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몇 번이면 밤낮 가리지 않고 단 몇 시간 만에 내 손에 물건이 도착하는 세상, 하지만 해외 직구는 여전히 인내가 필요하다. 직배송이 안 되어 배송대행지를 거치기라도 하면, 몇 달 만에 겨우 물건을 손에 넣는 일도 허다하다.
그래서 그런지 바다 건너온 택배 박스를 뜯는 순간은 조금 더 특별한 즐거움이 있는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우드페커스 제품의 패키지를 열어보는 건 평소보다 조금 더 신나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이번에 내 들여온 장비는 대패.
대패 중에서도 조금은 특별한 대패인 ‘Router Plane(라우터 플레인)’ 이다.
날이 달린 제품이라 직배송을 안 해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이번 녀석은 직배송을 해주어 주문 후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Woodpeckers, Router Plane
‘Router Plane(라우터 플레인)’은 ‘턱대패’나 ‘홈대패’로 불리는 도구.
이름 그대로 ‘Router(라우터)’처럼 일정한 깊이의 홈을 평평하게 파낼 수 있게 만든 대패이다.
실전에 바로 투입되느라 블로그에 기록은 못한 작업물 중에 VA26-02 ‘Magnetic X-Triver’ 두 개를 만들 때 목공방에 있는 라우터 플레인을 처음 사용해 봤는데, 굉장히 손맛(?)이 좋고 재밌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나도 하나 사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우드페커스에서 신제품으로 출시를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source : woodpeckers
사진에서 보듯 기본 원리는 단순하다.
대패의 바닥면(Sole)이 부재의 윗면을 기준으로 삼고, 아래쪽에 툭 튀어나온 칼날이 그 바닥면과 평행하게 홈을 파내는 것.
결국 수공구 버전의 라우터 되겠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단순히 홈을 처음부터 파는 용도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Groove(그루브/홈), Dado(다도/장부 홈), 래빗(Rabbet/모서리 턱) 등을 평평하게 정리하거나 깊이를 미세하게 정리해 완벽한 핏을 만드는 정밀 도구라고 볼 수 있다.


박스를 열면 각각 포장된 부품들이 분리되어 들어있는데,
포장을 뜯어보니 묵직한 블랙 코팅 베이스에 우드페커스 특유의 강렬한 레드 컬러가 역시나 너무너무 예쁘다.
널찍한 플레인 베이스,
붉은색 두 개의 핸들,
칼날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리프팅 고정대,
사각(square) 대패날,
창형(spearpoint) 대패날,
고정용 플랫 헤드 스크루 들,
그리고 각각의 부품을 조립할 수 있도록 육각렌치도 세 가지(5/64″, 1/8″, 5/32″)가 함께 들어있다.

대부분의 기존 라우터 플레인은 깊이 조절 메커니즘이 조금 투박해 원하는 깊이를 맞추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내가 목공방에서 사용한 제품(아마도 Veritas 제품?)은 아마 이미 좋은 제품이라 그런지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이 우드페커스의 라우터 플레인은 조절 휠(Thumbwheel)에 백래시(Backlash/나사산의 유격)를 사실상 제거한 기능을 탑재했다고 한다.
목공 작업의 짜맞춤 등에서는 아무래도 0.1 미리 단위로 잘 맞추지 않으면 그 틈이 굉장히 거슬리거나 딱 끼워맞춰지는 느낌이 안 날 수 있기 때문에 나사산의 유격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나 보다.

나는 일단 기본 형태대로 양쪽 끝에 동그란 손잡이를 설치하고 가운데에 대패날을 설치해놨지만,
사실 이 제품의 특장점 중 하나가 바로 범용적인 3-Position 시스템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손잡이를 설치한 곳에 대패날을, 현재 대패날을 설치한 곳에 손잡이를 설치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작업물의 형태나 구조에 따라 원하는 위치에 대패날이나 손잡이를 위치시킬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장점일 수 있겠다.
게다가 대패날 역시 안쪽이나 바깥쪽을 향하게 돌려 끼울 수 있으며, 대패날 자체를 4방향으로 회전시켜 고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긴 방향으로 밀어 깎는 다든지, 나뭇결 방향에 맞추는 등 최적의 방향을 찾아 그때그때 변신할 수 있게 된다.

기준이 되는 플레인 베이스 바닥 면도 3.5″ x 8.5″(89mm x 216mm)로 굉장히 넓고 묵직해서 안정적으로 부재에 밀착해 대패질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일단 다 떠나서 컬러 조합이 미쳤다.

베이스는 ‘연성 주철(Ductile Iron)’ 빌렛을 가공하여 제작되었으며, 블랙 질화 코팅(Black Nitride Coating) 처리를 통해 마찰을 줄이고 부식을 방지했다고 한다.
나는 따로 구입하지 않았지만, 옵션으로 펜스 플레이트와 가이드 로드를 구입해 베이스 플레이트에 고정해 일정 간격으로 파내는 작업에 사용할 수도 있다.
사실 그 용도는 전동 라우터를 사용하는 게 맞을 거 같아서 구입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여러모로 고민이 많이 된 도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source : blue spruce
완전히 같은 제품처럼 보이는 위 사진의 제품은 Blue Spruce의 Router Plane.
우드페커스의 라우터 플레인이 신제품으로 발표되어 주문을 했는데, 타 쇼핑몰의 프로모션 이메일에서 이 제품을 보고 뭐지?? 싶어서 찾아보니 실제로 거의 같은 제품인 것이 맞았다.
우드페커스가 2019년에 Blue Spruce Toolworks를 인수하면서 두 브랜드 간에 제조 공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물론 위 사진에서 보듯 설계나 구조는 동일하지만, 본래 브랜드의 타켓이 다른 만큼 소재가 조금 다르게 제작되고 있다.
우드페커스는 알루미늄+레드컬러+블랙컬러의 조합이 주를 이룬다면, 블루 스프루스는 미드나잇 블랙 컬러에 그린이나 실버 계열의 차분한 톤을 매칭하며, 손잡이는 목재 등을 사용해 고전적인 멋스러움을 추구하고 있다.
뭐 이 컬러 조합도 나름 멋지지만 나는 우드페커스가 조금 더 취향이네.
일단 구입을 하긴 했는데, 내가 이 라우터 플레인을 사용해 정밀함을 추구할 만한 작업을 하게 되는 때는 언제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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