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사면 마음에 드는 건 10-15년 이상도 잘 골라 꺼내 입는 편이다.
물론 옷장 구석에서 가끔 꺼내 몇 년에 한 번 입는 아이템들도 있지만 특별히 좋아하거나 입었을 때 편하다고 느끼는 건 며칠에 한 번씩 손이 가기도 한다. 
특히 상의보다는 바지가 좀 그런 편인데,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고 편하기도 편해서 일주일에 몇 번씩 입는 바지 중에 하나가 mercibeaucoup 의 드롭크로치(배기)팬츠. 
2010년에 오사카에서 처음 만난 이 브랜드의 바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지금껏 10개는 구입해서 입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브랜드가 없어져서 더 이상 구할 수가 없다. 다행히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의 블랙 팬츠 하나를 여분으로 구입해 둔 게 있어 태그도 떼지 않고 보관 중인데 브랜드가 없어진 이후라 아껴둔 이 제품을 언제 개시할지 잘 모르겠다. 별로 비싸지도 않은 건데..

어쨌든 얼마 전 도쿄 여행에도 또 그 10년 이상 된 바지를 꺼내 입고 갔더니 슈이가 그 바지가 영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요즘은 배기팬츠 입는 사람도 없다고, 다른 바지 좀 입으라고. 그래서 일단 급한 대로 시부야의 KITH 매장에 가서 바지를 하나 사 입고 다녔다는.. 

 

집에 와서 보니 바지는 참 많은데 살이 빠져서 허리가 전부 안 맞네?  
작년에 열심히 걷기 운동을 했더니 막상 몸무게는 별 차이가 없는데 허리둘레가 줄고 허벅지는 굵어져서 옷 입기가 참 곤란하다.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떠난 이후 요즘 별로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구찌지만, 오랜만에 바지 두 개를 구입해 봤다. 

 

Gucci, Technical jersey sportswear pants with Web

길고 복잡한 이름이지만 그냥 Web 스트라이프가 옆단에 정직하게 박힌 트레이닝 팬츠다. 

 

양쪽 사이드에 넓게 자리 잡은 그린-레드 조합의 웹 스트라이프가 포인트이며, 허리에는 드로스트링이 있어 조절이 간편한 전형적인 ‘츄리닝’. 

 

바지의 통이 그리 넓지 않은 편인데 하단의 발목 쪽에 지퍼가 달려있어 편하게 잘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서 입은 지가 조금 되었는데, 입고 돌아다녔더니 이번에도 슈이가 한마디 얹는다.
동네 중학생들 체육복 같다고.
반박해 보려고 했지만 돌아다니는 애들 보니 정말 비슷하네?;;

 

Gucci, Grey Tailored Pants

또 다른 하나는 조금 더 정중한 느낌의 테일러드 팬츠. 
이것도 구입한 지 조금 되었는데 입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아주아주 두껍고 따뜻한 바지라서 이번 겨울에는 이미 입기 글렀다고 보면 되겠다. 

 

사진에서도 느껴지는 엄청난 두께감. 
울과 캐시미어 혼방이라 촉감은 굉장히 부드러운 반면 두께가 워낙에나 두꺼워 가볍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앞쪽에 원 턱 플리츠(One-tuck Pleats)가 자연스럽게 바지 앞단의 라인과 연결되면서 클래식한 무드와 함께 여유로운 착용감까지 만들어 준다.  
아.. 엄청 추웠던 지난달에 입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연말에나 다시 추워지면 열심히 입어봐야지.. 

 

유행은 계속 변하고 내 몸도 변하지만 좋아하는 옷을 골라 오래도록 함께하는 일은 꽤나 즐겁다. 
지금 구입한 이 바지들도 십 년 후에 또 꺼내 입을 수 있는 애정 담긴 아이템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