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을 하기 전에는 ‘Sanding(샌딩)‘이 이렇게 의미 있는 작업인지 몰랐다.

지금 내 방에 레고 조립 테이블로 사용하고 있는 제품인 ‘Fritz Hansen(프리츠 한센)’의 Essay(에세이) 테이블은 신혼에 구입해 사용하던 제품이니 이미 사용한 지가 15년이 넘은 것 같다. 
신혼집에서는 서재에 두고 커피를 마시거나 노트북을 가져다가 간단히 업무를 할 때 사용하는 용도로 시작해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면서 익스텐션을 연결해 식탁으로 사용을 하기도 했었다.
월넛 원목의 테이블인데 아무래도 식탁으로 사용을 하다 보니 물이나 기름이 닿는 경우가 많아 10년 정도가 지났을 때는 표면이 처음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목 테이블의 특성상 연식에 비해서는 그리 낡아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얼룩마저도 자연스러워 사용하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다 전문 업체를 불러 샌딩과 오일링을 진행했었는데 이게 웬걸!! 상판 한정으로는 완전히 새 테이블이 되어서 나타났다! 
검은색으로 된 테이블 다리는 아무래도 의자와 부딪히고 하면서 찍힘과 스크래치가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 정도. 

당시에는 엄청나게 놀라운 결과였다.
물론 지금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목공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지금에 와서는 그 과정이 대충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좀 다르달까. 

샌딩은 단순히 나무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과정 그 이상이다.
결합이 끝나고 형태가 잡힌 가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마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하게는 샌딩이 표면을 부드럽게만 하는 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잘못하면 일부러 날카롭게 세워둔 각이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정밀하게 잡아둔 평(平)을 망가뜨리기도 하고, 힘을 잘못 주면 표면이 파이거나 스크래치가 남기도 한다. 

 

Festool, ETS EC 150/5 EQ Eccentric Sander (576336)

그렇게나 중요도 높은 샌더를 구입하는 데에 있어서 목공 초짜로서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페스툴의 이사님께서 추천을 해주신 제품이 바로 이 제품. 
ETS EC 150/5 EQ Eccentric Sander.

이름을 먼저 분석해 보면, 
카본 브러시가 없는 EC-TEC Brushless Motor(EC-TEC 브러시리스 모터)를 채택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본체의 높이가 낮아 안정적인 핸들링이 가능하다. 
150/5는 원형 샌딩 패드의 지름인 150mm와 표면 샌딩용 5mm 샌딩 스트로크 제품. 
EQ는 전자식 속도 제어와 탈착식 플러그 잇 케이블이 적용된 제품임을 나타내고,
Eccentric Sander(편심 샌더)는 일반적인 회전 운동에 불규칙한 궤도를 더해 무작위(Random) 궤적을 그리게 되어 나무 표면에 샌딩 자국을 남기지 않도록 만들어진 방식이다. 

 

내용물이 너무 심플하다. 
본체와 케이블, 그리고 육각렌치 하나?

꼴랑?

 

기계 자체도 굉장히 심플하다. 
도미노 같은 애들을 보다가 봐서 그런가 조작할 게 거의 없는 구조.

페스툴 샌더 중에는 외형으로는 이것보다 더 멋진 제품들이 여럿 있었는데, 추천해 주신 페스툴 이사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샌딩은 도미노나 트리머 작업처럼 짧게 하고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단계를 밟아가며 비교적 오랜 시간 작업을 지속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배터리 교체나 출력 저하 걱정 없이 일관된 성능을 내주는 유선 모델을 첫 번째 메인 샌더로 하는 게 좋다는 의견, 추후에 두 번째로 샌더를 추가한다면 그때 무선 제품을 들이면 좋겠다고 하셨다. 

맞는 말씀인 것도 같고 직접 샌딩을 꽤나 해본 입장에서 공감도 되어서 골랐는데  무게가 고작 1.5kg 정도로 매우 가벼워 정말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옆쪽에 달린 연두색의 다이얼은 전원 버튼을 제외한 유일한 조작부인 속도 제어 다이얼. 
6,000 ~ 10,000min 의 범위 내에서 속도를 설정할 수 있다. 

제조사피셜 제안하는 조절 휠 단계는 아래와 같다.  
최대 마모 샌딩 작업이나 노후 페인트를 벗겨내는 작업 등에는 5~6 단계.
일반적인 목재 샌딩이나 모서리 작업, 프라이머 처리된 목재 표면 마무리 작업 등에는 4~5 단계.
하드 우드 모서리, 베니어 모서리 샌딩, 부식된 표면을 문질러 닦아내는 작업 등에는 3~4 단계. 
도장 작업 시 부식된 표면 중간 샌딩, 샌딩 플리스를 이용한 천연 목재 창문의 홈 청소 작업 등에는 2~3 단계.
부식된 모서리 샌딩 작업, 열가소성 플라스틱 샌딩 작업 등에는 1~2 단계. 

뒤쪽에는 전원 플러그 잇 케이블과 집진장치를 연결하는 연결부가 위치하고 있다.

 

위쪽 널찍한 손잡이 앞쪽으로 전원 버튼이 크게 달려있는데 그립감이 상당히 좋다. 
손잡이가 낮아 바닥에 깔리는 목재 간의 간격이 좁다 보니 기계를 대고 있는 느낌이 덜 들어 좋다. 
물론 케이블과 집진 호스를 연결하면 아무것도 달리지 않은 지금보다는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겠지만 그래도 크게 작업 동선에 방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샌딩 패드 쪽에 구멍을 통해 집진기로 목재 먼지가 빨려 들어가기 때문에 원형 사포를 붙일 때는 구멍에 잘 맞춰 붙여야 한다. 
그 안쪽으로는 견고한 카바이드 소재의 샌딩 패드 브레이크가 달려 공회전과 과회전을 방지해 준다고. 

 

단계별로 샌딩 페이퍼가 잔뜩 들어가 있는 시스테이너 세트(D150 GR SYS)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그건 천천히 사야겠다. 
나중에 작업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야 어떤 사이즈의 시스테이너가 필요한지 알게 될 것 같아서..

 

페스툴의 집진 성능이 엄청 뛰어나다고 해도 기계로 샌딩을 하다 보면 고운 나무 가루가 범벅이 되곤 하는데,
지금이 이 샌더의 말끔한 모습을 보는 마지막이 아닐까? 
앞으로 계속될 나의 목공 과정에서 함께 먼지투성이가 될 나와 이 녀석이 보여줄 합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