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차례 페스툴 관련 포스팅을 올렸지만 사실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꽤나 많은 장비들을 구입했음에도 앞으로 구매해야 할 내용들로 작성되고 있는 구매 리스트에 페스툴 제품만 이미 수십 개. 
그렇게 장비들을 하나둘 구입하고 모으다 보면 결국 마주하게 되는 종착역이자, 동시에 모든 작업의 시작점이 되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게 바로 오늘 구입 기록을 남기게 될 ‘MFT/3(Multi-Function Table/3)‘다. 

 

Festool, MFT/3 Workbench

앞선 Festool, OF 1400 EBQ-Plus Router 포스팅(링크)에서 이미 언급했듯, 
페스툴은 마치 ‘애플 생태계’라고 불리는 그것과 비슷하게 한 번 그 영역으로 빠지면 그 굴레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독자적인 시스템들을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그것들이 상당히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 일부는 업계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타 업체들이 그 규격에 맞는 서드파티 액세서리들을 출시할 정도.

일단 대표적으로는 오늘 주로 이야기하게 될 MFT(Multi-Function Table) 홀 패턴(96mm 간격 / 20mm 홀).

지난 Woodpeckers, 2096 Workholding Kit(링크) 리뷰에서 설명했듯 재품명 자체가 이미 MFT 홀 사이즈와 홀 간격으로 되어있을 정도로 이미 상징적이다. 
MFT 상판, 클램프, 벤치독, 지그 들이 전부 이 규격을 기준으로 설계가 되어, 작업대가 그냥 위에서 망치질이나 대패질을 하는 튼튼한 테이블의 개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렬의 기준이 되는 좌표계로 만들어버려 사실상 업계의 표준이 되어버린 수준. 

 

source : festool

겉보기엔 그저 구멍 뚫린 MDF 상판에 허접한(?) 알루미늄 다리를 달아놓은, 조금 튼튼한 캠핑 테이블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테이블의 정가는 1,516,900원. 
뭐 공사장에서 목수 반장님들이 사용하는 임시 작업대처럼 생긴 게.. 이 가격이라고? 
처음에는 납득이 가지 않았는데(사실 지금도 좀..) 어쨌든 기능적으로는 굉장히 훌륭하다고 하니 일단 구입은 해 봐야지.

 

나는 원래 근본을 찾아 따라가려는 성향이 있어서 웬만한 장비들을 페스툴 장비들로 꾸리려고 계획은 했지만 워크벤치는 생각이 좀 달랐었다. 
18세기 프랑스의 목공 장인인 André Jacob Roubo 라는 사람의 설계로 시작된 ‘루보(Roubo)’ 작업대가 뭔가 더 근본 같고 멋져 보여서 열심히 알아봤다. 
그런데 이 루보 작업대라는 게 엄청나게 두꺼운 나무로 만들어진 무겁고 큼지막한 워크벤치이고, 뭔가 만드는 사람마다 조금씩 디자인과 작업 방향성이 달라 내 입맛대로 멋지게 제작해 줄 업체를 찾지 못해 과감히 포기를 하게 되었다. 

보통은 목공을 어느 정도 배우다 보면 자신의 작업대를 자기가 만드는 것 같기는 하다만.. 
나는 내 마음에 드는 루보 작업대를 내 손으로 만들 자신이 없다. ㅋㅋ 

어쨌든,

그래서 지금 나는 루보와 MFT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나만의 워크벤치를 별도로 제작하고 있다. 
이 MFT의 기능적인 측면을 포함해 내 입맛에 맞는 기능 들을 추가한 실용적인 워크벤치를 제작하기 위해 지인분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는데, 언젠가는 그 과정과 결과도 이곳 블로그에 기록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이 허접스러워 보이면서 비싼 MFT/3를 풀옵으로 구매한 건, 워크벤치 제작에 참고할 샘플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박스를 뜯어 실제로 MFT/3의 허접한 다리를 보았더니 그 충격이 더하다. 

그나마 의외의 반전도 있긴 한데, 일단 테이블 자체가 생각보다 더 크고, 생각보다 다리가 굵고 튼튼하기는 하다. 
그냥 사진으로 봤을 때는 위에서 뭔가 작업하기도 불안한 힘없고 가느다란 다리라고 생각했는데 꽤나 묵직하고 안정적으로 보인다. 

 

테이블 자체의 치수는 1,157mm x 773mm, 
접었을 때의 테이블 높이는 180mm, 
폈을 때의 테이블 높이는 900mm, 
액세서리들을 제외한 제품의 무게는 28kg, 
액세서리들을 포함한 무게는 33.9kg. 

무게도 무게지만 상자 덩치가 너무 커서 아들이랑 같이 내 방으로 들고 오는데 무거워 죽는 줄. 

 

비닐을 벗기고 새 제품을 열었는데 다리를 접고 펴는 부분의 금속이 엄청 지저분하고 낡아 보인다. 
전에 라우터의 평행 사이드 펜스 부품을 봤을 때도 그렇더니만, 이걸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궁금해 찾아보니 의도가 있는 거란다. 

가볍고 충격에 강한 Zamak(자막) 계열 아연 다이캐스트 재질에 크로메이트 피막(Chromate Finish) 처리를 통해 부식을 방지하고 스크래치 내성을 증가시킨다는데.. 기능은 이해하지만 난 그래도 이런 얼룩덜룩한 재질은 별로네. 

안 그래도 임시 테이블 같은데 진짜 공사장에서 집어온 거 같잖아. 

 

MFT/3는 ‘Basic’ 모델과 액세서리 포함 모델이 있는데, 나는 모든 기능을 경험해 보고자 풀 구성을 선택했다.
별도의 박스 안에는 생소한 이름의 부품들이 가득하다.

(얼룩덜룩한 아연 재질로 만들어진) 앵글 스토퍼, 
고정용 스토퍼, 
스위블 유닛, 
서포트 유닛, 
보조 클램프, 
케이블 디플렉터,
렌치.

나중에 본격적으로 사용법을 공부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일단 가이드 레일을 접거나 펴고, 앵글 스토퍼로 가공물을 정확히 위치시켜 원하는 각도로 빠르게 설정할 수 있는, 반복작업에 도움이 되는 액세서리들 같다.

 

그리고 가이드 레일, FS 1080/2

포함된 액세서리들 중에서의 핵심은 FS Guide Rail(가이드 레일) 시스템이다.
MFT에 고정되는 이 레일은 트랙쏘, 라우터 등 다른 페스툴 공구들과 규격을 공유하며 완벽한 직선의 기준을 만들어 준다.

 

일단 실제 목공을 하게 될 공간이 아직 한창 공사 중이라 미리 집에서 간단하게 사용을 해보려고 했는데, 
덩치가 너무 커서 이건 좀 부담되네;; 
사진을 찍을래도 전체가 안 담겨..

 

source : festool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각종 클램프 도구들을 MFT 홀에 끼워 부재를 고정하고 안정적인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테이블 상판의 측면에도 레일이 파여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source : festool

이 아저씨는 액세서리 다 끼운 상태로 막 가볍게 들고 다니던데, 그냥 저 아저씨가 힘 좋은 아저씨인 걸로. 

 

어쨌든 조만간 사무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 비싸고 못생긴 샘플이 제값을 하는지 테스트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