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도미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왔다.
페스툴 장비에 대한 기록을 하면서 늘 도미노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만큼 목공에서 페스툴의 ‘도미노’가 갖는 상징성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일단 ‘도미노(DOMINO)‘라 함은 가구 제작 등의 목공 작업에 있어서 부재와 부재를 마치 ‘레고 블럭’처럼 딱 맞게 끼워 맞출 수 있도록 정밀한 홈을 파주는 장치이다. 도미노 기계로 직사각형 형태의 알약 모양(?) 구멍을 뚫고 난 뒤, 그 구멍에 도미노 핀을 끼워 부재끼리 끼워 맞추게 되는 구조.



source : festool
목공의 세계에는 수많은 접합 방식이 존재하지만, 도미노는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된 것 같다.
2007년 페스툴이 이 시스템을 처음 선보였을 당시에는 내가 목공을 하지 않을 때라서 완전히 그때의 분위기를 알 수는 없지만 상당히 센세이셔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단 한 번의 플런지 동작으로 길쭉하고 깔끔한 장부 구멍을 만든다는 점에 시장의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고..
당시에 권위 있는 목공 잡지들에는 “가구 제작 방식 자체를 바꿀 도구”라는 극찬이 이어졌다고 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터무니없이 비싼 도미노 본체의 가격과 함께 그저 나뭇조각일 뿐인 ‘도미노 핀(테넌)’의 가격까지 이렇게 비싸게 주고 써야 하나.. 하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어쨌든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접합 방식으로 꽤나 널리 사용되고 있는 걸로 봐서는 어느 정도 기능에 대한 검증은 끝난 게 아닐까 싶다.

Festool, DFC 500 E Domino System (578122)
페스툴이 만든 규격으로 구멍(Mortise)을 뚫는 기계, 그리고 그 구멍에 딱 맞춰 끼우는 핀(Tenon) 까지 묶어서 ‘도미노 시스템(Domino System)’으로 통칭하며, 이 규격에 맞는 구멍을 뚫는 진동 절삭 방식 자체를 페스툴이 특허로 묶어 지금까지도 페스툴만이 생산하고 있다.
도미노를 뚫는 여러 기계가 있지만 그중에서 내가 구입한 건, 비교적 최근 출시한 DFC 500 E 라는 제품.

시스테이너 SYS3 M 237과 함께 제공되는 이 제품은 18V 배터리를 끼워 사용하는 무선 제품이다.
DFC 500 E 에서 ‘C’ 부분이 바로 Cordless(무선)를 의미한다.
뒤쪽의 ‘E’는 Electronic(전자제어)의 의미로 무선임에도 불구하고 MMC(Multi Material Control) 전자 장치가 탑재되어 나무의 단단함에 상관없이 일정한 RPM을 유지해 주고 과부하로부터 모터를 보호해 준다고.

배터리가 포함된 제품도 있지만, 나는 별도의 에너지 세트를 구입했기 때문에 기본 장비만 들어있는 Basic 모델로 구입했다.
도미노 커터와 보조 스토퍼 펜스, 그리고 오픈 엔드 스패너가 함께 들어있는 모델이다.

보다시피 기기의 크기가 상당하다.
무게도 대략 3.4kg 정도.
꽤나 묵직해서 부담스러울 정도인데 막상 손잡이를 잡으면 인체공학적인 소프트 그립 덕분에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든다.

앞쪽의 정반은 0° ~ 90° 사이에서 원하는 대로 조절이 가능하다.
나는 목공방에서 아직 정확히 0°나 90°로만 사용해 봤는데, 동영상들을 찾아보니 여러 각도로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반을 아래로 내리면 위쪽의 손잡이가 드러난다.
지난번 MFT/3 테이블(링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도미노의 앞쪽 금속 부분도 부식 방지를 위해 크로메이트 피막(Chromate Finish) 처리를 한 모양이다.
얼룩얼룩 지저분해 보이는 게 누가 쓰다가 준 거 같아서 난 별로.

손잡이의 위쪽에 배터리를 끼우는 슬롯이 보인다.
배터리가 없이는 앞쪽이 많이 무겁다는 느낌인데 배터리를 끼우면 뭔가 균형이 좀 맞는 것 같다.

위쪽에는 슬롯 너비를 조절하는 다이얼 스위치,
측면에는 핀에 맞추어 라우팅 깊이를 조절하는 노치 레버와 자재의 두께를 선택하는 슬라이더가 달려있다.

정반의 전면 하단부에는 스톱 핀이 나와있는데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기능이지만 영상 설명만 보면 굉장히 유용한 기능인 것 같다.
이전에 라우팅한 도미노 홀을 기준으로 4개의 스톱 핀을 사용해 일정한 간격에 맞춰 기기를 정렬 배치 할 수 있게 만든 기능이라고.
반복해서 사용할 경우에는 측정해서 마킹하는 과정을 없애주니 엄청 시간 단축을 해줄 수 있겠구나.

무선 제품이지만 집진은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집진기는 연결해야 한다.
도미노 홀을 파내면서 발생하는 톱밥을 기계 우측에 달린 집진구를 통해 빨아들일 수 있다.
짧게 다른 접합 방식 이야기를 해보자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접합 방식은 아래의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장부 맞춤 (Mortise & Tenon) – 한 쪽 부재에 구멍을, 다른 한쪽에 돌기 형태로 깎아 끼우는 고전적이고 강력한 전통 짜맞춤 방식.
비스킷 (Biscuit Joint) – 타원형의 얇은 나무조각(비스킷)을 홈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결합 강도보다는 두 판재의 면을 정렬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도웰 (Dowel Joint) – 동그란 나무 막대(다보)를 구멍에 박아 연결하는 방식으로, 저렴하고 간편하지만 위치를 정밀하게 맞추기가 까다롭다.
도미노 (Domino Joint) – 도미노 홀을 파고 도미노 핀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전통 장부 맞춤의 강력함과 비스킷의 작업 속도를 동시에 갖추었다.
아래에는 위의 접합 방식과 관련해, 목재의 접합 방식에 관련한 유튜브들을 보다 보니 몇 가지 재미있는 정보가 있어서 기록차 공유한다.
Glue Myths: 3. Biscuits (링크)
“비스킷 조이너가 결합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준다”라는 일반적인 상식이 실제와는 다르다. 강도 면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고 정렬의 편리함 정도만 챙기면 될 것 같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접착 면적이 넓으면 무조건 강하다는 이야기는 경계해야 할 오해라는 내용.
This Simple Joint is Stronger Than a Dovetail! (링크)
목재 접합 방식별 강도가 실제 테스트 결과 흔히 알고 있던 상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의견을 실제 테스트와 함께 정리한 흥미로운 영상.
결과만 가져오자면, 과거 접착제가 약하고 수명이 짧았던 시절과는 달리 현대의 PVA 목공 접착제는 나무 조직 자체보다 강한 결합력을 가지기 때문에 정밀하게 가공만 된다면 복잡한 물리적 구조보다 단순한 결합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not sure why I bought a domino (링크)
포켓 스크루, 비스킷, 도미노, 도웰, 이렇게 네 가지 주요 접합 시스템을 비용(cost), 시간(time), 강도(strength)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비교한 내용.
비용-시간-강도에서 최고의 밸런스는 도웰.
비용을 빼고 생각한다면 정밀도나 속도에서 최고의 선택.
가장 저렴하고 빠른 포켓 스크루는 입문자가 접근하기에 좋고,
비스킷은 쓰레기라는 결론.

Festool, DS 4/5/6/8/10 1060 BU (576794)
도미노 홀을 뚫는 기기가 있으면 거기에 끼울 핀도 있어야지.
SORT-SYS3 M 187 제품과 함께 5가지의 도미노 커터, 그리고 다양한 도미노 핀을 포함한 알찬 구성의 세트도 함께 구입했다.

4 x 20mm (450개)
5 x 30mm (225개)
6 x 40mm (150개)
8 x 40mm (100개)
8 x 50mm (75개)
10 x 50mm (60개)
사이즈 별로 총 6종류의 도미노 핀이 잔뜩 들어있다.
이 도미노 핀 역시 단순히 그냥 모양만 맞춰 잘라만든 부품은 아니라고 하더라.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접착제를 발라 도미노 홀에 끼워 넣어 고정하기 때문에 도미노 핀 표면에 파여있는 특수한 형태의 홈들이 글루 포켓을 형성해 접착면끼리의 강한 결속을 보조하고 남는 접착제를 바깥으로 배출하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보통은 밝은색의 너도밤나무(beech)나 붉은색의 시포(sipo mahogany) 소재로 만들어지는 나무 재질의 핀을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 특수한 경우에 가구 제작 등에서 재조립이 가능한 플라스틱+금속 버전의 커넥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건 개당 5-6000원 정도로 훨씬 비싸다.


Festool, DF500 Domino Cutter Set (495665)
도미노 핀 세트에 함께 들어있는 도미노 커터 5종 세트이다.
D 4-NL 11 HW-DF 500 (495663)
D 5-NL 20 HW-DF 500 (493490)
D 6-NL 28 HW-DF 500 (493491)
D 8-NL 28 HW-DF 500 (493492)
D 10-NL 28 HW-DF 500 (493493)
간단하게 제품명 해석을 해보면
D : Diameter (직경)
NL : Nutzlänge (유효 가공 깊이)
HW : Hartmetall (초경합금, Carbide)
DF 500 : DF 500 시리즈 용
그래서 “D 4-NL 11 HW-DF 500” 의 경우는
‘일반 강철보다 훨씬 단단한 초경합금으로 만든 날로 핀 두께 4mm 짜리 사용을 위한 홀을 최대 11mm 까지 뚫을 수 있는 커터’라는 뜻.
자.. 이제 도미노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끝났는데..
작업실이 완성되면 거기서 만드는 첫 번째 작업물은 뭘 만들어야 하려나.
가능하면 많은 도구들을 두루두루 거치는 복잡하고 귀찮은 무언가로 시작해 보면 좋겠다.
아.. 기대된다. 그 귀찮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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