 

‘313 art project Paris’의 곽이사님께서 미리 예약해 주셔서 방문하게 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Le Cinq(르 섕크)’

12년 연속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스타셰프 ‘Christian le Squer’가 메인 셰프로 있는 이곳은 ‘Four Seasons Hotel George V’에 위치해있다.
우리가 묵는 ‘Ritz Paris’도 훌륭하지만 이 곳 호텔도 로비부터 럭셔리함이 마구 뿜어 나오는 대단한 포스를 보여준다.
1928년 오픈한 이 호텔은 ‘조지 V’ 왕의 이름을 딴 호텔로 1999년 12월 리뉴얼 재개장을 했는데 그 후 ‘세계 최고의 호텔’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고.

 

‘Le Cinq’는 3스타를 획득한 ‘Michelin Guide(미슐랭 가이드)’ 이외에도 프랑스의 또 다른 미식 레스토랑 가이드인 ‘Gault et Millau’에서도 19/20점으로 최고 등급인 5th Toque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메인 셰프인 ‘Christian le Squer’ 개인으로도 ‘Le Cinq’ 이전에 ‘Pavilion Ledoyen’에서 이미 12년 연속 미슐랭 3스타의 영광을 누렸고.

뭔가 이렇게 이야기하니 굉장히 쉬운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미슐랭 가이드에서 인정하는 3스타 레스토랑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106개밖에 되지 않고 국내에는 호림 아트센터에 있는 ‘가온(Gaon)’과 신라호텔 23층의 ‘라연(La Yeon)’, 이렇게 단 두 곳뿐.

 

재킷을 입지 않으면 안 되는 드레스 코드 때문에 굳이 전 날 봉마쉐 백화점에 가서 재킷과 셔츠를 사 입고 왔다.
먹을 때도 벗지 못하니 니트 재질의 편한 재킷으로.
물론 재킷이 없으면 빌려준다고는 하지만 뭐 옷을 빌려 가면서까지 먹고 싶지는 않아서.

맛집 블로거도 아니고 매 코스마다 음식 사진을 찍을 수는 없어 먹는 데에 집중했으므로 사진을 과감히 생략하고 바로 후기로 넘어가자면,
일단 맛에 앞서서 너무나 세심하고 친절하다.
이렇게나 유명한 레스토랑이라면 어쩜 당연하겠지만, 음식을 집어주는 손끝까지 세심하게 친절이 넘쳐났지만 부담되지 않는?
나나 아이들이나 프랑스어는 Bonjour, Merci 밖에 모르는데도 영화 라따뚜이에서 나오는 그런 셰프 모자라며 모자를 가져와 씌워주며 쥐가 조종하는 모습을 흉내 내는 등, 한 명 한 명 자세를 낮춰가며 아이들에게 너무나 친근하게 다가오는 점도 정말 프로답고 멋졌다.

음식도 그 친절함과 서비스 만큼이나 굉장히 훌륭했는데 코스 하나하나가 그림처럼 예쁘면서 독특한 식감들로 가득해 입에 넣기 전 눈이 먼저 호사스러울 정도. 
슈이와 나는 새로운 음식에 대해 굉장히 관대하고 일단 도전해 보는 편이라 코스별로 ‘맛있다’를 연발하며 열심히 먹을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은 적응 못하는 메뉴가 몇 가지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아이들도 비교적 가리는 게 없는 편이라 일단 맛은 전부 봤지만. 
모든 프랑스 코스요리가 그렇듯 코스 하나하나로 보면 정말 터무니없이 양이 적은 것 같았으나 정말 끝없이 나오는 요리들을 다 먹자니 나중에는 배가 불러 온전히 음식을 즐기기 어려웠는데. 프랑스 사람들 처럼 3-4시간씩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하다면 모를까 와인도 한잔 못먹는 슈이와 내가 오로지 음식만으로 모든 코스를 공략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중에 디저트로 넘어가서는 거의 나 혼자만 열심히 먹는 느낌.
어쨌든 마지막에 커다란 트롤리로 끌고 와 직접 골라 먹는 초콜릿까지 먹고 나서는 뭔가 코스를 제대로 완주한 뿌듯함까지 느껴졌다.

파인 다이닝의 표준이라는 프랑스요리. 그 섬세함에 예술로 취급되기도 하는 이 요리들도 물론 너무나 좋았지만 그 아름답고 맛있는 요리를 현지에서 훌륭한 서비스와 함께 경험해 보는 이 일 자체가 너무 즐거워서, 다음에 다시 파리에 가게 된다면 ‘Alléno Pavillon Ledoyen’ 라든지 ‘Epicure’, ‘Guy Savoy’ 같은 다른 3스타 레스토랑도 꼭 가보고 싶어졌다.

 

Uber Black을 불러 여기저기(주로 밥 먹으러) 다니는 중에 차 안에서 찍은 여러 파리 사진들.

아무래도 이런 반칙 같은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은 현대식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파리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찰떡궁합이다.
그림자들 마저도 멋진.

 

10여 년 전 슈이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방문했던 파리.
주변에서 듣고 굉장히 낭만적인 프로포즈 장면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일단 출발 전부터 프로포즈 여행임을 알고 있었고, 백화점에 가서 손가락 사이즈도 재고 반지도 함께 골랐다.
크지는 않지만 어쨌든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보니 파리로 출국하면서 세관에 직접 신고도 하고 ㅋㅋ

어쨌든 쌀쌀했던 날씨에 주머니에 반지를 넣고 에펠탑에 올라가 프로포즈 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언젠가 해줬었는데 아이들은 그게 궁금했나 보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우리 아이들 두 명과 그 장소에 다시 왔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며 만들어 내는 붉은 하늘에 우뚝 서있는 에펠탑을 보니 뭔가 가슴이 뜨거워진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결혼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것도 새롭게 느껴지고,
어느덧 우리 부부에게 아이도 둘이나 생겨 그 녀석들과 함께 예전 프로포즈하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될 줄이야.

아이들도 한참 들떠서 연신 해가 지는 쪽의 하늘을 가리키며 너무 예쁘다고 난리.
다음 10년이 지나면 내 키만큼 커진 아이들과 함께겠지.

 

이 모두가 바로 작년의 일들이지만 코로나 사태 때문에 집에만 처박혀 있으니 최소 2-3년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사진들을 정리하며 머릿속에서 살그머니 잊혀지고 있던 중간중간의 조각들을 연결하다 보니 그때의 기억과 감정들이 훨씬 더 풍성해진 기분.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충분히 많이 다니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이 상황이 정리된다면 더 본격적으로 다니고 싶어졌다.

기회가 닿는다면 더 잊혀지기 전에 다른 여행 사진들도 둘러보며 작은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보는 일도 해보고 싶다.
원초적인 게으름 때문에 그게 가능할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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