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살기 위해, 그리고 먹기 위해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난 살아오며 늘 주변에서 가장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편에 속했다. 
잘 하지도 못할뿐더러 몸을 움직이는 일에 큰 관심이 없어 학생 때부터 어떻게든 운동을 피해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 내가 그나마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겼던 스포츠가 있다면 바로 볼링과 스키 정도. 
볼링은 어릴 때 지인들과 매일같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팀을 나눠 게임하는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좋아 시작해, 어느샌가 개인 장비들을 구입하고 내 손에 맞춰 지공한 공을 여러 개 구비할 정도로 푹 빠져 입대 전까지 한참을 즐겼던 것 같다. 
당시에 우리 부모님도 볼링을 열심히 치실 때라서 덕분에 볼링 프로선수에게 가이드도 받고 해서 그런지 지인들 중에는 꽤나 잘 치는 편까지 성장해 운동을 해서 칭찬을 받은 몇 안 되는 경험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키는 중학교 시절 지금은 없어진 진부령의 알프스 리조트에서 처음 탔었는데 처음 탔을 때부터 굉장히 좋아하게 된 스포츠다.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내가 왜 그렇게 처음부터 스키는 좋았을까..를 나이가 먹고 나서인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에 뭔가 제대로 타는 법을 알고 타지도 않았겠지만 그저 친구들과 눈 쌓인 슬로프를 줄지어 내려오고 부딪히고 넘어지고 중간에 간식도 먹고 시간을 보내다 친구들과 숙소에 가서 같이 라면도 먹고 같이 자고 다음날 또 스키를 타는 그 모두를 한데 묶어 ‘스키 타기’가 되고, 난 그걸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시즌방을 잡아서 시즌 내내 스키장 근처에서 살다시피 하는 게 아니라면 스키 타는 일은 보통 며칠 동안의 여행이 되다 보니 성인이 되고 나서는 더욱 그 재미에 빠지게 되었는데, 친구나 지인들과 함께 한 차로 이동하며 맛집도 들르고 숙소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밤늦게까지 고스톱도 치면서 노는 것은 물론이고, 저녁에는 리조트에 있는 볼링장이나 오락실에서 신나게 즐기거나 슬로프 정상의 카페테리아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등, 단순히 스키를 타는 일 이외에도 그 행위를 좋아하게 될만한 여러 요소가 스키여행에 모두 딸려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이를 좀 먹고 나서는 저질 체력과 더불어 귀찮음까지 더해 스키장 가는 일이 뜸해졌는데, 최근 몇 해는 아이들이 크면서 가족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다시금 스키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중. 

작년부터 그래서 오래된 장비들을 버리고 새 장비들로 야금야금 교체를 하고 있는데, 블로그에 기록된 리스트들을 대충 보면 다음과 같다. 

스키 시즌을 준비하며, 쇼핑 기록 (링크) – 스키보드 플레이트(Summit) / 바인딩 (Spruce) / 부츠 (Technica) / 스키 재킷 (Moncler Grenoble)
Moncler Grenoble, ANTUCO Ski Wear (링크) – 스키 팬츠 (Moncler Grenoble)
Moncler Grenoble, Ski Gloves (링크) – 스키 장갑 (Moncler Grenoble)
쇼핑기록 (링크) – 스키 양말 (Arc’teryx)
Insta360 X4, 그리고 각종 액세서리 (링크) – 액션 인비저블 셀피스틱 (Insta360 x SIRUI) / 스키 폴 마운트 (Insta360)

나중에는 dps나 AUGMENT의 스키 플레이트를 구입하고 싶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아직 교체하지 못한 아이템이 있다.
바로 스키 헬멧과 스키 고글. 

 

그래서 바로 올해 신제품으로 구입을 해봤다. 
스웨덴의 스포츠 브랜드 ‘poc’의 제품으로. 

poc는 스키, 스노보드, 사이클링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헬멧, 고글, 보호대 등의 제품으로 유명한데,
내가 좋아하는 북유럽의 감성과 디자인도 물론 마음에 들지만 이 브랜드는 자신들을 패션 브랜드로 인식시키고 싶어 하지 않고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한 스포츠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내세우는 점이 굉장히 멋지다. 

국내 많은 쇼핑몰에서 poc 제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역시나 원하는 제품을 바로바로 사기가 어렵기 때문에 나는 공식 사이트를 이용했으며, 우리나라로는 직배송 지원을 하지 않아 배대지를 통해 비싼 관세를 내고 받아볼 수 있었다. 

구입한 제품은 

poc, OBEX WF MIPS Ski Helmet
poc, FOVEA WF Ski Goggles

이렇게 두 가지.

 

먼저 OBEX WF MIPS Ski Helmet.

컬러는 Granite Grey Matt 으로 골랐다. 
조금 튀는 컬러로 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은 아주아주 무난한 그레이 컬러로 고르게 되었다. 
사이트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조금은 한색(寒色)이라 푸른빛이 살짝 도는 게 아쉽다. 
게다가 내가 구입할 당시에는 분명히 한쪽에 크게 흰색의 poc 로고가 새겨져 있어 조금 더 포인트가 되었었는데 받고 나니 사진과 달라 얼른 다시 사이트에 가보았는데 그동안 사진을 바꿔놨다. 
60 Days Returns 옵션이 달려있지만 스웨덴으로 반품하고 다시 배대지로 받아 들여올 생각을 하니 그깟 디자인이 무슨 상관인가 싶어서 관두기로.. 

 

회전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MIPS(Multi-directional Impact Protection System)’ 기술이 적용된 헬멧. 
제품명의 WF는 Wide Fit의 약자로, 아시안 핏이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머리 형태가 앞뒤로 긴 장두형의 서양인에 맞춘 헬멧을 쓰면 불편하기 때문에 WF 제품을 골랐다. 

 

헬멧의 뒤쪽으로는 고무밴드 타입의 고글 클립과 후크가 달려 헬멧에 고글을 안전하게 고정할 수 있다. 
로고 위쪽으로 보이는 레버를 통해 상부의 통풍구를 원하는 만큼 여닫을 수 있어 더 넓은 온도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양쪽 귀 부분에는 통기성이 좋으면서도 부드러운 재질의 분리형 이어 패드가 달려있고 이어 패드 안쪽에는 통신용 헤드셋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겠지만 나도 올해부터 네 가족이 사용해 보려고 cardo의 Packtalk Outdoor 제품을 4개 구매해 봤다. 

 

외부 재질은 두 가지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쉘 구조.
탑 부분은 ABS Shell, 나머지는 PC Shell 이다.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는 높은 강도와 내충격성으로 상부에서 받게 되는 직격 충격에 대한 보호력을 확보하기 위해 쓰였고,
나머지 부분은 가벼우면서도 열에 강하고 균열이 발생하더라도 조각이 나지 않는 PC(Polycarbonate)를 사용한 형태. 

 

내부는 EPS(Expanded Polystyrene) Liner로 만들어져 가벼우면서도 충실한 보호 기능을 갖추었다. 

 

턱에 걸리는 밴드뿐 아니라 뒤쪽에 달린 검은색 작은 다이얼을 돌리면 내부 사이즈를 조절해 머리에 조금 더 잘 맞출 수 있다.

 

전면 쪽 두 개의 통풍구는 고글 쪽에서 나오는 공기를 배출해 김서림을 줄여주도록 만들어져있다. 

 

구성품은 헬멧과 얇은 전용 파우치 하나뿐.

 

다음은 고글,
FOVEA WF Ski Goggles

고글은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일단 메인 바디와 스트랩 컬러는 헬멧과 세트로 Granite Grey.
렌즈는 Partly Sunny Blue CAT.2 로 골라봤다. 

 

베이스 렌즈 컬러 Violet(보라색)에 Mirror를 Blue(파란색)가 결합된 Clarity 기술이 탑재된 렌즈. 
왜곡을 최소화하여 최적의 시야를 제공하는 토릭(toric) 렌즈에 리펠(Ri-Pel) 처리를 통해 먼지, 물, 땀, 소금, 기름 먼지로부터 렌즈를 보호하고 안티포그(김서림 방지) 처리도 되어있어 김서림을 줄여준다고 하는데 무려 ZEISS에서 만든 렌즈. 

눈이 쌓인 환경에서 사용하는 만큼 유해한 UVA 및 UVB 광선을 막아주는 UV400 자외선 차단도 물론 된다.

 

부드러운 프레임과 3중 레이어의 페이스 폼을 통해 다양한 얼굴형에 유연하고 안정적인 착용감을 제공하도록 제작되었다고. 

 

헬멧에 끼워본 모습.

밴드 안쪽에 실리콘 그리퍼가 헬멧에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아 단단히 고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뒤쪽 클립에 고글을 고정하면 이런 모습. 
같은 Granite Grey인데 헬멧의 바디보다는 상단 ABS 재질과 컬러가 더 맞는 느낌.

 

일단 이것으로 오랫동안 사용한 대부분의 장비는 다 새걸로 교체 완료.

시즌권도 끊어놨으니 겨울만 기다리면 되겠군.
조만간 cardo의 Packtalk Outdoor 설치하고 테스트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