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한 지 아직 일 년도 되지 않은 초짜라서 그런가, 목공을 하다 보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게 바로 안전이다. 
특히 수압 대패(Jointer)나 테이블 쏘(Table Saw)처럼 무시무시한 톱날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기계 앞에서는 아직도 긴장이 되고 무섭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제작 가구 사장님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히려 다치는 건 그 긴장감이 떨어졌을 때 다친다고 하긴 하더만.. 

특히 수압 대패는 목공방 선생님께서도 워낙에 처음부터 겁을 많이 주셔서 그런지 늘 긴장을 빡 하고 다루게 되는데, 
저 이름의 ‘수압’이 뭔가 물의 압력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손으로 눌러서 작동하는 ‘수압(手壓)’이라서 평이 맞지 않는 원목 부재를 대패 날 쪽으로 꾹 눌러서 평을 맞추는 기계이기 때문에 자칫 손이 끼어들어가면 걷잡을 수 없이 큰 부상을 입는다고 한다. 

테이블 쏘나 밴드 쏘 등의 톱날도 물론 무섭지만 톱날은 ‘잘려 나가는’ 사고를 당하게 되는 반면 넓은 면 위로 누르는 수압 대패의 특성상 손가락 등이 끼어들어가면 ‘말려들어가서 으깨지는’ 사고를 당하니 무서울 수밖에. 
그래서 이런 목공장비를 사용할 때는 말려들어갈 상황에 대비해 장갑도 사용하지 않는다. 

어쨌든 무서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그래서 보통 날물에 손이 바짝 가게 되는 경우라든지 폭이 좁은 부재를 이용할 때는 내 손이나 손가락들을 대신해 줄 ‘대역’을 사용하게 되는데, 보통 이런 도구들을 ‘푸쉬 스틱(Push Stick)‘이나 ‘푸쉬 블럭(Push Block)‘이라고 부른다. 
손을 대신해서 나무판을 기계 쪽으로 밀어 넣어주거나 정반(定盤/평평하거나 수직이라고 가정하는 기준면)에 바짝 붙이는 역할을 하는 이 도구들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부터 손을 안전하게 해주는 필수적인 도구. 

 

Rockler, D-Handle Narrow Push Block

Rockler(락클러)는 이전 목공 관련 포스팅에서 목공 도구들의 컬러 배색을 이야기하면서 언급한 적은 있지만 제품을 직접 다루는 건 처음인 것 같다.

Rockler Woodworking and Hardware 라는 이 회사는 1954년 노턴 락클러(Norton Rockler)가 설립한 벌써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직 미국 목공계의 고인물 브랜드. 목공인들이 필요할 만한 것들을 웬만하면 다 만들어 파는 느낌? 이것저것 막 사다 놓는 것보다는 가능한 선에서 세트 구성을 하고 싶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

게다가 자체 브랜드의 공구만 제작해 파는 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취급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서랍 레일이라든지 문고리, 각종 지그(Jig), 정리용품 등.. 정말 너무 사소한 것들까지 다 만들어 판다. 
무엇보다 세트 구성을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컬러의 통일성 면에서 이 ‘락클러 블루’ 컬러는 나름의 확고한 방향성이 있어서 좋다. 

라이트 그린의 Festool(페스툴)이  목공 장비와 전동공구 파트를, 
강렬한 레드의 Woodpeckers(우드페커스)가 정밀 측정도구를, 
블루 컬러의 Rockler(락클러)가 목공방에서 필요한 나머지 잡다한 도구들을 맡으면 되겠다. 

 

제일 먼저 꺼낸 건 이 제품.
D-Handle Narrow Push Block은 이름처럼 손잡이가 ‘D’자 형태라 잡았을 때 안정감이 좋다. 
‘Narrow’라는 이름값하느라 폭은 또 좁게 디자인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묵직하다??
목공방에서 사용하던 일반적인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의 플라스틱을 상상했던 건지 처음에 상자를 들어보고 깜짝 놀랐을 정도. 
상자를 열어보니 위 사진에서 보이듯 아래쪽에 금속 거치대가 포함되어 있어서 무거웠던 것. 아유 깜짝이야. 

전체 길이는 304.8mm
폭은 15.9mm
높이는 196.9mm 정도 되며,

무게는 방금 측정해 보니 거치대 포함 799g 정도. 본체만은 413.7g 되겠다.
거치대가 무거운 건 맞는데 본체만도 그리 가볍지는 않네.

 

바닥면에 미끄럼을 방지하면서 부재를 잡아주는 고무바닥이 달려있는 모습. 

 

뒤쪽에 달린 테일 훅(tailhook)은 스프링 형태로 달려있어서 위에서 누를 때는 쏙 들어가서 역할을 안 하다가, 아래쪽에 걸리는 게 없으면 튀어나와서 뒤쪽에서 부재를 진행 방향으로 밀어주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고무 오버 몰딩 처리된 각진 D형 손잡이는 날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손에 쥐었을 때 안정적이고 편안한 그립감을 제공해 준다. 
목공방에서 사용하는 푸쉬 스틱은 아무래도 여러 명이 사용하다 보니 톱날에 닿기도 하고 낡기도 해서 그냥 막대기 같은 느낌인데 기능적으로 제대로 된 푸쉬 스틱을 보니 뭔가 새롭네. 

 

Bench Dog, Pocket Push Stick

목공방에서 사용하는 뻔한 막대 형태의 푸쉬 스틱을 찾다가 Rockler에서 구매한 제품인데, 손에 받을 때까지도 락클러 제품이 아닌 줄 몰랐다. 
어쩐지 파란색이 안 쓰였더라니.. 
락클러 제품들에 미묘하게 오렌지색도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이것도 당연히 락클러 제품인 줄.

Bench Dog라는 브랜드인데 아마도 락클러의 산하 브랜드인 것 같다. 
이름처럼 사이즈가 컴팩트해서 기동성이 좋다. 주머니에 꼽고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하라고 하는데.. 푸쉬 스틱을 굳이 주머니에??

 

Rockler, Push Block XL

위의 두 제품이 Push ‘Stick’ 이었다면, 이 제품은 Push ‘Block’ 이다. 
나는 아직 사용해 본 적 없는 형태의 도구이지만 아마도 주로 넓은 판재를 작업할 때 사용하는 것 같다. 
푸쉬 블럭 자체의 면적이 넓으니까 아래로 누르는 힘을 골고루 분산시킬 수 있어서 활용도 면에서 좋을 것 같다. 

긴 방향이 대략 200mm 정도에 폭이 90mm 정도인데..
이게 XL 라고까지 부를 크기인 건가?

 

 

바닥에는 초강력 그립력을 제공하는 흠집 방지 고무 패드가 달려있다. 
뭔가 이 고무 재질이 특허를 받은 소재라고 하는데 Rockler의 Bench Cookies 라는 제품에도 쓰였던 소재이며 어떤 어워즈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다고.. 

 

손잡이는 고무 오버 몰딩 처리되어 있어 그립감이 훌륭하고,
정면에서 보면 한 쪽으로 15° 각도로 기울어져 있어 손으로 잡았을 때 좀 더 편안한 느낌. 

왠지 이 푸쉬 블럭으로 수압 대패질을 하게 되면 부재가 덜덜거리지 않게 꽉 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

 

목공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보면 “그냥 작대기로 밀면 되는 거 아냐?” 하겠지만 의외로 목공인들은 이 푸쉬 블럭이나 스틱에 진심이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자신만의 푸쉬 스틱을 직접 만드는 영상도 꽤 많을 정도. 
아무래도 안전에 관련된 제품이기도 하고 본인 손을 대신하는 도구이니까. 
어쨌든 여러 목공인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면 이유가 있겠지.. 

허접한 것들을 하도 많이 사놔서 아직 뜯지도 않은 락클러 제품 박스들이 줄을 서 있는데, 조만간 하나씩 다 꺼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