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을 시작하기 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던 단어, 바로 “지그(JIG)”.
사전적 의미로는 작업을 돕는 보조 기구를 뜻한다는데, 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목공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너무나 당연하게들 빈번히 사용하는 단어네??
어쨌든 쉽게 말해 ‘누가 해도(여러 번 반복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가이드 해주는 틀?’ 같은 거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숙련된 목수가 아니더라도 지그만 잘 활용하면 정밀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비교적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다는 거.
이번에 구입해서 기록을 하려고 하는 이 아이템도 바로 그 ‘지그’ 중 하나다.


일주일에 큰 상자로 서너 개씩,
그중에서 우드페커스에서 오는 것도 일주일에 하나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우드페커스는 목공용 소도구나 측정 기구를 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무거울 일이 없는 게 보통인데, 이번에는 패키지 상태에서 일단 무게가 살짝 있고 내부에도 5개의 작은 박스로 소분되어 있는 나름의 빅 아이템.

Woodpeckers, Corner Jig Deluxe Set
화려하다 화려해.
일단 굉장히 마음에 든다.
잘 정리된 레드 알루미늄 아노다이징 지그 군단이 줄 맞춰 사열하고 있는 모습에 역시나 든든함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이 녀석은 이름 그대로 부재의 모서리(Corner)를 가공할 때 쓰는 Routing(라우팅) 전용 도구다.
라우터(Router)는 전에 Festool, OF 1400 EBQ-Plus(링크)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가장자리를 깎아내거나, 홈을 파거나, 구멍을 뚫고 모양을 내는 도구로 흔히 ‘목공의 꽃’이라고 불리는 장비.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라우터’를 ‘루터’ 혹은 ‘루터기’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전문적으로 목공 장비를 판매하는 곳들에서도 당연하게도 ‘루터기’라는 표현을 쓴다.
드라이어(dryer)를 드라이기, 믹서(mixer)를 믹서기라고 부르듯 기계 ‘기(機)’를 붙여 라우터기라고만 했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루터기’라니?? 저기요??
검색을 해보니 일본에서도 라우터를 ‘ルーター(루-타-)’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아.. 이것도 결국 일본에서 온 건가..
전에 갤러리 건축할 당시 현장에서 사용하는 일본어를 살짝 정리해 둔 적이 있었다.(링크)
뭐 현장에서는 워낙에나 일본어를 많이 사용하니까.. 아마 루터기도 거기서 온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다니고 있는 목공방에서 패턴 비트를 이용해 곡선으로 라우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얇은 합판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축으로 정반을 교체한 트리머를 돌려 원하는 사이즈의 원형으로 잘라낸 후 지그로 활용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배우는 과정이니까 재미있게 잘 했고, 결과물도 마음에 들게 잘 나오긴 했지만, 그 과정을 반복적으로 진행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
물론 내가 실행했던 방법도 나름 한 단계 진보된 방법인 것 같긴 한 게, 유튜브 등의 영상을 보면 부재를 밴드쏘로 적당히 자른 후 연필선에 맞춰서 샌더로 갈아 내는 경우도 많더라.

개인적으로 이 지그를 사용함으로 가장 만족스러울 것 같은 부분은 바로 이 베이스 플레이트에 있다.
고정 나사를 풀고 여러 가지로 제공되는 템플릿 중에 원하는 하나를 베이스 플레이트에 고정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코너 부분에 아랫면의 작은 턱이 걸리게 되고 그 상태로 라우팅을 시작하면 매끈한 측면 가공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내가 목공방에서 했을 때는 원형으로 잘린 얇은 합판을 양면테이프로 부재에 고정을 하고 라우팅을 했는데, 그렇게 되면 원형의 합판 템플릿이 직선 구간과 완벽하게 외곽선 정렬이 되었는지 확인이 잘 되지 않기도 하고, 직선에서 곡선으로 연결되는 부분에서 매끈하게 잘릴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물론 사람의 손끝이라는 게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만져봐서 정렬을 시키면 그 오차가 굉장히 적어서 나중에 샌딩 과정을 지나면 자연스럽게 마감이 되긴 하겠지만, 내 성격 문제인 건지 두루뭉술 맞았다고 치는 게 스스로 납득이 잘 안 간다.

Deluxe Set(디럭스 셋)으로 구입했더니 구성품이 꽤 화려하다.
구성품은 크게 네 분류로 나눌 수 있겠다.
(배송 왔던 내부 소형 박스가 정확히 그 분류로 나눠져 있었다)
베이스 플레이트.
그리고 벽에 걸어 정리할 수 있는 Rack-It.
라운드(Radius) 템플릿 16종.
모따기(Chamfer) 템플릿 6종.

전용 Rack-It에 순서대로 끼워둔 모습이 장관이다.
아.. 너무너무 예쁘다.
Radius (라운드 곡률)
1/8″ Radius → 3.18mm
1/4″ Radius → 6.35mm
3/8″ Radius → 9.53mm
1/2″ Radius → 12.70mm
5/8″ Radius → 15.88mm
3/4″ Radius → 19.05mm
7/8″ Radius → 22.23mm
1″ Radius → 25.40mm
1-1/8″ Radius → 28.58mm
1-1/4″ Radius → 31.75mm
1-3/8″ Radius → 34.93mm
1-1/2″ Radius → 38.10mm
1-3/4″ Radius → 44.45mm
2″ Radius → 50.80mm
2-1/4″ Radius → 57.15mm
2-1/2″ Radius → 63.50mm
Chamfer (모따기)
1/4″ Chamfer → 6.35mm
1/2″ Chamfer → 12.70mm
3/4″ Chamfer → 19.05mm
1″ Chamfer → 25.40mm
1-1/4″ Chamfer → 31.75mm
1-1/2″ Chamfer → 38.10mm
애초에 인치가 아니라 밀리미터였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목공에서 절대적 최강국인 미국이 야드-파운드법을 쓰고 있는 걸 어쩌겠나..
내가 곡선 가공할 일이 있으면 인치로 맞춰서 계획을 해야지.

정밀 직각자 등에 사용한 것과 같은 최고급 알루미늄을 주조 및 연마해 판재를 만들고, 정밀하게 밀링 가공해서 한치의 오차가 없게 만든 이 제품 역시 부식 방지를 위해 특유의 우드페커스 레드(Woodpeckers Red)로 아노다이징 처리가 되었다.
아.. 너무나 영롱한 레드.
일단 작업실을 만들면 무조건 처음 만드는 작업물은 어딘가에 라운드 코너를 만든다!
아.. 그러려면 일단 패턴 비트도 사야지..
살게 너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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