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 작업이란 게 너무너무 재미있는 반면 쉽지만은 않다. 

어려서부터 뭔가를 뚝딱거리며 만드는 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특별히 잘하기도 하는 편이라서,  
처음에 목공을 시작하면서는 막연한 자신감? 같은 게 있었다.
실제로 목재나 목공 도구를 만져본 적은 없지만 영상도 워낙에나 많이 찾아봤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도 밥 먹듯 했기 때문에 손재주가 좋은 편인 내가 시작만 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쭉쭉 뽑아낼 거라는 생각도 했더랬다. 

아.. 이게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나.. 
목공방에 갈 때마다 전에 배웠던 내용이 싸그리 리셋되었고, 내 팔과 손가락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갓 태어난 어린 동물마냥 삐걱거리기를 수개월. 

드디어,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번에 만든 가구는 우리 집 강아지 ‘썸머’를 위한 낮은 침대 겸 의자.
Sketch UP을 통해 다양한 형태, 침대를 만들고 고치고를 반복해 최종 10개의 디자인으로 추렸고 그중에서 최종 결정된 모델은 위와 같다.

종의 특성상 슬개골 부위가 약하고 기본적으로 몸도 작아서 높은 의자에 오르내리는 건 시키지 않는 우리 썸머. 
집안 곳곳에 강아지 침대며 매트가 놓여 있지만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앉아있으면 굳이 자기도 소파 옆에 와 있곤 하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 사용하던 카리모쿠 키즈 체어에 좁은데도 꾸역꾸역 올라가 있는 게 안쓰러워 만들기로 한 아이템이다. 

 

일단 강아지 침대인데 그냥 원목으로만 만들면 딱딱하고 불편할 테니 매트를 깔아야 하는데, 
디자인도 예쁘고 두께나 크기도 적당한 뭔가를 찾다가 눈에 들어온 제품은 바로 HAY의 Type Chair용 시트 쿠션. 
네모 반듯한 타입 체어에 맞춰 제작된 쿠션이라 두께나 사이즈도 내가 생각하던 것과 비슷하고, 
HAY 특유의 정갈한 스트라이프 디자인에 발수 마감 처리도 되어있어 강아지 쿠션으로도 딱이다! 

 

제품은 네 가지 종류의 컬러와 패턴으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진한 오렌지 컬러에 스트라이프가 있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정했다. 
붉은색 계열임에도 UV 저항성이 높은 코팅으로 오랫동안 색상이 바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고. 

디자이너는 덴마크의 ‘Jonas Trampedach’. 

 

VA26-03 ‘Pet Step-Bed’.

지난 VA26-01(링크) 이후 02번 작업이 블로그에는 기록하지 않았는데,
소소한 작업으로 간단하게 얼른 만들어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사진도 없다. 

제품은 VA26-02 ‘Magnetic X-Trivet’
자석이 들어가 냄비 밑에 찰싹 달라붙는 X자 형태의 냄비받침을 똑같은 사이즈로 두 개를 만들어 이미 우리 집 주방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VA26-03 ‘Pet Step-Bed’의 구조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간결한 프레임을 기초로 한다. 
쿠션이 놓여지는 넓은 상판은 결국에 가려지기 때문에 드러나는 건 프레임뿐. 
게다가 그 프레임은 네 개의 다리에서 같은 두께로 그대로 올라와 꺾여 위쪽에서 서로 연결된다. 
뒤쪽은 손잡이로서 잡고 위치를 이동할 수 있는 역할, 
그리고 팔걸이처럼 보이는 양쪽은 쿠션을 좌우에서 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프레임이 기본 구조이기도 하면서 디테일이기도 하면서 기능적인 역할도 하게 되는 것.

 

네 다리로 꺾여 내려오는 부분은 모두 ‘브라이들 조인트(Bridle Joint)’ 방식을 썼고, 
앞쪽 다리가 뒤쪽 다리 중간에 결구되는 방식은 ‘웻지드 테넌(Wedged Tenon)’ 방식으로 만들었다. 
‘브라이들 조인트’의 경우에는 국내에서 부르는 이름은 정보가 너무 혼재되어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웻지드 테넌’의 경우는 ‘관통 벌림쐐기 장부’라고 부르는 것 같다. 

짜맞춤 가구는 구조적으로 단단하기도 하지만 일단 예쁘기도 예뻐서 마음에 든다. 

 

앞쪽 다리에서부터 쭉 같은 두께로 올라와 뒤쪽까지 이어지는 메인 프레임과, 
뒤쪽 다리에서부터 쭉 같은 두께로 올라와 서로 만나는 손잡이 프레임까지. 
널찍한 판재가 보이거나 해서 나무의 존재감을 확 드러내지는 않지만 강한 컬러의 쿠션 옆에서 은은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월넛의 묵직함이 마음에 든다. 

 

앞, 뒤쪽에서 쿠션을 잡아주는 스커트 역할의 판재도 보여지는 앞면의 두께를 다른 프레임들과 똑같이 맞추어서 통일감을 주었다. 

 

네 군데의 곡면을 동일하게 가공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패턴 비트를 이용해서 옆면을 깎아내는 과정을 경험했다. 
앞선 포스팅(링크)에서 살짝 언급했던 방식인, 얇은 나무 합판을 원형으로 잘라낸 다음 양면테이프로 부재에 고정하고 패턴 비트로 깎아내는.. 
다행히 마음에 들게 일정한 곡률이 잘 만들어졌다. 

짜맞춤 형태를 의도적으로 외부로 드러내 원목 특유의 멋스러움이 강조된 것 같다. 

 

역시나 바로 현장 투입. 

썸머가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 긴장되는 마음으로 들고 올라간 모습.

 

오!! 너무 좋아한다. 
어떻게 딱 지껀 줄 알고 바로 뛰어올라가는 썸머.

기존에 사용하던 오일에 비해 냄새가 덜 나는 제품을 써서 그런지 확실히 새 가구 냄새도 덜 나서 그런지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싸이즈도 너무나 딱이고.

와.. 
썸머야 너가 좋아해서 너무 다행이다.
나도 마음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