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여름 여행기록 #3 – Louisiana Museum & LEGOLAND

코펜하겐에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면 반드시 하고 싶었던 것 1위, 바로 ‘루이지애나 미술관(Louisiana Museum)’ 방문.
앞쪽으로 Øresund 바다가 펼쳐지는 너른 잔디 언덕에서 아이들이 뒤엉켜 마구 굴러다니며 놀던, 아름다운 자연과 훌륭한 작품들이 가득한 나의 인생 미술관. 잔디밭에 돗자리 하나 깔고 바다를 내려다보며 따뜻한 햇살을 맞고 누워 여유를 부리던 그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빌룬(Billund)의 레고랜드(LEGOLAND) 역시 아이들과 가보면 좋겠다 싶었지만,
이미 다른 레고랜드의 경험을 통해 즐기는 방법에 있어서 나와는 방향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레고랜드는 주로 레고로 만들어진 창작물에 대한 감동이라 자연과 함께 녹아있는 아기자기한 레고 창작물들이나 엄청난 스케일로 구현되어 있는 도시, 디오라마들인데 반해 아이들이 바라보는 레고랜드는 그저 자기들이 좋아하는 레고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일 뿐.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레고랜드에서 있었던 순간순간 역시 참으로 즐거웠던 기억이다.

 

2019 여름 여행기록 #1 – Ritz Paris

2019 여름 여행기록 #2 – Copenhagen

2019 여름 여행기록 #3 – Louisiana Museum & LEGOLAND

2019 여름 여행기록 #4 – Gamla Stan & Stockholm Public Library

2019 여름 여행기록 #5 – Artipelag

2019 여름 여행기록 #6 – Disneyland Paris

2019 여름 여행기록 #7 – LV Foundation & 313 art project

2019 여름 여행기록 #8 – Le Cinq & Eiffel Tower

 

루이지애나 미술관에 가기로 계획한 날은 아침 일찍 서둘러 코펜하겐 중앙역으로 이동했다.
‘Humlebæk’에 위치한 미술관을 가기 위해서는 ‘Helsingør’행 열차를 타고 3-40분 정도 이동을 해야 하는데, 1911년 오픈한 이 중앙역 자체가 워낙 멋져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 둘러보며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혹시나 사진 찍는 데에 정신이 팔려 우리가 타야 할 기차를 놓칠까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한 상태로 플랫폼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었는데 다행히도 일찍 서둘러 움직인 덕분에 놓치지 않고 여유 있게 기차를 타고 움직일 수 있었다.

 

Humlebæk 역에 내려서 20분 정도 걸어갈 거리에 위치해 있는 미술관.
예전에는 예쁘고 조용한 마을 구경도 할 겸 사진 찍으며 천천히 걸어서 이동을 했었는데, 하루 온종일 어린 두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며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굳이 미리 기운을 뺄 필요가 없겠다 싶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려 만난 미술관 입구 쪽은 언제 봐도 작고 소박한 가정집 같은 느낌.
잔뜩 타고 올라간 담쟁이 사이로 보이는 하얀 건물이 너무 예쁘다.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입구에 대기라인이 있을 정도로 역시 많이들 찾는구나..
덴마크에서는 참으로 흔한 ‘PH Artichoke’, 그리고 그 조명과 잘 어울리는 루이지애나 미술관의 포스터들.

1958년 설립된 이 미술관은 ‘Louisiana Museum’이라는 이름 때문에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New Orleans)에 있는 주립 박물관으로 오해받는 일이 있곤 하는데, 그쪽은 아무래도 유물이나 고문서, 혹은 루이지애나 주의 역사 박물관 같은 느낌이고 이곳은 정확히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로 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주로 하는 전시공간이다.

어디서 어떤 기준으로 정한 건지 모르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등으로 불리기도 한 이곳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Patricia Schultz’의 저서인 ‘1,000 Places to See Before You Die(죽기 전에 봐야 할 장소 1,000)’에 포함이 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루이지애나 미술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공간이 아마도 이곳.
스위스의 조각가 ‘Alberto Giacometti(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이 놓여있는 큰 세로 분할 창이 놓여진 그 방이다.

 

여러 미술관들 중 루이지애나 미술관이 특별히 아름다운 공간으로 손꼽히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단연코 자연환경이라고 생각된다.
Øresund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과 함께 ‘Alexander Calder’, ‘Henri Laurens’, ‘Joan Miró’ 같은 훌륭한 예술가들의 조각들이 자연과 함께 녹아들어 전시되어 있는 조각 정원이 백미.
일반적인 전시공간이나 멋진 콘서트홀 등도 마련되어 있지만 외부의 초록과 함께 어우러져 자연광을 충분히 이용한 전시공간 들이 가장 새롭게 다가왔었다.

 

미술관 한쪽에 위치한 3층짜리 Børnehus ‘Children’s Wing’에는 아이들이 예술 활동에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물론 그때그때 체험 내용은 바뀌지만 글루건을 이용해 작은 미니어처 가구나 집을 지어볼 수도 있고, 가면에 색칠을 해 얼굴에 써보거나 새나 나비를 만들어 벽에 장식을 하기도 하는 자유로운 공간인데, 지역 아이들이 연간 멤버십을 통해 내 집 드나들듯 이곳에서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훌륭한 조각 작품들을 두고 노는 걸 보면 너무나 부럽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부러운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Children’s Wing’의 뒷문으로 걸어나가면 자연스레 뒤쪽의 잔잔한 호수를 만나게 되는데 그곳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풀숲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높다란 미끄럼틀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이 겁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 타고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우리집 아이들도 원래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레 대열에 합류해서 즐기는 중.
미끄럼틀 근처에는 몇백 년은 된 것 같은 울창한 나무들과 수풀이 가득해 뭔가 미술관이 아니라 수목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Yayoi Kusama의 ‘Gleaming Light of the Souls’ 이나 Pipilotti Rist 전시 이외에도 여러 상설 전시들로 볼거리가 가득하고,
맛은 그냥 그렇지만(건강한 맛) Louisiana Cafe에서 먹을 것들을 사다가 아름다운 조각 작품들과 바다를 내려다보며 즐기는 것만 해도 루이지애나 미술관에 갈만한 이유가 충분한 것 같다. 

 

돌아가는 길의 Humlebæk 역.
아.. 덴마크에서 살게 된다면 저 동네에서 살고 싶다.

 

코펜하겐에 머물던 어떤 날,
여느 때와 같이 아이들 손을 잡고 여기저기 느긋하게 걷다 보니 모두들 다리가 아프다 하여 바닷가에 앉아 한참 바다를 보며 노닥거렸었다. 
큼지막한 배도 보고 셀카도 찍으며 체력 충전을 한 우리는 ‘DesignMuseum Danmark’에 가기로 하고 택시를 잡아탔다. 
역시나 그날도 또 뮤지엄 방문.
아이들도 이제 제법 미술관, 박물관 다니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꽤 재미있어 한다.

 

큰 가방은 들고 들어갈 수 없다 하여 락커 이용권을 구입해 락커룸에 들어갔는데, 락커룸에도 PH Louvre가..
물론 명색이 덴마크의 디자인 뮤지엄이니 이 정도야 기본일 수도 있지만.

 

안쪽에는 정말 빽빽하게도 덴마크의 디자인을 대표하는 물건들을 잔뜩 모아다 쌓아 놓았다.
(사진에서 보듯 진짜로 쌓아놓았다)
의자, 그림, 조각품, 조명, 전자제품 등등, 덴마크 디자인의 팬으로서 정말 다 쓸어 오고 싶을 정도로 탐나는 물건이 가득했는데 아마도 그래서 큰 가방을 못 가지고 들어가게 했나 보다(농담;;)

 

대니쉬 디자인(Danish Design)을 대표하는 여러 제품들이나 각종 오브제, 그리고 빈티지 포스터 들을 보는 것만으로 하루 이상을 온전히 쏟을 수 있는 마음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이니 빨리 감기로 대충대충 훑어보며 이동.

 

너무도 아름다운 덴마크 디자인의 의자들.
전시 형태 자체도 멋졌지만, 각각의 의자 옆쪽 면의 칸막이 부분을 끄집어내 각 의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을 수 있는 기능적인 면까지 갖춘 진열대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Poul Henningsen, Finn Juhl, Arne Jacobsen, Poul Kjærholm, Grete Jalk, Jacob Jensen, Ole Jensen, Cecilie Manz 등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디자이너들이 만들어 온 역사를 모아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는 호강을 할 수 있다니.

가장 아래 사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Poul Kjærholm의 의자 PK9.
집에 있는 PK9을 살 때 블랙과 카멜 컬러 중에서 참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 전시를 보고 나니 카멜 컬러로 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 끝자락 즈음에 만날 수 있었던 ‘Bauhaus Workshop’ Room.
우리가 방문했던 2019년 여름에 진행 중이던 Special Exhibition ‘BAUHAUS #ITSALLDESIGN’ 의 일부인 이곳은, 바우하우스가 지향하고 있는 형태, 색상, 움직임에 중점을 둔 교육방식에 관람자들이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도록 마련된 창의적인 공간이다.

 

창가 계단에 걸터앉아 책을 보거나, 비치된 도형 카드에 직접 원하는 컬러를 칠해 벽에다 전시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이곳은 전시 본연의 목적 이외에도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관람를 모두 마치고 나와 뮤지엄 샵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 장난감을 사서 손에 쥐여주고, 옆쪽에 마련된 Klint Cafe에서 커피를 한잔하면서 그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어딜 가나 자꾸 저 ‘den danske stol’ 책이 눈에 걸려서 결국 나중에 집에 돌아와 저 책을 구매했고 지금은 제주 갤러리에 가져다 두었다.
DEN DANSKE STOL – EN INTERNATIONAL AFFÆRE / Christian Holmsted-Olesen
책도 예쁘지만 내가 좋아하는 덴마크 의자들이 가득 담겨있어 너무 마음에 든다.

 

꽤 오래 머물렀음에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 슬슬 코펜하겐을 떠나야 할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대충대충 짐 정리를 마친 후 LEGOLAND가 있는 Billund로 이동했다.
예전에는 코펜하겐-빌룬 이동할 때도 국내선 항공기를 이용했었는데 이번에는 차량을 렌트를 해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이 3시간 정도로 별로 멀지도 않은 데다가 가는 길 중간에 동화 작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의 출생지인 ‘오덴세(Odense)’가 위치해있어 슬쩍 들러볼 수도 있겠다 싶어 차량 이동을 결정했다.

전에 코펜하겐-빌룬을 이동했던 국내선 항공기의 서비스가 워낙에나 안 좋아서(거의 짐을 집어던지듯 다룬다든지..) 렌트를 결정한 것도 있었는데, 어린 아이들을 태우고 렌트를 한다면 휴게소나 화장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필요할 것 같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더 커서 아마 다음에도 같은 코스를 가야 한다면 역시나 렌트를 할 것 같긴 하지만.

 

중간에 덴마크의 고속도로 휴게소도 들러 군것질도 하고, 애초 계획대로 오덴세(Odense)에 잠시 멈춰 간단히 동네 구경도 했으나 아무 정보도 없이 새로운 마을에 들렀더니 시장통 같은 데서 정말 맛없는 밥을 먹게 되어 대 실패. 바로 이어서 커피를 마시러 들어간 골목의 카페 역시 정말 맛없는 커피. 아.. 역시 맛있는 무언가를 먹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구나.. 를 깨닫고 서둘러 빌룬으로 이동해 레고랜드에 도착했다. 

빌룬에서의 일정은 레고랜드 방문 말고는 특별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4일 정도 밖에 배정하지 않은 관계로 여유가 많지는 않았다. 
게다가 마지막 날은 비가 세차게 내리쳐서 온 가족이 우비를 입고도 홀딱 젖으면서 레고랜드를 즐겼는데, 그런 경험도 너무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기존에 있던 ‘호텔 레고랜드(Hotel LEGOLAND)’외에 ‘레고랜드 캐슬(LEGOLAND Castle)’이 새로 오픈했다길래 그쪽으로 예약을 했는데, 그다지 좋은지 모르겠다. 새로 지었으니 룸 컨디션은 더 나을지 몰라도 레고랜드로의 접근성을 기준으로 보면 기존 레고랜드 호텔이 훨씬 훌륭하다.

어쨌든 아이들 입장에서는 호텔 여기저기 큼지막한 레고가 서있고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나 각종 사운드 이펙트들이 들려오니 뭔가 흥분되는지 너무 좋아들 한다. 게다가 방 안에 레고도 준비되어 있고 처음 써보는 2층 침대도 있어서 그런지 다른 어떤 호텔보다 좋아하는 것 같기도. 

방도 좁고 다른 부분에서는 여러 가지로 부족했지만 슈이가 만족했던 한 가지 포인트가 있었는데, 바로 투숙객을 위한 미션이 주어진다는 것.
방 한 쪽에 뜬금없이 비밀번호로 잠긴 금고가 하나 있고, 체크인할 때 함께 주는 미션지의 추리 문제를 모두 맞춰 비밀번호 각 자리수를 매칭해 열면 금고 안쪽에 들어있는 선물을 획득할 수 있는, 딱 슈이가 좋아할 만한 퀘스트가 주어졌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되는 호텔이라 구글링을 통해서도 답을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문제가 날짜별로 바뀌는 것 같아 검색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는데 슈이가 꾸역꾸역 유튜브로 호텔 관련 영상을 뒤적거리며 단서를 찾아 금고를 열어내고 말았다.
선물은 (어쩌면 당연히도) 레고.

 

그렇게 레고랜드 빌룬에 머무르는 4일간 드라이버 라이센스도 획득하고, 사금을 캐서 목걸이도 만들고, 페이스 페인팅도 하고, 장작불에 빵도 구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레고랜드에서는 추가요금을 내고 다마고치처럼 생긴 Q-Bot 이라는 기계를 대여하면 Q-Bot 전용 통로를 이용해 거의 대기 없이 어트랙션을 이용할 수 있음은 물론 기계 자체에서 원하는 어트랙션을 선택해 예약을 걸어둘 수 있고 시간이 되면 알람까지 울려주는 효자 서비스.
물론 그 Q-Bot 덕분에 훨씬 부지런하게 이것저것 많이 타러 다니다 보니 더 쉽게 지치긴 했지만..

코펜하겐 티볼리 공원에서 두 차례 열정을 불태우고 바로 레고랜드로 넘어와 그 일을 반복하려니 슬슬 테마파크는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의 여정에 ‘디즈니랜드’ 라는 또 다른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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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Avatar

    shui

    북유럽 테마파크 투어

    • vana

      vana

      아.. 그 힘들었던 연속 테마파크였지만 다시 가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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