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을 하고 있고, 목공을 위한 개인 작업실을 준비하고 있는 나 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보통의 가정집에 전동공구가 딱 하나 있다면 아마 전동 드릴이나 전동 드라이버가 아닐까 싶다.
선반 하나를 달 때도 필요하고, 가구를 조립할 때도 필요하고, 이것저것 집안에서 뭔가 하다 보면 자주 손이 가는 공구니까.
그런데 의외로 이런저런 공구를 엄청 많이 사용하고 있는 목공방에서는 전동 드릴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각각의 목공방마다 지향점이 달라서 그런 것 같지만, 일단 내가 다니고 있는 목공방에서는 부재끼리의 결합을 피스나 못으로 하지 않기도 하고, 흔히 사용하는 도웰(Dowel) 방식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핸드 드릴을 사용했던 기억이 몇 번 없다.
작은 네오디뮴 자석을 끼우기 위해서 구멍 몇 개를 뚫었을 때 정도려나?
멋모를 때는 목공을 시작하면 가장 손쉽게 사용하는 드릴 같은 장비부터 사게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배우다 보니 테이블 쏘(Table Saw)나 밴드 쏘(Band Saw), 자동대패, 수압대패, 집진기 같은 좀 더 본격적인 장비들이 훨씬 더 절실했다. 그래서인지 전동 드릴은 늘 필요할 것 같으면서도 막상 구입은 계속 뒤로 미뤄지고 있었던 공구였다.

Festool, CXS 18 C 3,0-Plus (577931) Cordless Drill
페스툴 제품들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이 생태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스테이너(Systainer)로 수납 정리가 되고, 배터리가 공용으로 돌아가고, 부속품들이 서로 연결되다 보면 다음 공구도 자연스럽게 같은 라인에서 고르게 된다. CXS 18 역시 그런 흐름에서 구입한 제품.
사실 요즘 전동 드릴이야 어디서 만들어도 다 잘 만들어서, 국산은 물론 중국산 제품들도 너무 작고 강하고 예쁘게 잘 만드는 공구인데, 하지만 몇 배 비싸도 페스툴 제품을 안 살 수는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CXS 18은 페스툴의 컴팩트 드릴/드라이버 라인업 중에서도 C형(C-Shape), 즉 그립 위치가 드릴 축과 일직선이 되는 구조를 가진 모델이다.
같은 라인에 T형(T-Shape)인 TXS 18도 있는데, 그게 바로 우리가 흔히 보는 권총형 그립 구조.
C형은 처음엔 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손안에 들어오는 느낌이나 힘 전달 방식이 확실히 다르다.
스크류 작업처럼 정밀하게 힘을 주면서 조여야 할 때, 손목이 꺾이는 각도 없이 직선으로 힘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
이번에 구입한 3,0-Plus 구성은 18V 3.0Ah 배터리가 포함된 버전으로 본체 크기는 길이 156mm에 높이는 배터리 포함 206mm에 불과하다.
실제로 손에 들어보면 생각보다 훨씬 작고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모터는 브러시리스(Brushless) 방식의 EC-TEC 드라이브로, 페스툴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구동 개념이다.
브러시리스 모터의 장점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마모가 적고, 효율은 높으면서 발열도 적어 요즘 대부분의 제품들에 적용되고 있는 방식.
토크 조절은 13단계로 할 수 있고, 설정 토크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끊어주는 기능도 있어서 나사를 과하게 조이거나 드릴링을 하다가 목재 표면을 뭉개버리는 실수를 막아준다고 한다. 회전 속도도 2단 변속으로 용도에 맞게 조절이 가능하다.

CXS 18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패스트픽스(FastFix) 인터페이스와 센트로텍(Centrotec) 시스템의 조합.
쉽게 말하면 드릴 앞부분의 척(Chuck)을 공구 없이 손으로 빠르게 교체할 수 있는 구조인데, 이걸로 드릴 척, 앵글 척(AN-UNI), 편심 척(EX-UNI) 같은 다양한 부속을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다. 특히 앵글 어태치먼트를 달면 90도로 꺾인 방향으로 작업이 가능해서, 가구의 안쪽 구석이나 프레임 사이 좁은 공간처럼 일반 드릴의 몸체가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자리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
센트로텍 척은 표준 척에 비해 크기가 절반, 무게가 80%가량 가벼운데, 드릴링과 카운터싱크(Countersink) 등을 척 교체 없이 비트만 바꿔가며 할 수 있는 게 포인트. 또 비트를 패스트픽스 스핀들에 직접 꽂아 쓰는 것도 가능해서, 정말 좁은 공간에서는 척 자체를 아예 빼고 비트만 직접 꽂아 사용하면 된다.

스타 트렉(Star Trek)같은 SF 영화에 나오는 레이저 총 같은 형태도 독특해서 마음에 드네.
훨씬 크고 빡센 제품들이 여럿 있었지만, 실제로 손에 들어보고 구입한 제품.
액세서리 제외한 본체 무게는 고작 0.7kg 밖에 되지 않는다.
드릴 프레스도 별도로 구입한 마당에 어차피 엄청난 힘이 필요한 핸디형 제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용 빈도도 높지 않다면 컴팩트한 제품으로 선택하는 게 현명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목공방 수업 중에는 사용빈도가 낮긴 했지만, 어쨌든 내 작업실에서 앞으로 사용한다 치면 서랍의 러너도 설치할 일이 있을 테고, 문짝을 달기 위해서 힌지 조립도 해야 할 테니 뭐 꽤나 유용하게 사용될 예정.
라우팅 등을 위한 각종 지그(Jig)를 만들 때도 사용할 수 있겠네.
아직은 막 박스를 열어본 단계라 실제 사용 경험은 더 쌓아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첫인상만큼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언제나 그렇듯 페스툴은 꼭 필요한 물건인지 고민하게 만들지만, 막상 손에 쥐어보면 왜 이런 형태로 만들었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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