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어지고 있는 사무실이 완공되면 당분간은 거기서 주로 목공을 하게 될 계획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목공 이외에도 여러 계획을 갖고 있다.
일단 목공과 함께 곁들여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몇 가지가 있는데 가죽 공예와 3D 프린팅이 바로 그렇다.
일단 가죽은 딱 필요한 곳에 예쁜 컬러의 가죽을 붙이거나 씌워서 원목 가구나 소품의 완성도를 높여볼 계획이고,
3D 프린터로는 목공을 위한 지그를 만든다든지, 목재 안쪽으로 보이지 않는 구조 틀이나 하드웨어를 만들 생각.
그와 더불어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 등을 이용해 원하는 동작과 기능을 하는 똑똑한 원목 소품도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다음은 페인팅.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지만 본격적으로 회화 작업을 하지는 않았었기 때문에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작업.
목재로 손수 이젤을 먼저 만든 다음에 캔버스도 직접 뚝딱뚝딱 만들어서 그리고 싶은 그림을 척척 그려봐야지.
그리고 또 커피 로스팅.
생두를 사다 직접 볶아서 내 입맛에 꼭 맞는 원두를 볶아보고 싶은 니즈가 꽤 예전부터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커피와 커피향은 너무나 좋아하지만 커피를 내리는 냄새와 볶는 냄새는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고,
실제로 가끔 로스터리 카페에서 커피를 볶는 것을 가까이 보게 되면 그 매케함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닌 것 같더라.
그래서 사무실이 생기면 꼭 로스터를 사다가 볶아보리라는 꿈을 늘 꾸고 있었더랬다.
원두 로스팅을 위한 로스터 제품으로 고민하던 브랜드는 총 세 가지.
LINK
ROEST
IKAWA
세 가지 모두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로스트 프로파일을 관리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찾아보면 종류는 훨씬 더 많겠지만,
일단 내 기준에서 1. “똑똑”하고, 2. “현대적”이고, 3. “예쁜” 제품을 찾다 보니 셋으로 후보가 좁혀지게 되었다.
그중 가장 사용자 평이 좋았던 제품은 단연 IKAWA.
그래서 즐겨찾기에 넣어놓고 사무실 완공 이후로 구입을 미루고 있었던 참에 ‘나의 시선’ 문규형이 문스콜라보로 이카와를 소개하네?
아.. 그럼 안 살 수 없지.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왜 로스팅 머신을 수트케이스에 담아서 파는 거야?
심지어 손잡이도 빠지고 바퀴도 달렸다.
공식 사이트를 찾아보니 전용 펠리칸 케이스(Peli Case)에 넣고 다니면서 산지에 직접 기계를 들고 가서 생두를 볶아볼 수 있게 했다고 하는데..
들고 다니면서 커피 볶는 사람이 있나?
일단 내 주변엔 확실히 없는데?

IKAWA, Pro100 Sample Roaster
처음 검색을 통해 ‘IKAWA(이카와)’라는 브랜드를 발견하고는 당연히 일본 회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카와는 위의 사진의 로고 밑에도 쓰여있듯 런던을 기반으로 한 영국의 회사.
ikawa는 아프리카 중동부에 위치한 국가인 부룬디(Brundi)의 공식 언어인 ‘키룬디(Kirundi)’어로 ‘커피(Coffee)’ 그 자체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한다.
이카와의 창업자 ‘앤드류 스토디(Andrew Stordy)’라는 친구는 부모님이 선교사 활동을 하셔서 파푸아뉴기니나 바누아투, 부룬디 같은 커피 산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부룬디어로 된 브랜드명이 탄생했다고.

전용 펠리칸 케이스를 열었더니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의 Pro100 로스터와 함께 아기자기한 구성품들이 제 자리에 끼워져서 인사를 하고 있다.
아까 위에서 이야기했듯 이 제품을 선택한 세 가지 이유 중에 ‘예뻐서’가 있었는데,
확실히 담겨있는 모습만 봐도 다른 제품들에 비해 뭔가 더 정리되고, 더 예쁜 느낌.
창업자 앤드류 스토디의 면면을 살펴보니 이 ‘예쁨’의 이유를 잘 알 것도 같다.
일단 영국 왕립예술대학(RCA, Royal College of Art)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초기에는 생두를 볶고 갈아서 커피까지 내리는 Roast-Grind-Brew 머신을 구상했다가, 그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아 로스팅에만 집중했다고 하는데,
와..
아프리카와 태평양의 커피 농장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왕립 예술대학 출신의 영국인 엔지니어가 만든 디지털 정밀 제어 샘플 로스터라니..
뭔가 이거보다 완벽할 수가 있나?


제품 사이즈는 (w)240mm x (d)130mm x (h)345mm 로 정말 컴팩트하다.
어차피 사무실에 두고 사용할 예정이라 크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건지, 실제 받기 전까지 이렇게 작은 줄 몰랐다.
빅 타워 데스크탑을 생각했다가 미들타워 크기도 안되는 미니 PC를 본 느낌이랄까.


구성품은 다음과 같다.
Pro100 샘플 로스터 본체,
유리로 된 컬렉션 용기(Chaff Jar),
도넛 형태의 펠트 클리닝 커버,
전원 케이블,
본체 상부에 끼워지는 도저(Doser).
Cupping Cards,
작은 로고 타월.


아래쪽 일부에만 구멍이 뚫려있는 원 도저(One Doser)를 본체 상부에 끼우고 생두를 넣은 다음 돌리면 내부 챔버로 원두가 투입되는 것 같다.
채프 자(Chaff Jar)는 로스팅 과정에서 나오는 생두의 겉껍질인 채프(chaff)를 모아두는 통.
펠트 클리닝 커버는 어디에서도 설명을 찾을 수 없어서 무슨 용도인지 아직은 확실히 모르겠지만,
제공되는 어디에도 꼭 맞게 끼워지도록 만들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그냥 무언가를 덮어 놓는 용도가 아닐까 싶다.
채프가 날리는 걸 막아주는 덮개이려나?

Cupping Cards.
명함 사이즈로 된 커핑 카드는 로스팅 한 원두를 맛보고 평가할 때 사용하는 기록지 같다.
역시나 공식 사이트에도 어디에도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초짜 입장에서 궁금하기도 당황스럽기도 하네.
웹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나중에 연결하게 될 IKAWA 전용 APP에 ‘IKAWA Cup’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 커핑 카드에 로스팅 시 부여된 Roast ID를 적어두고 볶아진 원두와 함께 보관해서 분류해둘 수 있는 역할을 하는가 보다.
Fragrance(향기), Aroma(아로마), Flavor(맛), Aftertaste(후미), Acidity(산미) 등을 적거나 개인적인 메모나 점수 기록을 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아.. 뭔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전문가가 되는 느낌이야.
단순히 기계만 파는 게 아니라, 로스팅 후의 ‘평가(cupping)’과정까지 챙겨주는 뭔가 매력 있는 브랜드네 이거.
아주아주 디지털화된 정밀 기계이면서, 또 이렇게 아날로그적으로 손수 기록해서 원두와 보관하게 하는.

source : ikawa
이카와 공식 사이트에 있는 이미지 중에 하나인데..
와.. 뒤에 있는 수많은 로스터들을 보라..
아날로그적인 태그를 실로 매달아 놓고 거기에 쓱쓱 뭐라고 메모를 해 둔 모습.
한 대당 천만원으로 치면 저기에 보이는 기계들만 해도 차 몇 대는 사겠네.
여튼 이 브랜드, 뭔가 굉장히 취향에 맞다.

source : ikawa
이제 본체 이야기로 돌아와서,
2012년 SCA World of Coffee 에서 처음 데뷔했다는 이카와의 샘플 로스터.
물론 지금 내가 구입한 제품과는 다른 초기 버전이겠지만, 등장 이후 WBC, WBrC 등의 커피 관련 세계 대회에 참가한 최정상급 바리스타들이 이카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고 한다. 특히 2022년 월드 브루어스 컵(WBrC) 3위에 입상한 Elysia Tan은 “이카와 덕분에 생두를 단 2kg만 들고도 완벽한 결과를 냈다”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는..
아직 구입만 하고 볶아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 제품의 매력이 도대체 뭐길래 15년 가까이 전문가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건지 실감이 되지 않지만, 웹상에서 이곳저곳의 글들을 읽어 보니 가장 중요한 건 로스팅 프로파일 라이브러리의 파워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이 제품의 성공 요인은 단순히 예뻐서만은 아니라 그런 세계적인 커피 전문가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하고, 그들이 서로의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것, 이전에 로스터 각각의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화하고 공유하면서 공통 언어를 만들어 간 것이 굉장한 강점이자 매력이 되어 이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것.


제품의 상부는 투명한 재질로 내부 챔버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 관리 차원에서도 굉장히 훌륭한 구조라고 생각된다.
유튜브 후기를 좀 살펴보니 한두 번의 배치(batch) 과정에서는 투명한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데 문제가 없지만 연속 배치 시 과정을 몇 번 반복하게 되면 열 때문인 건지, 기름 때문인 건지 뿌옇게 되어 처음과 같은 관찰은 되지 않는다는 평가.

제품 스펙
정격전압 :
220V, 60Hz
소비전력 :
최대 1.7kW
제품크기 :
(w)240mm x (d)130mm x (h)345mm
제품무게 :
4.35kg
로스팅 용량 :
120g (추천 배치 용량 100g)
특징 :
Dual Temperature Sensors Pt1000-C Inlet Sensor / Pt1000-A Exhaust Sensor
PID-J (Predictive-Jayaram)
Integrated cyclone for chaff collection and consistent air flow
PID-J controlled fan
줄줄이 적혀있는 대단해 보이는 스펙과는 달리 외관은 정말 심플하고 예쁘다.
매트한 블랙 컬러의 금속 외장에 스테인리스와 코르크의 조합이 굉장히 멋스러운데 안쪽의 기능은 또 굉장한가 보다.
스펙상 최대 120g의 원두 로스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100g을 넣고 80g 정도의 경과물을 얻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고 있다.
볶아진 원두를 담는 컬렉션 자(Collection Jar)의 크기가 작아서 특정 원두의 경우 모양에 따라 100g도 문제 되는 경우도 있다고.
Inlet(입구) 부분과 Exhaust(배기) 두 군데에서 온도를 측정해 챔버 내부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면서 PID-J 제어를 통해 온도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열량과 팬 속도를 선제적으로 조절해 설정된 프로파일에 정확히 맞출 수 있다고 한다.

뒷면에는 전원 케이블 슬롯과 파워 스위치, 그리고 충전을 위한 USB-C 포트도 달려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여러 기능을 이용해서 그런가 핸드폰 배터리까지 챙겨주네.
물론 기기와의 연결은 블루투스로 진행된다.

IKAWA Pro50만 해도 나에겐 이미 충분한 스펙이지만 Pro100으로 구입한 건 완전히 용량 때문.
100g 투입하면 85g 정도 로스팅 된다 치고 나 혼자 볶으면서 맛보기에는 충분할 거 같긴 한데,
나만의 프로파일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주변 사람들한테 200g 한 봉지씩이라도 나눠주려면, 제조사에서 이야기하는 하루 최대 60회 연속 로스팅에 맞춰 돌려야 할지도??
5-6월 경에 나무사이로에 좋은 생두도 새로 수입된다고 하니, 그걸로 타이밍도 딱이다.
첫 로스팅에 대한 기대는 없지만, 나중에 어느 정도 입맛에 맞춘 첫 번째 결과물이 기대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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