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여름 여행기록 #5 – Artipelag

오래전 우리 부부를 북유럽 가구의 세계로 안내해 주셨던 가까운 실장님께 이번 가족여행으로 스톡홀름에 들렀을 때 어딜 가보면 좋을지 미리 여쭈어보았었다. 리빙 쪽 관련해서는 북유럽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대해 빠삭하게 파악하고 계신 데다가, 오랜 기간 서로 알고 지내 우리 부부의 취향도 어느 정도 알고 계셨기 때문에 일단 믿고 가면 후회가 없을 게 확실했으므로 굉장히 여러 차례 귀찮게 해드렸던 기억이다. 
꼭 가봐야 할 포인트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가 함께 놀만한 곳, 맛있는 레스토랑까지 정말 많은 정보를 아낌없이 공유해 주셔서 각각의 장소에 대한 주소부터 정확한 명칭, 가는 경로까지 열심히 예습을 한 후 혹여 까먹지 않도록 기록도 해갔다.

그러나 현실은 계획만큼 순조롭지 않았다. 일단은 리스트에 있는 장소들을 모두 찾아다니기에 일정이 그리 넉넉지 않았고, 여행을 준비하면서 불타오르던 의욕은 앞서 거쳐온 파리-코펜하겐-빌룬을 거치면서 내 근본에 깔려있는 게으름을 이기지 못했다. 역시 나에게는 하루에 한 가지 이상의 계획을 잡는 것이 무리였구나.

결국엔 스톡홀름을 떠나기 하루 전날, 추천해 주신 곳 중에 한 군데를 겨우 다녀올 수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Artipelag’ 였다.

 

2019 여름 여행기록 #1 – Ritz Paris

2019 여름 여행기록 #2 – Copenhagen

2019 여름 여행기록 #3 – Louisiana Museum & LEGOLAND

2019 여름 여행기록 #4 – Gamla Stan & Stockholm Public Library

2019 여름 여행기록 #5 – Artipelag

2019 여름 여행기록 #6 – Disneyland Paris

2019 여름 여행기록 #7 – LV Foundation & 313 art project

2019 여름 여행기록 #8 – Le Cinq & Eiffel Tower

 

 

코너 뷰의 방에 머무르니 군악대 퍼레이드도 창가에서 편히 볼 수 있어 좋구나.. 하면서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지인 가족이 건널목에 나타났다. 두바이에 살고 있는 친한 지인 가족이 우리 일정과 비슷하게 맞춰 북유럽 여행을 왔고, 다른 나라를 거쳐 마침내 스웨덴에 도착해 같은 호텔에 묵으며 함께 식사도 하고 짧지만 여행도 같이하게 되었는데, 타지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한다는 자체가 너무 기쁜 일이었다..
우리 첫째의 산후조리원 동기 가족이니 벌써 10년이나 지속된 오랜 관계구나.
아들의 조리원 동기라 태어난 날 차이가 하루 이틀 차이밖에 안 나는 정말 갓난 아기 때 만난 첫 친구인데,
애들끼리는 모르겠고 지금은 나나 슈이가 저 집 식구들을 더 좋아한다.

 

지인 가족과 두 대로 택시를 나눠 타고 멋진 풍광을 감상하며 3-40분 정도를 달려와 도착한 ‘Artipelag’.

예전에 슈이와 여행 와 ‘Gustavsberg’ 공장에 가는 길에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뇌리에 깊이 박혔었는데, Artipelag에 오는 길이 딱 그 방향과 같아서 그때의 기억들을 다시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특히 ‘Skurusundet’라는 해협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보이는 여러 집들은.. 정말 스웨덴에 한번 살아보고 싶게 하는 장면.

‘Artipelag’는 스웨덴의 건축가 ‘Johan Nyrén’이 설계한 미술관으로 약 89,000㎡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자연경관위에 지어졌다.
‘다도해’, ‘군도’라는 뜻을 가진 스웨덴어 ‘arkipelag’에서 ‘k’를 ‘t’로 바꿔 앞쪽을 ‘art-‘로 시작하도록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이탈리아의 유명 화가이자 디자이너인 ‘Piero Fornasetti’‘Inside Out Outside In’ 전시와,
스웨덴 작가 ‘Annika Liljedahl’‘INSEKT INSIKT’ 그리고 Artipelag의 여름 콘서트 ‘Sommarkonserter 2019’가 진행 중이었다.

앗, 아무것도 모르고 왔는데 은근 관심 있었던 Fornasetti 전시라니!

 

비교적 최근인 2012년 6월에 오픈한 미술관이라 건물도, 주변 환경도 너무 깨끗했다.
날씨가 눈부시게 좋은 날이라 특히나 하얀색의 미술관 외관이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더더욱 깨끗하게 느껴진다. 

아래 사진은,
사실 저 창에 비친 전시 정보 배너를 찍으려고 하는데 손을 흔들고 웃어주셔서;; 그냥 찍어봤다.
물론 충분히 멋있으시긴 한데..

 

정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쪽에 기울어 서있는 벽으로 여러 개의 작은 문이 달려있는데 ,아래쪽 문을 열고 뭔가를 조작하면 위에서 모형 새들이 튀어나와 소리를 낸다. 우리 아이들은 미술관 관람은 이미 뒷전이고 저기서 꽤나 오랜 시간 장난감 새와 씨름 중이다.

 

한참 제주에 갤러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 온 여행이라 그런지 Artipelag는 사실 건축물 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가 넘쳐났는데,
현대적으로 지어진 대규모 건축물의 외관뿐 아니라 내부의 구석구석까지 정말 예술이었다.
심지어 화장실까지.. 단연코 내가 가본 화장실 중에 가장 멋있었다.

카페 앞 실내 창가에는 커다란 바위가 떡하니 바닥에서 튀어나와 있는 모습도 보이고,
(위의 바위와 같은 뿌리의 바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하 전시 공간에도 엄청난 바위가 솟아올라 있었는데 아마 건축물이 들어서기 전 본래의 자연환경들을 있는 그대로 건축물에 잘 녹아들게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유리면으로 한쪽 벽이 모두 개방되어 보여지는 바다 쪽의 풍경 역시 높다란 나무들과 수평선이 어우러져 너무나 자연친화적인 뷰를 보여주고 있었다.

 

‘Piero Fornasetti’의 그림, 드로잉, 그래픽 디자인들 그리고 여러 가구들과 소품까지 정말 수많은 작품들을 커다란 공간에 보기 좋게 모아두었는데, 그저 10 Corso Como 등에서 보던 접시나 소품류로만 그의 작품을 접해왔던 나에겐 완전히 다른 Fornasetti의 모습들을 한 자리에서 전부 만날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어떤 한 예술가에 대해 이렇게 열정적으로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가? 

또 다른 전시관에서 진행 중인 ‘Annika Liljedahl’의 ‘INSEKT INSIKT’전시는 거의 암흑 속에서 이루어지는 데다 전시장 내에 기괴한 소리가 계속 흘러나와 어린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는 무리. 

 

간단하게 요기를 하려고 보니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은근히 길게 줄을 서있다.

카페 앞 잔뜩 튀어 올라와 있는 바위에서 이름을 딴 ‘Bådan Café & Pâtisserie’ 라는 카페 & 베이커리와 건물 꼭대기 3층에 있는 Artipelag Restaurant 에서 먹을거리를 살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Artipelag Restaurant에서 먹는 뷔페 식사가 꽤나 인기 있다고? 
그런 줄 알았으면 한 번 먹어볼 걸 그랬나?

 

나에게 이 Artipelag가 특히 좋았던 포인트는 바로 이 부분, 건물로부터 야외 자연환경을 두루두루 둘러볼 수 있는 길고 멋진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 미술관 주변에 꾸며진 정원이나 조경을 구경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디 멀리 국립공원이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 
짧은 숲을 지나고 조그마한 항구도 지나다가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조형작품들까지..
정말 한 번만 보고 가기가 아까울 정도의 너무 멋진 풍광들이었다.

 

항구를 지나 만나게 되는 스페인 조각가 ‘Jaume Plensa’ 의 금속조각, 지나가는 내 머리 위로 주렁주렁 달린 이름 모를 열매. 
언젠가부터 너무 여기저기서 남발을 해서 나까지 ‘힐링’이라는 단어를 별로 쓰고 싶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느낀 경험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가 ‘힐링’ 이외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끼에서 나무에서 풀에서 나는 자연의 냄새들도, 잔잔한 바다 위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도 너무 행복한 경험이었다.

이쯤 되니 이 Artipelag를 꼭 가보라 하셨던 실장님의 다른 추천 장소들을 놓치고 온 것이 더없이 한이 되는구나.
아..

 

미술관 관람을 모두 마치고 얼른 호텔 쪽으로 다시 돌아와 지인 가족과 함께 식사를 했다. 또다시 우리가 사랑하는 ‘Bakfickan’에서.
한 여름인데도 바람이 찬 쌀쌀한 날씨였지만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맛있는 음식!

아- 좋은 전시, 훌륭한 미술관 산책, 맛있는 저녁.. 완벽한 스톡홀름의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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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허은범

    사진 와~하면서 계속 봤어요 코로나가 끝나면 취업을 하겠지만 유럽은 꼭 살면서 한번쯤 방문하고 싶네요

    • vana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유럽은 날씨나 자연환경은 물론이고 문화나 각종 양식들에서 평소 보아오던 것들과 차이가 커 보면 볼수록 더 큰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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