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여름 여행기록 #2 – Copenhagen

역대급이었다는 엄청난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파리에서의 며칠을 보내고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Charles de Gaulle 공항으로 이동했다. 
Air France 의 작은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가량을 이동해 도착한 Kastrup 공항. 
정말 오랜만에 만난 코펜하겐은 역시나 기분 좋게 화창하고 생기가 넘치는 도시다!

 

2019 여름 여행기록 #1 – Ritz Paris

2019 여름 여행기록 #2 – Copenhagen

2019 여름 여행기록 #3 – Louisiana Museum & LEGOLAND

2019 여름 여행기록 #4 – Gamla Stan & Stockholm Public Library

2019 여름 여행기록 #5 – Artipelag

2019 여름 여행기록 #6 – Disneyland Paris

2019 여름 여행기록 #7 – LV Foundation & 313 art project

2019 여름 여행기록 #8 – Le Cinq & Eiffel Tower

 

 

호텔로 가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역시나 덴마크답게 레고로 만든 것 같은 멋스러운 건물들로 만들어진 스카이라인이 돋보인다. 
지금 와서 다시금 이 사진을 보니 끌고 다니는 강아지와 견주까지 모두 레고 같은 느낌?

 

조명이 밝지 않아 어두침침한 분위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포근한 느낌이었던 이곳은 우리가 이번에 머무르게 된 호텔인 “Hotel Sanders(샌더스)”. 

이 호텔을 고르게 된 것 역시 사연이 조금 있는데,
북유럽은 다들 알다시피 겨울에 엄청나게 추운 지역이라 보통은 여름에 많이들 가곤 하는데 그 여름마저도 우리나라의 여름보다는 훨씬 선선하다 보니 호텔들에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아침, 저녁엔 쌀쌀한 느낌이 들 정도라 그럴 만도 하고.
그런데 우리가 여행 가기 바로 전 해(2018)에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몰아닥치면서 북유럽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더위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여행 계획을 잡으며 숙소들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보니 호텔 사이트들마다 에어컨디셔너의 존재 여부를 묻는 질문들이 잔뜩이더라. 

일단 우리는 가족 구성원이 네 명이라 스위트룸이 필요하고(1), 에어컨디셔너가 설치되어 있는(2), 취향에 맞는 예쁜(3) 호텔을 찾게 되었고 그러다 만나게 된 호텔이 바로 이 ‘Hotel Sanders(호텔 샌더스)’다.
호텔 오피셜 사이트에서 주변 환경들과 호텔 내부의 여러 사진들을 보고 예약해서 갔는데..
아.. 직전에 묵었던 ‘Ritz Paris’가 내 기준을 다 망쳐놔버렸다.

 

Hotel Sanders 건물 자체는 작고 아담한 편, 내부 공간의 분위기나 인테리어 스타일은 충분히 아름답고 덴마크스러운 정감있는 공간이었지만 앞선 포스팅에서 그렇게도 예찬했었던 사치스러움의 끝 ‘Ritz Paris’에 먼저 묵고 넘어온 터라 자꾸 뭔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본래 내 성향 자체가 Ritz의 프랑스 황실 스타일보다는 소박하고 편안한 북유럽 디자인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Ritz에서는 느끼지 못했을 자연스러움과 내 집처럼 따뜻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약간 억지스러운..?).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창의 앞쪽이나 수납장 위엔 낡고 오래된 책들이 툭툭 놓여 있고,
그 창밖으로는 북유럽 스타일의 정갈한 건물에 초록색 담쟁이가 잔뜩 타올라온 풍경이 펼쳐진다.

한여름의 북유럽은 백야(白夜) 현상 때문에 낮이 최대 20시간 가까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핀란드가 조금 더 심했던 것 같지만 덴마크와 스웨덴도 꽤나 늦게까지 바깥이 환해 창에는 암막 커튼이 필수.

 

호텔 방에 드나들 때는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지 모를 멋스럽지만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거나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타고 건물을 오르내려야 했는데, 각 층마다 걸려있는 흑백 사진들과 스팟조명, 그리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래디에이터, 체크 타일, 심지어 도어 스타퍼 까지 ‘여기 덴마크야’를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나름의 멋짐이 있었다.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유럽은 정말 천국이다. 
엄청나게 커피 소비가 늘고 있다는 우리나라지만 아직까지는 주로 프랜차이즈 카페들을 중심으로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같은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만 판매되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보니 모르는 동네에서 핸드 드립 커피를 맛보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북미 쪽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북유럽 쪽은 그 흔한 스타벅스 하나 보기 힘들 정도이고 여기저기 핸드드립을 겸하는 스페셜티 커피샵이 많이 있다는 점!
심지어 우리가 묵은 Hotel Sanders 의 카페와 조식당에서도 Filter Coffee 주문이 가능했고 커피 맛도 너무 좋았다 + _+)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Coffee Collective’ 라는 덴마크의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Filter Coffee를 맛볼 수 있었다.
쿠키는 뭐 그냥 그랬지만 커피는 꽤 맛있었고.

 

지금 와 생각하면 별 생각없이 그냥 걸어 다니다 카페에 들어가 앉아 커피를 마시는 아주아주 일상적인 일인데,
코로나 사태를 겪고 나니 그 자체가 너무나도 그리운 평온함이구나.
북유럽이라는 장소를 떠나 국내에서도 마스크 없이 저런 일상을 즐기기 힘들게 되었으니 말이다.

 

일주일 정도 머무른 코펜하겐에서의 여정은 주로, 아이들과 함께 느긋하게 걸으며 있는 그대로의 코펜하겐을 충분히 눈에 담는 여정이었다.
Nyhavn(뉘하운)에서 거리 연주를 들으며 물가를 걷고 목조 선박에 올라가 보거나 골목골목의 서점, 인테리어 샵 등을 구경하다 카페나 찻집에 들러 여유를 즐기는.. 말 그대로 자유 여행.

뭔가 빡빡하게 여행 일정들을 정해놓고 미션 수행하듯이 움직이는 여행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다행히도 슈이가 같은 성향이라 함께하는 여행이 너무 행복하다.

 

슈이와 예전에 와보고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아이들과 나중에 꼭 한번 다시 와보고 싶었던 찻집, ‘A.C. Perch’s Thehandel’.
(덴마크인의 유튜브 발음을 들어보니 ‘퍼치 티핸’, ‘퍼치스 티핸들’에 가까운 것 같다)

1835년 코펜하겐의 Kronprinsensgade 5에 Neils Brock Perch가 만든 이 찻집은 현재 설립되었던 그 자리에서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1층에서는 예전 방식 그대로 찻잎을 낡은 저울에 달아 팔고 있고 2층에서도 역시 여러 가지 기념품을 팔거나 차를 마시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설립일이 1935년이라고 해도 놀라운데 1835년이라니..

예전에 슈이와 둘이 와서 층층이 쌓인 디저트 스탠드에 올려진 갖가지 디저트들과 곁들여 차를 마시며 느꼈던 너무나 행복한 기분을 아이들과 함께 느껴보려고 왔지만, 역시 둘이 왔을 때의 그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그래도 비교적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조용하고 진득하니 잘 앉아있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느긋하게 차를 우려 마시며 잉여로운 시간을 갖는 걸 함께 즐길 정도는 아니라..

 

그래도 달달한 디저트라면 싫어할 아이들은 아니니 디저트를 인질로 최대한 여유를 부려보았다.

예전에 여기서 먹었던 스콘(Scone)과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의 조합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라 주문을 해봤는데,
그동안 상상 속에서 너무 미화가 되었었는지, 그 맛이 영 안 나네.
집에서 슈이가 몇 분 만에 뚝딱 구워주는 스콘이 10배 정도는 더 맛있는 듯.

 

코펜하겐의 중심부 중에서도 가장 메인이라 할 수 있는 Amagertorv 거리.
맑은 공기 때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유럽의 야외에서 담는 사진들은 대부분 컨트라스트가 강하고 쨍한 느낌이 난다.
난 노출 잘못 잡은 사진 이외에는 특별한 보정을 하지 않는 편인데 정말 해외여행 중 맑은 날 야외 사진은 명암 단계를 풀로 다 끌어다 쓰는 느낌이다.

 

이 사진은 2011년 여름의 코펜하겐 사진.
바닥을 보면 알겠지만 두 사진의 위치가 멀지 않은 곳인데 저긴 늘 저렇게 번화하고 쨍하고 활기찬 느낌이다.

 

야외 카페에서 햄버거를 먹고 나서 코펜하겐 중심가를 걷던 어느 날,
늘 한 손엔 뭐든 장난감을 하나씩 꼭 쥐고 다니는 우리 아들의 손에서 놓친 레고 아이언맨 미니 피규어가 배수구에 들어가 버렸다.
소중한 장난감이 영영 없어진 일보다는 당장 손에 들고 다닐 장난감이 없는 게 더 안타까운 아들. 
바로 구멍으로 보이는데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 웃긴지 깔깔대며 웃고 지나가버렸다.

나중 이야기지만 비슷한 시기에 북유럽 여행을 와 나중에 스웨덴에서는 같은 호텔에 묵으며 며칠 함께 여행했던 친한 지인 가족이 굳이 이 위치로 찾아가 미니 피규어 탐색을 해봤지만 찾지 못했다고.. 아 물론 재미로.

 

메인 도로가 너무 번잡해서 뒷골목으로 다니기도 했는데 인적이 드문 뒷골목 소소한 가게들의 쇼윈도를 구경하는 것도 충분히 매력있다.

 

코펜하겐에서의 어떤 날 하루는 정처없이 떠돌며 걷기를 반복하니 슈이도 아이들도 모두 지쳐 눈에 보이는 아무 카페나 들어가게 되었는데, 굉장히 작은 2층짜리 카페였음에도 커피가 꽤나 맛있었다.
성인이 오르내리기 좀 불편할 정도의 좁은 나선형 계단으로 올라가 2층에 자리를 잡았더니 2층 공간은 무척 더워서 아이들을 위해 주문한 아이스크림들이 전부 녹아버렸지만 아이패드 삼매경인 아이들은 관심도 없었고.

 

그렇게 온종일 걷다가 숙소에 돌아올 때면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과 푹신한 소파 때문에 마치 집에 온 것처럼 노곤해지는 느낌이 너무 좋다.

파리에선 우버 블랙을 부르면 굉장히 좋은 차로 편하게 잘 다닐 수 있었는데 덴마크에선 우버로 택시가 잘 안 잡혀 보통은 길가는 택시를 잡든지 식당이나 호텔 등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해서 타곤 했는데 아무래도 손쉽게 택시를 못 타다 보니 자연스레 걷는 양도 훅 늘어 주로 숙소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기진맥진이었던 기억이 많이 나는 것 같다.

 

북유럽 디자인 가구나 조명을 좋아하는 슈이와 내가 2011년 여름 처음 덴마크에 여행 왔을 때는 당연하게도 숙소는 ‘SAS Royal Hotel in Copenhagen’ 으로 결정했다.(당시의 이름은 Radisson Blu Royal Hotel이고 지금은 Radisson Collection Hotel, Royal Copenhagen 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60년 왕인 ‘프레드릭 9세(King Frederick IX)’와 ‘잉그리드 여왕(Queen Ingrid)’이 왕실 호텔로 개장했던 호텔로, Egg Chair, Swan Chair, Ant Chair, Series 7 Chair 등의 엄청난 가구들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 건축물들을 설계한 덴마크의 대표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이 ‘SAS(Scandinavian Airlines System)’를 위해 설계한 호텔.
아르네 야콥센은 이 호텔을 위해 건축 설계뿐 아니라 Swan과 Egg Chair,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사용할 커트러리까지 모두 디자인한데다가 호텔의 위치도 코펜하겐 중앙역 바로 옆인 중심가에 위치해 있어 두말할 것 없이 우리는 이 호텔에 묵었었다. 
하지만 2011년 당시에도 이미 너무 낡아 불편함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지나는 길에 살짝 들러 둘러보기만 하는 걸로..

 

이번에 아이들과 덴마크에 머물며 ‘티볼리 공원(Tivoli Gardens)’에를 두 번이나 가게 되었는데,
처음 한 번 갔을 때는 그저 산책하듯 공원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두서너 개 어트랙션만 간단히 경험 후 군것질을 하다 나왔는데,
너무 재미있었는지 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결국 작정하고 한 번 더 가서 제대로 즐기며 하루를 하얗게 불태웠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놀이공원인 만큼 여기저기 낡고 오래된 흔적이 역력하고 공원 구석구석에 꾸며진 장식들도 옛스럽지만, 그 장소가 덴마크이다 보니 오래된 조명도, 벽화도 모두 빈티지 북유럽 감성 가득한 박물관 같은 느낌.

너무 예쁘고 북유럽 감성 충만한 공원에서의 아름다운 기억이지만 언젠가 코펜하겐에 다시 가게 되더라도,
티볼리는 그만 가야지.

 

위쪽 어두침침한 사진이 호텔 1층 카페, 아래쪽 사진이 호텔 꼭대기에 위치한 루프탑 카페.
두 곳 모두에서 선택해 조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양쪽 모두 차분한 분위기에서 느긋하게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그 유명한 덴마크의 대니쉬 패스트리(Danish Patry)인 만큼 기본적으로 빵도 너무 맛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바삭한 크로와상을 아침마다 잔뜩 먹을 수 있는 점도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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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저 멀리 틈 사이로 보이는 토니 스타크 ㅠㅠㅠ

    • vana

      vana

      흐흐, 어디 있는지 보이는 데도 어쩔 수 없이 버리고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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