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만든 작업물은 조형물 거치대.

지난번 만들었던 VA26-03 ‘Pet Step-Bed’를 만드는 중에 접착제를 바르고 중간에 작업 공정이 잠깐 붕 뜨게 되어서 급히 계획해서 만들게 된 작업물이다. 아무래도 제작 이전에 긴 고민이 들어갔던 게 아니라서 대단한 디테일이나 특징적인 포인트가 있는 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웠던 작업이었다. 

 

구조는 굉장히 단순하다. 
기본적으로는 기다란 사각 박스 형태이고, 자세히 보면 위아래가 뚫린 각관형태. 
위쪽에 올라갈 작품이 이미 정해진 채로 만드는 작업물이라 크기를 맞춰서 작업을 해야 했는데, 그 작품의 받침대까지 통으로 끼워 넣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중간에 얇은 합판으로 작품 받침대를 받치면 위쪽이 딱 정렬되게끔 만들면 되는 거라서, 거기까지만 놓고 보면 사실 그리 까다로울 일은 없었는데… 
작품과 한 세트인 기본 받침대의 사이즈가 정사각형이 아니네? 
차라리 완전히 직사각형이었다면 헷갈릴 일이 없었을 텐데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바람에 이리저리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VA26-04 ‘Display Column’

일단 재질은 월넛. 
길이가 길어서 서로 다른 두 장의 제재목을 가지고 만들었는데,
대패질을 해 놓고 보니 하나는 무늬가 딱 내 스타일, 또 하나는 구름처럼 뭉게뭉게한(?) 무늬라서 별로 취향은 아니었다. 
위 사진에서 윗면으로 올라간 쪽이 내가 좋아하는 무늬.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위 사진처럼 옹이가 있는 것도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 편인데, 그래도 무늬가 비교적 가지런하고 톤도 일정해서 꽤나 마음에 들었다. 

전에도 한번 언급했던 것 같은데, 거친 표면의 제재목 원판 상태에서는 안 보이던 무늬가 대패질을 하고 보면 스윽 하고 자기 본래 모습을 드러내는 그 과정이 참으로 매력적인데, 그건 좋은 무늬가 나왔을 때 이야기고.. 
생각지도 않은 얼룩무늬가 나와버리거나 시커먼 옹이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가 쏙 빠져버려 구멍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 완전히 가차폰이나 다름이 없다. 

 

이번에 고른 제재목 중에 하나가 안타깝게도 내가 싫어하는 무늬였다. 
사진에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싫어하는 무늬의 나무는 측면(마구리면)도 못생겼다. 
심지어 이번 작업물은 위에서 마구리면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ㅠ_ㅠ)

 

세워두었을 때 모든 방향에서 마구리면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길게 연귀맞춤을 했는데. 이렇게 긴 면에 연귀맞춤을 하려니 그것 또한 어려움이 많다. 

일단 날카로운 엣지 부분에서 선과 선이 만나게 되기 때문에 재단 오차에 굉장히 민감하고, 
다 만든 다음에도 트리머를 이용한 트리밍 작업을 하면 코너가 이상해져서 사포로만 마무리를 해야 했다. 
각이 살아있는 결과물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다행이긴 한데, 워낙 코너가 날카로워서 중간에 선반에 부재들을 올리다가 미끄러지는 부재를 별생각 없이 잡았는데 손이 깊이 베어버리기도 했다. 

접착제로 박스구조를 붙일 때도 네 코너를 고른 힘으로 잡아주기 위해 스트랩 클램프를 여러 개 이용했는데, 그것도 처음 사용해 보는 거라 버벅대느라 본드 굳는 시간에 쫓겨 꽤 진땀을 흘렸던 기억. 

나중에 내부에 손이 닿지 않기 때문에 오일링을 내부 면만 나눠서 한 것도 이 작업물에서 처음 겪은 귀찮은 과정. 

아.. 결과적으로 별거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 지나고 보니 여러 가지로 손이 많이 갔었구나..

 

지금은 내방의 한쪽 벽에 가깝게 위치해 두었기 때문에 누가 건드릴 일은 없지만, 혹시나 어딘가 통로 쪽에 두게 될 때를 대비해서 아래쪽에 끼워 고정할 수 있는 받침대를 따로 제작했다. 유격 없이 제작되었기 때문에 아래쪽에 끼우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세워둘 수 있게 된다. 

 

위에 올라간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의 작가 Xavier Veilhan(자비에 베이앙)Le Corbusier n°1 (르꼬르뷔지에 n°1 ) 이라는 작품. 
구 하우스(Koo House)‘에 전시되어 있는 자비에 베이앙의 르꼬르뷔지에 작품과 같은 형태에 각이 없이 둥글둥글하게 제작된 작품이다. 

작품조차도 목재인 ‘흑단(Ebony)’으로 만들어졌고, 그 받침도 단단한 오크 통나무로 만들어졌다. 
받침대는 위아래 양쪽으로 작품을 세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위쪽은 대각선으로 틀어서, 아래쪽은 반듯하게 세울 수 있게 홈이 파여있다. 

마구리면의 얼룩진 월넛이 좀 신경 쓰이지만…
그래도 뭐 오크-흑단-월넛, 그렇게 여러 재질이 만나는 위쪽에서 보이는 얼룩이라 그나마 덜 눈에 띄는 것 같다고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굉장히 멋스러운 실루엣. 

 

너무 옆에 이것저것 많아서 저기보다는 다른 어디에 더 어울리는 곳이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저기에 놔봤다. 

복도 끝이나 그런 데에서 핀 조명을 내리받으면 훨씬 더 어울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