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브라운 수트를 샀다.
완전히 포멀한 수트는 아니고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로 톰 브라운에서는 ‘스포츠 수트(Sport Suit)’ 라는 표현을 쓰더라.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슈트(suit)’가 등재되어 있어 표준 외래어 표기는 ‘슈트’.
수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슈트’로 써야 하나 ‘수트’로 써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지난 글들을 보니 매번 이 고민 때마다 ‘수트’로 결정을 했었나 보다.
어차피 개인 기록 목적으로 올리는 글인데 내 마음대로 해야지.

톰 브라운의 수트야 이미 몇 벌 있지만 작년에 샀던 시어서커 쇼츠 셋업(링크)을 사고 특히 너무 잘 입고 다녀서,
비슷하게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 눈에 보이면 사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인스타그램 피드였던가? 아니면 어딘가의 웹진이었을까.
쇼츠 셋업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셋업 수트를 발견하고 눈에 담아 뒀었다.

백화점에 나갔다가 다른 일 때문에 톰 브라운 매장에 살짝 들렀는데,
오!! 마침 딱 걸려있네.
아쉽게도 재킷은 맞는 사이즈가 있어서 입어볼 수 있었고, 바지는 지방 어딘가에서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라길래 주문을 해두고 기다리길 며칠.
코듀로이라는 특성상 날이 조금 더워지면 못 입게 될 가능성이 있어서, 사자마자 옷장에 처박아둬야 할까 봐 조바심을 좀 냈는데,
다행히 받아서 이미 몇 번이나 입고 다녔으니 받은 지는 몇 주? 정도 된 것 같다.

Thom Browne, Narrow Wale Corduroy Sportcoat
‘Narrow Wale(내로우 웨일)’이라는 이름처럼 코듀로이 재질이지만 골이 가늘고 촘촘해 멀리서 보면 그냥 코튼 재질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코듀로이 특유의 두께감 때문인지 입었을 때 몸에 착 붙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좀 뻣뻣한 느낌.

날카로운 형태의 노치드 라펠의 재킷.
보통은 버튼 하나만 잠그고 다니겠지만 쓰리버튼 형태로도 입는 건지 라펠 아래쪽에 버튼홀이 하나 더 달려있다.
신축성도 별로 없는 재질인데다가 톰 브라운의 특성상 재킷이 작아지면 암홀 부분이 더 타이트하게 느껴져서 재킷 사이즈를 아주 크게 4로 구입했다.


보통 보여질 일은 없는 부분이지만, 안쪽은 삼색 스트라이프(Tricolor lining)로 되어 있고 부드러운 큐프라(Cupro) 재질.

소매 부분과 뒷면 트임 부분에는 역시나 안쪽에 시그니처 그로그랭(Grosgrain) 트리밍이 숨어있다.
이 수트는 숨어있는 시그니처 라인이 숨어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얌전한 편이라 좀 점잖게 입어야 할 자리에도 문제가 없다.
팔이나 다리 쪽에 큼지막하게 4-Bar 디자인이 되어있거나 재킷 앞쪽에 네임태그가 달린 스타일의 수트도 많으니까.

뒤쪽 더블 백 벤트에는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용도로 보이는 트리컬러 스트라이프 밴드가 숨어있다.

칼라 안쪽으로는 재킷의 컬러와 대비되는 진한 그레이 톤의 펠트로 마감되어 있는 모습.

Thom Browne, Narrow Wale Corduroy Tapered Chino Trouser
베이스는 치노(chino) 팬츠.
데님보다는 격식이 있고, 정장 바지보다는 활동적인 바지로 인기가 좋은 ‘치노팬츠’의 ‘치노’는 중국(chinese)를 의미한다고 한다.
19세기 말 미국-스페인 전쟁 당시 필리핀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중국산 면 원단을 가져다 바지를 만들어 입은 것에서 유래했다고.
코듀로이 특성상 입다 보면 무릎이 튀어나오거나 할까 봐 살짝 걱정을 했는데, Twin-needle Stitching(트윈 니들 스티칭)으로 탄탄하게 박음질을 해서 형태감을 유지해 준다고 하더라.
이미 몇 번 입어 본 결과, 아주 걱정을 안 해도 될 정도는 당연히 아니고 생각보다는 괜찮더라 정도? ㅎㅎ

허리 부분은 단추 탭으로 고정하고 지퍼로 여닫는 방식.
톰 브라운 팬츠의 대부분이 버튼 잠금 방식이라 사실 좀 불만인데, 이건 다행히 지퍼 형태.
팬츠 사이즈는 1 사이즈로 샀는데도 허리가 남는다.
와.. 걷기 운동의 위대함.

허리 뒷부분에 시그니처 그로그랭 루프 탭이 달려있고,
버튼이 달린 백 웰트 포켓이 눈에 띄지 않게 위치해 있는 모습.


source : thom browne
물론 내가 입어봐야 모델이 입은 것처럼 자세가 나오지는 않지만, 어쨌든 저런 스타일.
톰 브라운스럽게 입으려면 저렇게 소매와 바지 밑단을 짧게 해야겠지만, 내가 원한 건 막상 일반적인 셋업 수트 느낌이라 따로 수선을 하지 않았다.

Thom Browne, Shadow Stripe Pique Weave Tie
모델이 맨 넥타이 말고 뭔가 코듀로이 수트의 베이지 톤과 좀 더 어울리는 톤을 찾다가 구입한 타이.
브라운 톤의 클래식 실크 타이다.

내가 구입한 세트로는 대충 크게 입어서 이런 느낌?
전혀 톰 브라운 느낌이 아니지만, 어때 내 맘이지.
나는 톰 브라운 ‘수트’를 내 맘대로 입을란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