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가을-겨울 시즌의 Louis Vuitton x Fornasetti 콜라보레이션의 협업 중 가장 기다리던 프리오더 제품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ere)가 맡고 있는 여성 컬렉션의 일부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사용할 가방이나 의류는 없었지만,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는 아티스트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협업이기 때문에 억지로 살 이유를 만들어서 골고루 구입을 하게 되었다.

source : louis vuitton
‘Piero Fornasetti’는 워낙에나 대중적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내 블로그에도 이전에 몇 번 언급되었을 만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아티스트이다.
‘아티스트’라는 말 이외에 어떤 단어로 규정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예술적 행보를 보여 주었던 그는 과거 바로크와 로코코에서 영감을 받아 늘 새롭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풀어나가는, 예술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화가이자, 공예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이자 수집가다.
이전에도 물론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운 좋게도 코로나 상황이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에 스웨덴 여행 중 방문했던 Artipelag(링크)에서 제대로 된 그의 전시를 본 적이 있었는데, 엄청나게 큰 공간에 그림들과 그래픽 디자인 결과물, 가구, 소품 등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어 지금까지도 굉장히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에 비해 이런 것들에 별로 관심 없는 슈이에게는 쇼라인 스커트, 원피스, 보머 등을 내 맘대로 주문해 작년에 받았는데, 다행히 보머나 스커트는 꽤나 잘 입는 편.
요리라고는 라면도 못 끓이는 데다가 평소 그릇에는 관심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골드 포슬린 플레이트 세트도 구입을 했는데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
마지막으로 가장 기다리던 이 제품은 바로,
Louis Vuitton x Fornasetti, Pyramid Trunk(피라미드 트렁크)다.

이 피라미드 트렁크는 국내에 주문한 사람이 서너 명 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너무너무 오래 기다려 받을 수 있었다.
이후로 새로운 컬렉션이 몇 차례 지나갔을 정도이니..

생각보다 패키지 자체는 굉장히 작다.
그도 그럴 것이 트렁크 안에 작은 트렁크가, 그 안에 또 작은 트렁크가 들어있는,
마치 러시아의 마트료시카(Матрёшка) 인형을 연상케 하는 형태로 들어있어 전체 내용물에 비해 부피가 작은 편.

총 네 개의 트렁크가 피라미드 형태로 쌓이기 때문에 이름도 ‘피라미드 트렁크(Pyramid Trunk)’.
전체적인 형태가 피라미드 형태로 쌓이는 것 이외에도 개별 트렁크의 디자인이 고풍스러운 외관의 건축물을 연상케하는 디자인으로 되어있어 전체를 쌓아두게 되면 멋진 건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게 된다.
가장 큰 박스의 크기가 가로 20cm x 세로 20cm 정도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밝은 색 베이스에 골드컬러의 금속 조합으로 그 존재감이 확실하다.

매 코너마다의 골드 컬러 메탈릭 피스에 붙어있는 보호 비닐을 떼어내자 광택이 살아난다.
시계방향으로 돌려가며 떼면 굉장히 편하도록 만들어 두었지만 여닫는 부분의 비닐까지 하면 보호비닐의 개수가 꽤나 많네;;
코너 피스를 고정하는 작은 리벳에도 Louis Vuitton 로고타입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 디테일!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안쪽에 들어있는 두 번째 크기 박스를 꺼내보았다.

LOUIS VUITTON®
PARIS
made in France
FORNASETTI
트렁크를 여닫는 히든 힌지가 한 쪽에만 달려있고 내부는 모노그램 캔버스로 마감되어 있는 모습.

트렁크의 측면 디자인은 건물 1층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큼지막한 기둥 사이로 출입문이 자리하고 있다.
가장 큰 박스만 여닫는 래치가 두 개 달려있고 나머지 트렁크들은 하나씩, 그리고 가장 작은 트렁크에는 조금 작은 하드웨어를 사용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사이즈가 작아서인지 다른 트렁크들과 달리 로진(lozine)이라 불리는 코너 보호 덧댐이 없이 작은 도트 금속만 박혀있는 것도 볼 수 있다.

뚜껑 안쪽으로는 모노그램 가운데로 포르나세티의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는 멋진 키 이미지가 장식되어 있다.
매 상자마다 키 모양이 다른 것도 재밌는 포인트.


두 번째 트렁크는 16-17cm 정도로 조금 작아지는데 큰 트렁크 위로 올리게 되면 금속 리벳 안쪽으로 딱 들어가는 정도의 크기.
상단 디자인도 비슷한듯하면서 조금씩 달라 자세히 뜯어보는 맛이 있다.


하나의 락 래치가 달려 조금 더 심플하면서 귀엽게 보이는 두 번째 상자.
안쪽에 들어있는 종이 상자를 보면 다음 상자 사이즈를 대략 비교해 볼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가방 등에 사용되는 모노그램 패턴보다 조금 더 촘촘한 배치의 모노그램,
그리고 상징적인 플라워 형태가 들어있는 원형 헤드의 키.

피라미드 형태로 쌓아두게 되면 건물의 2층이 되기 때문에 문이 아니라 창문 형태.
하단의 디테일한 이미지도, 시크하게 묶여있는 창 안쪽의 커튼도 굉장히 멋스럽다.
멋스러운 저 창문의 커튼 이미지가 상단에서는 거꾸로 그려져 있어 포르나세티 스타일의 초현실적인 패턴으로 보이게 되는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늘 이야기하고자 한 anachronism(아나크로니즘)과 포르나세티의 사물에 대한 창조적인 해석이 잘 맞아떨어져 멋진 협업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 팬으로서는 너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세 번째 상자까지 오면 13-14cm 정도로 굉장히 작아진다.
브레이슬릿 등을 담을 법한 쥬얼리 박스 크기.


옆면에서 지붕으로 이어지는 창문과 벽돌 패턴이 박스 상단에서 크로스로 만나 가운데에 플라워 패턴으로 합쳐진다.
제스키에르가 포르나세티 루이비통 컬렉션을 준비할 때 세 가지 주제를 특정하고 아카이브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 세 가지가 바로,
Antique Statues (앤틱 조각상), Cameo Portraits (카메오 초상화) 그리고 Architecture (건축) 이라고.
포르나세티는 1950-60년대에 이탈리아의 건축 거장인 Gio Ponti(지오 폰티)와의 여러 가지 협업을 했던 것으로도 많이 알려졌는데 어쩌면 이 피라미드 트렁크의 외관이 건축물처럼 디자인된 것도 그가 해오던 초현실적인 공간 작업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확연히 낮아진 상자의 높이 때문인지 코너 부분의 하드웨어와 하드웨어 간의 간격이 거의 없어진 모습이다.
내부에는 비슷한 듯하면서 조금 달라진 키 디자인, 그리고 사진에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지만 역시 모노그램 패턴.
이제 박스 측면에 창문 그림이 빠지고 복잡한 형태의 부조 장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상자.
가로-세로 9cm 정도의 작은 상자라 일반적인 반지 케이스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이다.
네 방향에 모두 성모(?) 석상 이미지가 자리하고 있는 독특한 패턴.

내부에 이번에는 키 장식이 아니라 키 홀이 그려져 있다.
키 홀 안쪽으로 포르나세티 작품에서 많이 보이는 석상의 이미지가 보이는데, 얼핏 아리아드네(ariadne) 인가 싶기도 하고..

사이즈가 워낙 작아 내부에 따로 여닫는 힌지 부품이 달리지는 않았는데 캔버스 가죽의 탄성 때문인지 래치를 풀면 탁! 하고 힘 있게 열린다.
다른 트렁크들과 달리 작은 래치 하드웨어가 달려있지만 작은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디테일이 훌륭한 락 래치이다.


트렁크 네 개의 사이즈 비교.
마트료시카처럼 각각 큰 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이즈라 사이즈는 예측이 가능한 차이.
디자인은 따로 봤을 때 얼핏 전부 비슷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함께 놓고 보면 저마다의 특징이 확실히 드러나게 된다.


역시 피라미드로 쌓아 두었을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쌓았을 때 대략 40cm가 조금 넘는 높이.
뭔가 중요한 소품들을 담아 쌓아두면 기능적으로도 심미적으로도 훌륭한 오브제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아직 정리 전이지만,
얼마 전에 새로 설치한 Finn Juhl의 The Panel System 위에 일단 올려보았다.
아.. 맘에 쏙 드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구만!

이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루이비통 리뉴얼 오픈 선물인 것 같은데.


매장에 있는 향수들을 시향 후 원하는 향을 고르면 샘플 향수를 생화에 뿌려준다.
저렇게 실내에 두면 금방 시들겠지만.. 어쨌든 이쁘네.
향도 좋고.

성혜린
안녕하세요?
저는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성혜린이라고 합니다.
웹사이트 오너님께, ‘스마트홈 및 집에서의 휴식’을 주제로 하는 인터뷰 조사에 참여를 요청드리고자 문의드립니다.
상세한 내용을 이메일로 제안드리고자 하는데요, 회신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vana
죄송합니다.
저는 인터뷰에 적합하지 않은 대상일 것 같습니다.
천안대군
^^ 이뿌군요 집이 더 좋아 보이긴하지만…
vana
다행히 아직 아무것도 올려둔 것이 없어 깨끗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