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진행되고 있는 작업실 공사가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몇 퍼센트쯤이라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체감상 절반 이상은 진행된 것 같다.

사실 제주의 갤러리보다 더 먼저 계획되었던 이번 작업실 공사는 여러 공사에 밀리고 또 밀리다 보니, 대략 8년 이상 방치된 상태였다.
실제로 토지를 매입한 시점이 2017년이니, 계획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보다 훨씬 오래되었을 듯.

일찌감치 잡아둔 건축 설계 내용도 어쩌다 보니 그간 여러 채의 건물을 직접 지어보며 생각이 많이 바뀌면서 외형의 기본 컨셉을 제외하고는 거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변경이 있었다. 그래서 기존에 받아둔 건축 허가 역시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

설계 변경부터 허가 변경 신청까지 작년부터 서둘러 진행해왔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막상 다시 허가를 받아 기초 토목공사를 위해 땅을 파려고 장비를 불러 첫 삽을 뜨는 순간.. 이게 웬걸.
공사가 진행될 전체 부지 대부분이 엄청난 암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악!!!

‘석운(石雲)동’이라는 동 이름을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실제 돌과 구름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아니, 돌도 정도껏 많아야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암반이라 처음 들어왔던 장비 업체는 포기하고 도망을 가버렸을 정도.

이런저런 수소문 끝에 전문 할암(割巖) 업체를 섭외하게 되었고, 유압 코어드릴로 바위에 깊은 구멍을 낸 뒤 그 구멍에 장비를 삽입해 암반을 쪼개어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겨우 기초 토목공사를 위한 준비가 가능해졌다.

규모가 그리 큰 건물도 아닌데, 본격적인 공사 시작도 전에 예상치 못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었고,
그 후로 최대한 공정을 서둘러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크게 밀려 간혹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안타까운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엊그제 시스템 비계를 철거하고 드디어 건물의 외곽이 드러나니, 뭔가 갑자기 꽤나 많이 진행된 듯한 체감이 들어 이 시점의 모습을 넋두리와 함께 중간 기록으로 남겨본다.

 

 

 

아직 창문도 설치되지 않았고 외부 바닥 마감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지만, 건물의 기본 골격과 외장재 마감은 모두 끝난 상황.
규모도 크지 않고 얼핏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마음 편안해지는 포인트들이 구석구석 계획한 대로 구현되어 꽤나 만족스럽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외부에서 진행될 일부 방수 공사, 조경 작업, 외부 석재 마감 등의 공정이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다친 사람 없이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상황.

 

초기부터 변함없이 유지해 온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이자 동시에 꽤나 큰 걱정 요소였던, 엄청난 경사의 박공지붕.
목구조나 H-Beam을 활용한 철골 구조였다면 훨씬 수월했겠지만, 철근콘크리트 구조 상태에서 수직 높이 7m 이상의 박공을 구현하느라 시공사 대표를 비롯한 현장 인력 모두가 상당히 고생했다.

지붕은 지붕대로 여기랑 여기랑 무조건 정렬을 맞춰달라, 옆면에서는 무조건 가느다란 라인만 보이게 접어달라, 이미 업체에서 준비해 온 재료를 반납시키고 접히는 폭을 최대한 좁게 해달라 등등 여러 가지 까다로운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성심껏 맞춰 작업해 주셨고, 석재 마감 역시 무늬부터 컬러까지 세세하게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는데도, 이를 하나하나 반영해 준 시공팀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아직 공사를 마치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본격적인 실내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면 내가 또 얼마나 달달 볶고 까다롭게 굴려나. 

 

지금은 여전히 미완성이라 여러모로 어수선하지만, 모든 공정이 마무리되면 그때 다시 한번 제대로 기록을 남겨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