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우에는 목공에서 어떤 한 아이템을 제작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러프 스케치 (Concept Sketch)
스케치 업 모델링 (Sketch UP 3D Modeling)
가재단 사이즈 정리 (Creating a Cut List)
자재 준비 (Material Selection & Preparation)
가재단 (Rough Cutting)
마름질 (Milling)
정재단 (Final Cutting/Dimensioning)
가조립 (Dry Fit)
접합 (Joinery/Assembly)
엣지 트리밍 (Edge Trimming)
샌딩 (Sanding)
오일링 (Finishing)
물론 이 과정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완전히 순서가 뒤바뀌기도 하고, 전혀 없던 과정이 끼어들어오거나 어떤 과정은 생략되기도 하니까.
위에 적은 일련의 과정에서 가재단 이후 과정부터 샌딩 이전까지의 대부분의 과정에 개입하는 도구가 바로 오늘 이야기할 측정 도구들이다.
물론 내 측정공구 원픽 브랜드는 단연 Woodpeckers(우드페커스)지만 일부 측정 도구에 대해서는 업계 표준처럼 무조건적인 브랜드가 있는 모양이다.
버니어 캘리퍼스는 미쓰도요(Mitutoyo),
케가끼 게이지는 마츠이(Matsui).

Mitutoyo, Vernier Caliper 530-101 (150mm)
먼저 미쓰도요의 버니어 캘리퍼스 150mm, 제품명은 530-101 이다.
1934년 설립된 주식회사 ‘미쓰도요(株式会社ミツトヨ)’는 세계 최대의 정밀 축정기 전문 기업.
마이크로미터, 캘리퍼스부터 3차원 측정기까지 방대한 라인업의 정밀 측정기를 생산하며 압도적인 신뢰도와 정밀도로 ‘표준(Standard)’ 취급을 받는다고.
지금 다니고 있는 목공방에도 크기별로 버니어 캘리퍼스가 잔뜩 있는데 자세히 보니 전부 미쓰도요다.
하나하나의 가격이 대단히 비싸던데 왜 전부 미쓰도요일까.. 하고 궁금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사용자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비슷하다.
“괜히 돌아가지 말고 한 번에 미쓰도요로 가세요”

나도 평소 목공방에서 자주 사용하는 크기인 150mm 짜리 아날로그 제품을 일단 하나 사봤다.
배터리 걱정 없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고, 열처리된 스테인리스강이라 묵직하면서도 매끄럽게 움직이는 느낌이 좋다.
눈금 읽는 게 좀 귀찮긴 하지만 목공방에 갑자기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를 생각하면 아날로그 제품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버니어 캘리퍼스는 어려서 분명히 만져본 적이 있지만 커서는 목공을 시작하기 전까지 잊고 지내던 단어다.
무려 1631년에 발명된 측정도구인데 지금까지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걸 보면 얼마나 유용하게 잘 만들어진 제품인지 알 수 있다.
도구 하나로 외경, 내경, 깊이, 단차, 네 가지 측정을 할 수 있으며 기본 눈금인 어미자와 움직이는 부분에 달린 아들자(버니어)를 동시에 읽어 아주 정밀한 수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정밀 측정 도구.


Mitutoyo, Digimatic Caliper 500-182-30 (CD-20APX, 200mm)
아날로그보다는 아무래도 디지털 캘리퍼스가 편하겠지.
목공방에는 모두 아날로그 제품만 있어서 사실 디지털 제품은 처음 만져본다.
디지털 캘리퍼스는 아날로그의 기계적 원리에 AOS(Advanced Onsite Sensor)라는 정밀 전자기 유도 방식 센서를 결합한 제품이라고 한다.

가격도 물론 아날로그 제품에 비해서 비싸지만 확실히 케이스도 다르네.
블랙 컬러의 하드 케이스!

퀵 스타트 가이드 같은 간단 초기 세팅법이 붙어있는 모습.
먼저 배터리 넣고, 버니어를 완전히 닫은 후, 위쪽의 ORIGIN 버튼을 1초 누르고 있으면 된다고 한다.

함께 들어있는 Mitutoyo SR44SW 1.55V 수은전지 하나를 빼서 넣어보자.
ABS(Absolute) 시스템을 채택해 전원을 켤 때마다 영점 조절을 할 필요가 없고, 마지막 측정 위치를 기억하기도 하며, 배터리 수명이 통상 3.5년까지 간다고 하니 굉장히 효율적인 사용을 하나보다.

오, 아주 간단한 세팅으로 바로 시작!
가구 만들고 남은 월넛 조각을 측정해 보니 25.02mm.
와.. 25mm 기가 막히게 맞춰놨었구나.

Matsui, Scriber Gauge K-20 (케가끼 게이지 / ケガキゲージ / 200mm)
‘케가끼 게이지’라는 이름은 정말 목공 시작 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이름.
케가끼는 ‘긁다, 할퀴다’라는 뜻의 동사 ‘掻く(카쿠)’에서 온 이름으로 ‘금긋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내용물이 하나 더 들어있다.
‘케가끼 바늘(ケガキ針)’ 이라고 쓰여있는 금속 마킹 바늘(scriber).
‘SKD강’ 이라고 쓰여있어서 뭔가 하고 찾아보니 합금 공구강으로 만들어져 목재는 물론이고 금속 표면에까지 쉽게 긁어서 표시를 할 수 있는 도구라고.
마츠이 정밀공업(松井精密工業)은 그런 금긋기(케가끼) 도구와 정밀 자(scale)를 전문으로 만드는 작은 수공구 회사라고.
1924년에 설립되었다는 거 보니 벌써 100년 넘게 장인 정신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어 온 엄청난 회사구나.


T자 형태의 가느다란 이 측정도구는 굉장히 생소한 모양인데, 실제로 목공을 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빈번하고 유용하게 쓰인다.
물론 Woodpeckers의 MT Center Gauge SS(링크)나 in-DEXABLE Combination Square XL(링크) 같은 제품들이 훨씬 더 편하게 케가끼 게이지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건 알지만 일단 요 몇 달 목공을 배우면서 손에 익은 도구를 하나쯤 갖춰놓고 싶은 마음에 구입해 봤다.

이 제품은 버니어 캘리퍼스처럼 도구의 일부가 움직이게 되는데, 아래쪽 부분을 판재의 가장자리에 대고 위쪽을 밀면 원하는 간격에 정확히 마킹할 수 있는 평행한 자가 고정되는 구조. 들었을 때는 가벼우면서도 부재에 고정하면 유격 없이 단단히 고정되는 견고함이 참 마음에 든다.

이런 식으로 평행선을 마킹할 수 있다.
보통은 샤프나 마킹 나이프로 선을 그어왔는데, 이제 케가끼 바늘을 사용하면 되겠네.
아직 블로그 포스팅은 안 했지만 내 기준 사용 빈도가 적은 대형 버니어 캘리퍼스는 예쁜 Woodpeckers로 구입을 했다.
내가 대형 가구 같은 걸 제작할 건 아니라서 주로 걸려있을 운명이라면 예쁜 게 낫지 않겠나.. 싶어서.
하지만 역시 작은 측정도구는 세트 구성에서는 벗어나지만 업계 표준 격인 미쓰도요와 마츠이를 사기 잘했다는 생각.
결국 장비가 일을 하는 거 아니겠어?
정확하게 재고, 정확하게 긋는 것부터가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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