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에서 샌딩이라 하면 보통은 강력한 모터가 도는 원형 샌더나 오비탈 샌더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목공 작업을 해보니 구석구석 손으로 샌딩 마감을 해야 하는 순간들을 생각보다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데, 넓은 면을 기계로 다 밀고 난 뒤의 미세한 마감이나, 기계가 닿지 않는 구석구석, 혹은 기계로 하기에 부담스러운 좁은 면 등은 그때마다 손으로 직접 세심하게 마감해야 한다. 

재작년쯤 아이들과 집에서 3D 펜을 열심히 갖고 놀았던 때(링크)가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막상 3D 펜으로 하는 작업 자체보다는 엄청나게 열심히 사포질만 했던 기억이다. 그때만 해도 목공을 하기 전이라 프라모델용 샌딩 스틱을 사다가 열심히 문지르고 또 문질렀었는데 아무래도 힘도 잘 안 받고 원하는 대로 깔끔하게 샌딩이 되는 느낌이 아니라 답답함이 있었더랬다. 

최근 목공용 샌딩 툴들을 검색하다 보니, 스케일이 프라모델용과는 차이가 있지만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의 샌딩 도구들의 존재들에 꽤 흥미가 생긴다. 
뭔가 아직은 아는 게 별로 없어 딱 떠오르지는 않지만, 조금만 아는 게 많아진다면 뭔가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도구들. 

일단 이번에는 내가 목공 수업을 받으며 써봤던 제품, 그리고 어떻게 쓸지 감이 오는 제품 몇 개만 추려서 구입을 해봤고, 그것에 대한 기록을 해보려 한다. 

 

Festool, HSK Sanding Block Hard (495966) / HSK Sanding Block Soft (495965)

지금 다니고 있는 목공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딱 그 형태의 핸드 샌딩 블럭.

이 형태의 제품이 페스툴에서도 나온다는 걸 알았는데 페스툴로 안 맞출 수는 없지!  
그런데 이 페스툴 샌딩 블럭은 국내에서는 파는 곳을 찾기가 영 힘들다.
파는 것처럼 보여서 주문을 해도 재고가 없다고 연락이 와서 취소 당하기를 세 번쯤 했나? 결국 해외 직구로 구입을 해 데려오게 되었다. 
왜 이렇게 구하기가 까다롭나..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제품 자체가 너무 뻔한 형태인데다가, 특별한 기술이랄 게 없는 구조라서 그런지 손쉽게 구하는 중국산 제품들을 사용하는 모양이다. 

 

이 두 제품 모두 지름 150mm의 원형 사포(샌드페이퍼)를 붙여 사용하게 되는 제품. 
굳이 원형인 이유는 전동 샌더와 사포를 공유하기 위함인데,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StickFix 라는 벨크로 같은 재질을 이용해 사포를 손쉽게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제품명을 정확히 하자면 위 사진의 하드타입은 HSK-D 150 H (495966), 나머지 하나는 HSK-D 150 W (495965) 으로 소프트 타입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두 개를 굳이 포장부터 다르게 만들어놨다. 

 

흔히 쓰는 컴퓨터용 싸구려 마우스처럼 생긴 이 샌딩 블럭은 아주아주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형태라 알리 익스프레스만 해도 수십 가지가 나온다. 
제품명에 HSK가 뭔가 해서 찾아보니 Handshleifklotz 라고 하는데.. 처음 보고 한영 변환 잘못한 오타인 줄? 

Hand (Hand) + Schleif (Sanding) + Klotz (Block)
페스툴이 독일 브랜드라 핸드 샌딩 블럭을 HSK 라고 표시한 거라고. 

그런데 막상 받아서 손에 쥐어보니 솔직히 좀 허탈하달까.. 
물론 페스툴 특유의 깔끔한 만듦새는 있겠지만, 페스툴의 그린 컬러조차 일절 찾아볼 수 없는 시커먼 녀석을 보고 있자니..
주문취소를 여러 차례하고 해외에서 직구까지 할 정도였나? 하는 공허함이.. 

 

Rockler, 5” Foam Hand Sanding Blocks

이게 다 미국의 야드파운드법 때문이다! 

아직은 인치 단위가 익숙지 않고, 목공 도구들이 제각각 어디는 mm, 어디는 inch가 혼재되다 보니 잘 못알아보고 엉뚱한 제품을 구입해버렸다. 
내가 구입해야 하는 제품은 150mm(대략 6인치) 제품인데 이건 5인치짜리. ㅠ_ㅠ) 

 

락클러 제품들 쇼핑을 하다가,
“어, 락클러에서도 샌딩 블럭이 나오네, 게다가 고유의 파란색으로?”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주문을 넣었는데 이게 5인치용일 줄이야. 

이걸 쓰자고 125mm 샌드페이퍼를 따로 구비해두기도 뭐하고.. 
에이 망했네. 

그래도 어쩄든 귀엽긴 하네.

 

Rockler, Angled Contour Sanding Grips / Round Contour Standing Grips

하나는 각진 프로파일용 샌딩 그립, 또 하나는 곡면을 위한 샌딩 그립이다.
모두 NBR(Nitrile Butadiene Rubber)이라고 하는 재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보통 ‘니트릴 고무’라고 부르는 합성 고무의 한 종류로, 내마모성이 좋고 내유성(기름에 잘 견디는)도 뛰어나 위생장갑이나 오일 호스, 개스킷 등에 사용된다고. 

 

Angled Contour 제품은 일정 각도(30°, 45°, 60°, 75°, 90°)로 가공된 안쪽 코너부, V자 홈 가공 부위 등에 사포질을 할 때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1/4 규격 사포가 딱 맞게 만들어진 사이즈라고 한다. 

 

source : rockler

이런 식으로 개별 그립에 사포를 감싸서 세밀한 가공을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런 도구가 없이 큰 사포나 일반 샌딩 블럭을 들이밀었다가는 엣지 부분이 전부 뭉개지게 된다.

 

Round Contour 제품은 1/4”, 3/8”, 1/2”, 5/8”, 3/4”, 7/8” 이렇게 총 6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각으로 표시된 각각의 지름의 오목(Concave)과 볼록(Convex) 양방향 구조로 만들어져 둥근 몰딩이나 환봉은 물론 라운드 가공된 여러 부위에 적절히 사용하면 꽤나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source : rockler

라운드 제품도 사용법은 같다. 
위 이미지처럼 목공용 선반 작업에도 당연히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흔히 많이 사용하는 트레이의 손잡이 부분이라든지 라우터 등으로 둥글게 파낸 부분의 안쪽을 정확한 곡률로 샌딩을 하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겠다.

 

Rockler, Extra-Large Sanding Stick, 3-Pack

직사각형 막대 형태로 된 대형 샌딩 스펀지 스틱. 
이런 길쭉한 막대 형태의 샌딩 스틱은 은근히 사용할 일이 많다. 
자주 사용하게 되는 120방, 180방, 220방 이렇게 세 가지 구성으로 되어 있어 꽤나 유용하게 쓸 것 같다. 

 

매우 날카로운 연마재와 새로운 코팅 기술로 제작되어서 막힘 방지 특수 처리(Resist Clogging)가 되어 있어 일반 사포보다 오래 사용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물로 헹궈서 여러 차례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Cera Grit, 6″ Cera Grip

내가 목공 관련 제품을 하도 찾아봐서 그런지 인스타그램에 알고리즘이 인도한 광고가 떠서 알게 된 제품. 
해외에(특히 북미) 워낙 이런저런 목공 도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능력자들이 많아, 이것도 당연히 미국 제품이겠거니 하고 봤는데,
오!! 우리나라 제품이네??
그럼 무조건 하나 사줘야지!

 

1년 8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국내의 수많은 목수, 페인트, 필름 시공 작업자분들의 경험들이 담겨 만들어졌다는 샌딩 블럭. 
일단 패키지부터 대충 만든 중국제 샌딩 블럭들과는 다르다. 

 

기존의 일반적인 샌딩 블럭이 평면 부분만 제한적으로 샌딩을 할 수 있었다면,
이 제품은 하나의 제품으로 똑같은 150mm 원형 사포를 붙여, 평면, 직각, 모서리, 틈새까지 손쉽게 샌딩이 가능하다. 

제조사 세라 그릿에는 이 제품뿐만 아니라 5인치용, 9인치용도 별도로 판매하고 있었고 ‘크랩 그립’ 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샌딩 그립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막상 이 회사의 주력상품은 샌딩 블럭이 아니라 사포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세라 그립만 주문했을 뿐인데 서비스로 다양한 입자크기의 사포를 함께 넣어주셨다. 
아직 써보지는 않았지만 특수 가공된 세라믹 입자를 사용했다고 하니 뭔가 기대가 된다. 
서비스로 주신 건 홀이 없는 형태이지만 사이트에는 페스툴 샌더에 호환되는 것으로 보이는 49홀 제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성능이 좋다고 하니 나중에 따로 사서 써봐야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등고선 형태의 적층 라인이 보이는데, 3D 프린터로 출력한 것으로 보인다. 
손에 쥐어보니 정말 편하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게 너무 마음에 든다. 
내 손이 좀 큰 편인데도 잘 맞는 거 보니 장갑을 끼고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겠다 싶다. 

특히나 마음에 드는 포인트는 컬러. 
내가 좋아하는 칙칙한 오렌지색으로 된 샌딩 블럭이라니!!

판매되는 제품은 블랙, 블루, 오렌지 세 종류. 
블랙도 시크하고, 블루 컬러도 채도가 높지 않은 탁한 컬러라 괜찮았지만 살짝 톤 다운된 이 오렌지 컬러가 너무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국내 회사라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