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에서 남자들이 집안일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표현할 때 보통 망치를 들고 다니곤 했던 것 같다.
액자를 걸거나 전구를 갈거나?
가정적인 남편이나 아빠의 모습을 표현하는 스테레오 타입이려나?
그런데 막상 난 집에서 망치를 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우리 집에 그동안 망치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목공을 배우기 전에는 손에 쥐어 보지도 않았던 망치인데, 목공을 배우는 지난 일 년 정도의 과정에서는 망치를 꽤나 많이 사용했다.
기본적으로는 접착제를 바르기 전 가공이 끝난 부재들의 가조립 과정에서 때려서 끼워 본다든지,
끌질을 할 때 부재의 잘라낼 부분에 끌 끝을 대고, 뒷부분을 강하게 때릴 때라든지,
접착제를 붙이고 클램프를 물려서 고정한 후, 부재끼리의 미묘한 단차를 맞추기 위해 두드리는 경우 등을 매번 마주하곤 했다.
흔히 망치라고 하면 하나의 공구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은 크게 해머(Hammer)와 말렛(Mallet) 정도로 나뉜다.
해머는 금속 헤드로 강한 타격을 주는 공구이고, 말렛은 나무나 고무, 우레탄, 플라스틱 같은 재질을 사용해 재료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힘을 전달하는 공구다. 목공에서는 못을 박는 일보다 부재를 맞추고 조정하는 일이 많다 보니, 일반 해머보다 말렛을 사용할 일이 훨씬 많다.

이번에 구입해서 기록하게 된 Woodpeckers의 Polycarbonate Round Mallet 역시 그런 목공용 말렛의 한 종류.
지난번에도 Woodpeckers의 Dead Blow Hammer Model 1을 구입해서 기록(링크)한 적이 있었는데, 이건 그 이후에 나온 신제품.
출시 소식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예약 주문을 넣었는데, 프리 오더 치고는 생각보다 빨리 배송이 되었다.
(기록은 지금 하지만 받은 지는 꽤 된 제품)

Woodpeckers, Polycarbonate Round Mallet Black w/Rack-It
이 제품은 이름 그대로 헤드가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진 말렛.
폴리카보네이트는 투명하고 단단한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충격에 강한 소재로 알려져 있다.
우드페커스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전투기 조종사를 보호하는 데에도 사용된 소재라고.
이 설명만 보면 뭔가 괜히 과장된 광고 문구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폴리카보네이트는 금속처럼 단단하게 찍어칠 수 있는 소재는 아니지만, 고무나 우레탄처럼 크게 튕기지도 않는다.
충격을 받으면 아주 약간 변형되면서 힘을 받아내되 쉽게 깨지지 않는다.
금속 해머보다는 부드럽고, 고무나 우레탄 망치에 비해서는 훨씬 단단한 타격감을 기대할 수 있겠다.

이번 폴리카보네이트 말렛은 투명한 클리어(Clear) 컬러와 블랙(Black) 컬러, 두 가지 색상으로 제작, 판매되었다.
공식 설명상 성능은 완전히 동일하고, 가격도 같다.
처음 봤을 때부터 무조건 레드+블랙의 조합으로 가야겠다 생각을 해서 클리어 컬러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주문을 넣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클리어를 샀었어야 했나.. 싶은 후회가 약간 든다.
공식 사이트의 사진과 달리 이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진 헤드(?) 부분이 누가 한참 쓰다가 준 것처럼 허옇게 되어 있는데 이건 뭔가 근본적으로 고쳐질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달까?
그래도 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강렬한 레드 컬러의 손잡이와의 조합이 아름다우니 그것대로 멋있긴 하다만.

헤드는 폴리카보네이트를 가공해 만들고, 손잡이는 항공기 등급 알루미늄을 가공한 뒤 빨간색 파우더 코팅으로 마감했다고 한다.
보통의 우드페커스의 레드라면 아노다이징 처리된 알루미늄인데 파우더 코팅 도장을 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여기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헤드와 손잡이의 결합 방식.
단순히 끼워 넣거나 접착한 구조가 아니라, 리브가 있는 스틸 테논이 공구 길이의 상당 부분까지 이어지는 구조라고 한다.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충격을 받게 되는 도구의 특성상 설계부터 꽤 고민을 한 듯 보인다.

이 제품 역시 Rack-It 이 함께 포함된 제품.
공구는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느냐도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특히 자주 쓰는 수공구는 서랍 깊숙한 곳에 들어가 있으면 안 된다.
한눈에 보이고, 바로 꺼낼 수 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Rack-It 시스템이 참 마음에 든다.
아직은 구입/개봉 단계라 실제 사용감은 모르겠지만, 얼른 개인 작업실을 제대로 갖춰서 이 말렛으로 두드리고 쳐서 타격감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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