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툴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목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프리미엄 전동공구 브랜드.

독일의 정밀한 엔지니어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페스툴의 제품들은 단순히 성능이 좋은 공구를 넘어, 작업 효율과 여러 데이터에 의한 사용 경험들을 굉장히 세심하게 반영하고 설계해 실제로 써볼수록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페스툴에 빠지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크게 보면 브랜드 이미지는 서로 다르지만 살짝 애플처럼 자신들만의 독자 규격들을 제품 전반에 녹여놔서 한번 익숙해지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운,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해 둔 느낌이랄까. 

물론 이렇게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꾸준히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온 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진지하고 철저한 브랜드가 가끔씩 뜬금없는 굿즈나 소품들을 한정판이라는 이름으로 내놓는다는 점.
솔직히 보면 “이걸 왜 만들었지?” 싶은 제품들도 있는데, 그런 엉뚱함이 약간은 병맛 매력 같기도. 
예를 들면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라든지, 피자 커터라든지, 바베큐 세트라든지..
내가 목공장비에 발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행히도(?) 그 이상한 제품들을 모아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두루두루 참 매력 있는 브랜드다. 

오늘은 페스툴의 병맛 아이템 몇 개를 포함한 잡템들 몇 개를 기록 차원에서 남겨본다. 

 

전에 목공장비를 구입할 때 페스툴의 이사님께서 챙겨주신 여러 잡템들. 
감사하게도 뭘 이렇게 바리바리 챙겨주셨는지. 

 

Festool, Lunch Box L (576891)
Festool, Cutlery (576979)

아, 쓸데없다. 
두 제품 모두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한 자연 친화적인 천연 셀룰로오스(natural cellulose)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커틀러리 세트는 포크, 나이프, 스푼이 하나로 끼워지는 형태. 
찾아보니 모두 Koziol 이라는 브랜드의 제품인 듯. 

 

Festool, Yardstick (201464)

측정 및 수평 측정 분야에서 꽤나 유명한 독일의 ‘Stabila(스타빌라)’에서 제작한 접이식 자. 
기존에 판매하던 모델에서 페스툴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디자인으로 제작된 모양이다. 

 

10칸으로 나누어져 접혀있는 정밀등급 3등급의 자이며, 재질 자체는 나무지만 보호코팅이 되어 있어 방수 및 내마모성을 갖췄다고. 
경화처리된 강철 스프링이 내부에 달려있어 접고 펴는 느낌이 꽤나 견고하다. 

다만 이런 스타일 자를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는.. 
artek의 접이식 자도 몇 개 가지고 있는데. 그냥 예뻐서 산 거지 사용할 줄을 몰라. 

 

그냥 볼펜. 

 

 

스티커 패키지. 
와.. 스티커 패키지라고 쓰여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뭔가 잔뜩 들었다. 
막상 예쁜 건 몇개 없고. 

 

Festool, Pro Apron (86000095)

캔버스 재질로 만들어져 사용하기 편한 목공용 앞치마. 
3개의 주머니가 달려있고, 가슴 쪽에 가죽으로 만들어진 루프에는 펜이나 간단한 도구를 끼워 넣고, 
허리 쪽에 위치하게 되는 부분에는 가죽 스트랩에 금속 고리 같은 게 달려서 뭔가 도구를 달아두도록 만든 것 같다. 

하지만 난 Stalwart Craft 제품(링크)을 쓸 거지.

 

시커먼 반팔 티셔츠도 주셨네. 
페스툴 로고 달고 어디 다니긴 힘드니 작업복으로 쓰면 될 듯. 

 

Festool, Cooltainer (577172)

아.. 너무 쓸데없는 아이템인 걸 알지만 한 번 사봤다. 
2021년에 출시한 한정판 제품인 것 같은데,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시스테이너 형태의 아이스박스’다. 

 

당연히도 국내 출시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미에서 굳이 공수를 해왔다. 
SYS3 M 437 CP US 시스테이너를 기본으로 만든 아이스박스라서 당연히도 높이가 437mm나 되는 큼지막한 크기다. 

 

아이스박스만 있겠거니.. 하고 뚜껑을 열어봤는데 텀블러와 병따개가 함께 들어있다. 
처음 봤을 때는 보너스 받은 기분이었지만 막상 뜯어보니 쓰레기만 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뭐지?? 이 허접함은?

이 ‘쿨테이너(Cooltainer)’는 기본적으로 페스툴의 시그니처 수납 시스템인 시스테이너(Systainer) 규격에 맞춘 것이 목적인 보냉 박스라서, 일반 캠핑용 아이스박스를 기대했다면 그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내가 그랬다). 

일단 튼튼한 재질의 시스테이너 안쪽에 들어있으니, 현장에서 다른 공구와 함께 적재가 가능하다는 워크플로우를 고민한 것 까지는 인정,
내부에 EPP(발포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보이는 단열재를 그대로 드러내 놓은 건 도저히 허접해서 봐줄 수가 없다. 
바닥면까지도 그냥 단열재 상태 그대로인 데다가 뚜껑 쪽 단열재와 바디쪽 단열재 사이에는 별도의 실링(?) 처리가 되지 않고 그냥 닫히는 구조.
그나마 닫았을 때 단열재 사이에 거의 유격 없이 딱 맞는다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사실 더 놀라운 건, 이 텀블러. 
페스툴 로고를 이렇게 박아 넣은 텀블러라면,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작업자들이 시원한 음료를 넣어서 작업 중간중간 마시게 할 목적이었을 텐데 만듦새가 허접하기 이를 데 없다. 바디는 플라스틱 재질이고, 바닥 쪽도 얼핏 코르크 처럼 보이지만 그냥 컬러만 그렇다. 
전자레인지 사용 금지 문구를 보면 내부 어딘가에 금속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겉에서 보기에는 그냥 허접한 플라스틱 텀블러다. 
뚜껑도 슬라이드 형태로 닫히는 플라스틱 재질. 

 

병따개는 그나마 사용할 법한 아이템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유리 병 딸 일이 얼마나 있다고. 
뒷면은 페스툴 고유의 그린 컬러고, 사진에 보이는 안쪽 면은 네이비 컬러에 로고가 박혀있다. 
내가 삐딱하게 보는 건지 앞쪽에 달린 자석은 자력이 약해서 뭔가 쉽게 떨어질 것 같은 느낌. 

텀블러는 어디 구석에 처박아 두고, 아이스박스는 목공용 접착제 보관함 정도로 사용하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