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나만 그런 건 아니다.

최근 관심이 온통 그쪽이라 목공 유튜브만 너무 봐서 그런가 나는 어디에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장비 욕심이 있는 분들이 많더라. 
내가 그분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그분들을 뭘 좀 알고 장비를 산다는 거고, 난 쥐뿔 아는 게 없이 산다는 점이 좀 다르겠다. 
목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아직 일년이 채 안 되었으니 이제 막 시작한 거나 다름이 없는데, 그 전문가분들의 실전 노하우가 담긴 장비 구성을 어떻게 따라가겠냐마는 그래도 글로, 이미지로, 영상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하나하나 구색을 갖춰나가는 이 재미가 어쩌면 실제 목공보다 재미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장비병의 원인은 당연히 나 자신에게 있겠지만, 굳이 억지로 외부에서 핑계거리를 찾아보자면,
이게 다 우드페커스(Woodpeckers) 때문이다!

페스툴(Festool)의 마력도 무시 못 하지만, 이 시뻘건 우드페커스의 굴레에 빠지면 답도 없는 것 같다. 
예쁜 것은 둘째치고 정말 집요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 방구석에 여러 목공 관련 장비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실시간으로 배송되어 쌓이고 있는 와중에
아직 블로그에 기록하지 않은 여러 아이템들을 어떻게 묶어 기록할까.. 하다가
우드페커스의 마킹(Marking) 툴과 레이아웃(Layout) 툴을 모으면 어떨까 싶어 세 가지를 모아보기로 했다.

 

Woodpeckers, MT Center Gauge SS – Deluxe

인스타그램 릴스 알고리즘 덕분에 반복적으로 보게 된 영상 때문에 결국 실제 구매까지 이어졌다. 
실제로 자주 사용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평행사변형 기하학 원리를 이용해 부재에 갖다 대고 조이기만 하면 센터 바가 자동으로 정중앙에 위치하는 방식인데, 그 메커니즘이 정말 신박하다. 

 

이 센터 게이지는 일반 버전과 디럭스(Deluxe) 버전으로 판매되고 잇는데,
내가 구입한 Deluxe 버전은 1/4″, 3/8″, 1/2″ 등 인치 규격부터 4, 5, 6, 8, 10mm의 메트릭 규격까지 총 9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마킹 바(bar)가 포함되어 있다. 

 

바 중앙에는 연필 가이드 홀이 있어 센터 라인을 긋기 편하고, 바의 양옆을 마킹 나이프로 그으면 그대로 장부(Tenon)나 장부 구멍(Mortise)의 레이아웃이 끝나게 된다. 최대 2인치(50.8mm) 두께의 부재까지 대응이 가능하니 웬만한 가구나 소품의 작업에는 전부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집에 돌아다니는 월넛 막대 위에 올려본 모습. 
그냥 양쪽을 스윽 누르는 것만으로 마킹바가 자연스럽게 중앙에 위치하게 되면서 센터를 마킹할 수 있게 된다. 

 

원래는 한정판으로 잠깐 출시되는 아이템인 OneTIME Tool®로 판매되었던 이 제품은 인기가 많아서 정규 라인업으로 올라왔다고 한다. 
목공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도 간단하게 척척 센터를 잡아 사용하는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 릴스를 보고 안 살 수가 있나?? 

 

Woodpeckers, Marking Knife

이미 Rockler와 Pfeil의 훌륭한 마킹 나이프들을 구입해서 가지고 있지만 Woodpeckers의 마킹 나이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포기할 수 없었다. 
이미 단종된 모델이라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는데 해외 포럼과 판매처들을 끈질기게 뒤진 끝에 결국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어렵게 구했나.. 라고 하기엔 막상 받아보니 너무 예쁘네.
날 끝은 안전을 위해 글루 같은 걸 굳혀둔 모습. 

어렵게 구한 만큼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데, 우드페커스의 시그니처인 레드 아노다이징 바디는 심미적으로도 물론 훌륭하지만, 손에 쥐었을 때의 무게 밸런스가 아주 안정적이다. 

앞쪽 조임 장치를 풀어서 날 교체도 가능한 것 같으니, 나중에 닳고 닳을 때까지 잘 써봐야지.

 

Woodpeckers, Wheel Marking Gauge w/ Micro-Adjust Rack-It

이번에 새로 출시된 신제품! 
일반적인 마킹 게이지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역시 ‘Micro-Adjust’ 기능. 
랙 앤 피니언(Rack-and-pinion) 구조를 채택해 미세 조절 배럴을 한 바퀴 돌릴 때마다 앞쪽의 펜스가 1/16인치씩 이동하게 만들어져 아주 섬세한 조절이 가능하다. 

 

벽에 걸 수 있는 Rack-It 부품이 포함된 제품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기준판과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본체, 다시 스테인리스 스틸 조절 배럴, 그리고 잠금 휠은 황동 재질인 것 같다. 

 

앞쪽의 널찍한 기준판은 가로, 혹은 세로 방향으로 목재에 고정해 사용할 수 있다. 
넓은 쪽을 대고 작업하면 마킹하는 가장자리를 따라 최대한의 지지력을 받으며 마킹이 되겠고, 기준판을 90도 회전시켜 사용하면 좁은 조각의 끝부분 등을 마킹할 때 수직 방향으로 좀 더 나은 지지력을 얻을 수 있겠다. 

 

앞쪽에 튀어나온 원형 칼날은 굉장히 얇고 예리해서 마치 면도날 같다. 

나무에 이런 마킹 나이프로 선을 그으면 끌질이나 톱질을 할 때 기준 위치를 잡아주어서 편한 것도 있겠지만 세로로 난 결을 잘라주어 잘라낼 때 끝부분이 터지는 걸 막아주기도 하기 때문에 예리한 날로 반듯하게 잘라주는 과정은 단순 표시 이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마킹하고자 하는 목재의 측면에 기준판을 대고 표시를 하게 된다. 
베리타스 등의 기존에 존재하던 휠 마킹 게이지에 비해 기준판 크기가 훨씬 커서 고정하기가 훨씬 수월한 것이라고.. 
실제로는 빨간 부분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잡게 되지만 난 제품을 보여주기 위해서 뒤쪽을 잡아보았다.

 

하드 우드 종류인 월넛 조각에 실제로 마킹을 해 본 모습. 
단단한 재질의 나무인데도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세로 나뭇결을 예리하게 잘라낸 것을 볼 수 있다. 

일반 연필 선의 1/5도 안 되는 초정밀 라인. 

 

붉은색은 식욕을 부르는 색이라고 했던가..
아.. 보고만 있어도 이미 식욕을 넘어 배가 부른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