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펜 가지고 놀기


날 닮아 기본적으로 뭔가 오물조물 만드는 걸 좋아하는 우리 애들이 평소 구독하고 있는 ‘사나고(SANAGO)’의 유튜브를 보면서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는지 작년인가 3D펜을 사달라고 하더라. 나도 옆에서 같이 영상을 보며 관심이 가기도 하고 궁금한 마음에 각각 한 세트씩 구입을 해줬는데 아니다 다를까 둘째가 더 관심이 많다. 

아무래도 뜨거운 열을 이용해 필라멘트를 녹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라 옆에서 지켜보며 안전 관리를 하고 있는데  며칠을 이것저것 만들어 보면서 재미를 붙이는 둘째와 달리 첫째인 아들은 금방 시들해져 게임을 하러 올라가버린다. 

아들이 두고 간 3D펜 세트를 가지고 나도 그렇게 창작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어쩌다 보니 지금은 몇 달째 내가 가장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 중. 
이런저런 방식을 통해 창작활동을 지속해오고 있지만 이건 또 뭔가 색다르고 재밌다!

 

처음 만든 소재는 역시나 우리 강아지 썸머.
내가 구입한 3D 펜은 PLA 필라멘트를 끼워서 출력하는 제품인데 어차피 왠지 우리 둘째도 썸머를 주로 만들 것 같아 흰색의 필라멘트를 잔뜩 구입해뒀다.

 

동글동글한 우리 썸머는 비숑 프리제(Bichon Frisé) 라는 종.
비숑은 주로 머리 전체를 동그랗게 깎거나 우리 썸머처럼 귀를 동그랗게 별도로 튀어나오게 하는 두 가지 타입의 미용을 하는 것 같다. 
늘 귀를 튀어나오게 자르는 썸머의 특징을 살리고 머리를 살짝 크게 해 첫 번째 창작물을 만들기로.

 

슈이가 보기엔 이마 쪽이 너무 툭 튀어나와있어 화난 것 같단다. 
약간 과장하긴 했지만 화난 것 같지는 않은데.
살짝 복고풍의 헤어스타일로 보이는 것 같긴 하지만…

 

PLA는 플라스틱과 같은 가벼운 소재인데다 내부가 텅텅 비어있어 전체적으로 굉장히 가볍다. 
50방부터 400방까지 차례로 사포질을 열심히 했더니 표면의 재질이 Play-Doh나 클레이, 지점토 같은 느낌이지만 들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머리와 몸통의 안쪽에 자석을 달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도록 제작해 봤다. 
사실 여러 포즈의 몸통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자석을 달았던 건데 하나 만들고 나니 사포질에 진이 빠져 파츠를 늘리는 일은 포기했다. 
대신 머리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돌릴 수 있게 된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처음 제작한 거라 머리를 여러 차례 잘랐다 붙였다를 하곤 했는데,
처음에는 통으로 만들었다가 눈을 나중에 붙이려니 원하는 느낌이 안 나와서 아예 머리 상부와 하부를 따로 만들고 길쭉하게 만든 눈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수정했다.
꽤나 공이 많이 들어간 포인트이지만 육안상으로는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

 

이런 식으로 고개 회전이 가능하다.
썸머에게 말을 걸면 늘 고개를 갸우뚱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기능.

 

지금은 거실 콘솔 위 디퓨저 옆에 두었는데 은근 저 위치가 잘 어울린다. 

 

두 번째 창작물은 가장 최근에 완성한 썸머 베이스볼 캡.

닥터 슬럼프(Dr. SLUMP/Dr.スランプ)의 ‘노리마키 아라레(ARALE/則巻 アラレ)’의 특징적인 날개 모자를 컨셉으로 한 창작물이다. 

 

아크릴 물감으로 컬러링을 하기 전에 완전하게 아라레의 모자처럼 핑크로 칠할까를 살짝 고민하다 왠지 모르게 촌스러울 것 같아서 하늘색을 칠해봤는데 꽤 마음에 든다.

앞쪽에 크게 써진 ‘SUMMER’ 레터링은 각각의 글씨를 만들어 갈아낸 후에 다시 옆쪽에 필라멘트로 쏴가며 하나하나 붙인 결과물.
컬러링 도구가 애들이 쓰던 허접한 붓밖에 없어 삐뚤빼뚤하게 칠해지면서 생각처럼 깔끔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공이 많이 들어간 부분이다. 

 

앞쪽 챙의 엣지 부분이라든지 글씨, 글씨 테두리까지 모두 입체로 형태를 잡아가며 인두질을 하느라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그러다 보니 내부가 꽉 찬 부위들이 늘어가며 무게가 처음보다 많이 무거워졌다. 다행히 날개 부분은 안쪽이 텅텅 빈 상태.

 

분명히 처음 제작을 시작하면서 기본 형태를 가지고 썸머의 머리에 씌워보며 실측을 진행했었는데…
요즘 건강상의 이유로 미용을 몇 개월 안 보냈더니 털이 잔뜩 쪄버려서 모자가 잘 안 들어가고 붕 뜬다. ㅠ_ㅠ)

 

나중에 미용 예쁘게 하고 나면 다시 찍어줄게.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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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천안대군

    오 샌더로 갈아낸 느낌이 꽤 산업적으로 보이네요

    • vana

      vana

      정말 3D펜은 사포질로 완성하는 것 같아요.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재밌고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좋아서 하기는 하는데 사포질을 하면 할수록 3D 프린터로 출력하고 싶어지네요.
      물론 3D 프린터로 출력해도 사포질이 빠지지는 않겠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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