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였던 어제, 평생 잊지 못할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313 아트 프로젝트의 이 대표님 덕분에 마련된 너무나 귀중한 자리.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건용(Lee Kun-Yong) 선생님 내외분과 함께 식사를 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점심 식사의 장소는 Netflix 흑백요리사 때문에 더더욱 이슈가 되고 있는 안성재 셰프님의 ‘모수 서울(Mosu Seoul)’.
조금 일찍 도착한 모수는 구석구석이 다 들여다 보이는 오픈 주방.
사진 우측의 마스크 쓴 분이 바로 안성재 셰프님이다.
홀 직원 이외에도 주방이 꽤나 북적거릴 만큼의, 뭔가 엄청난 열정으로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인상적인 모습.


모수에는 이건용 선생님의 작품이 두 점 걸려있는데,
일부러 선생님의 가장 작품 앞자리로 준비를 해주셨다고 한다.
전에도 운 좋게 몇 번 인사드리고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는데 함께 마주 보고 앉아 식사를 하다니!
게다가 그 자리가 선생님의 작품 바로 앞이라니, 이렇게 영광스러울 때가..

선생님의 국립현대미술관 도록에 선생님께서 사인과 함께 직접 안성재 셰프를 그려주시는 모습.

안성재 셰프(@sungmosu)가 감동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인스타에 스토리를 올렸고,
이건용 선생님(@leekunyong79)께서 리포스팅 한 모습.
누군가 자기를 그려주는 경험이 처음이라고 하시던 안 셰프님.
이럴 줄 알았으면 깨끗하게 수염이라도 깎고 올 걸 그랬다고 하셨는데, 이건용 선생님께서 수염까지 그려주셨네.
나도 안 셰프님과 사진 찍고 악수도 했지만,
민망하니까 비공개인 인스타그램에만 올리기로.


아무래도 저녁보다야 가벼운 코스로 구성된 점심 식사 메뉴.
small bites
작은 한입들
손으로 집어서 먹는 작은 음식으로 시작되는 것에 작가님 내외분이 굉장히 만족해하신다.
워낙 소식하시는 것으로 유명하신 작가님이시라 평소 음식 드시는 것에 사모님께서 신경을 많이 쓰셨는데,
조금 조금씩 맛깔스럽게 나와 잘 드시니 특히 사모님이 흐뭇해하셨다.

red snapper in aged green tangerine soy
참돔과 광귤 간장
상큼한 소스가 참돔회와 너무 잘 어울려 두세 개 더 먹고 싶었던 메뉴.

Korean indigenous wheat noodles
백강밀 국수
비주얼만 봐서는 맛이 없을 것 같았지만,
면만 먼저 먹어보고 그다음 아래에 깔린 소스와 버무려서 드셔보시라는 직원의 말에 따라 보았더니,
지금껏 전혀 맛본 적 없는 엄청난 맛.

tilefish with spring namul
옥돔과 봄나물

seasonal seafood “sukhoe”
제철 해산물 숙회
해산물과 채소의 완벽한 익힘 정도.
아 역시.


바로 앞에 마주 보고 앉아 작가님의 어릴 때 이야기, 젊어서 공부하던 때, 고생하시던 이야기를 즐겁게 들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내가 술을 좀 할 줄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root vegetable & anchovy broth
뿌리채소, 멸치, 송로버섯
트러플에 덮여 나오는 겉모습을 보고 예상했던 맛과는 달리 나머지 재료들이 트러플의 향에만 묻히지 않고 각각의 맛을 다 드러냈던 음식.


“Hanwoo” with popcorn rice in cast iron
한우와 강냉이 무쇠솥밥
시커먼 무쇠솥에 옥수수 물로 지은 밥이라고 하는데, 솥뚜껑을 열자마자 옥수수 향이 주변을 가득 메운다.
내가 옥수수를 특히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고.
실제로 먹어보니 그냥 단순히 옥수수 향 나는 밥이 아니라 서너 가지 식감이 입에서 어우러지는 굉장히 독특한 밥이었고, 너무 맛있었다.
메인 요리인 한우요리와 작은 반찬들도 너무나 만족스럽.



small sweets
작은 후식들
포슬포슬한 식감으로 된 떡과 빵의 중간쯤인 후식과 함께 상큼한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
손잡이가 독특한 커피잔이 참 마음에 든다.

식사를 마치고 점심 식사가 끝나 한적한 모수 2층도 구경했다.
날이 화창해 너무 예쁜 볕이 드는 2층 창가 자리.

2층의 룸에 걸려있는 이건용 선생님의 작품.
하트에 내가 비쳤으니 나도 같이 찍은 걸로.

Lee Kun-Yong
Body as Thought
Feb 5 – Mar 28, 2026
Seoul
식사를 마치고 PACE 갤러리로 자리를 옮겨 작가님의 전시를 다시 한번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Pace Gallery(페이스 갤러리)는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하지만 설명을 짧게 하자면,
1960년 아르네 글림처(Arne Glimcher)가 설립한 세계 4대 갤러리 중 하나.
뉴욕을 본거지로 세계 주요 도시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2017년 한국에 처음 들어와 현재의 건물로는 2021년 정도에 확장 이전했다.
국내 작가로는 이우환 선생님이 최초로 페이스와 전속 계약을 하셨고, 두 번째로 이건용 선생님, 그리고 유영국 선생님이 세 번째로 알고 있다.





1, 2, 3층에 걸친 대형 전시를 선생님 내외분과 함께 하나하나 감상하며,
선생님께 직접 해주시는 작품 설명을 듣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초기에 어떻게 작업을 하게 되셨는지, 어떤 생각으로 접근한 작품인지 이야기를 들으며 보는 선생님의 작품은 그간 보아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다.



작품 감상을 마치고 또 차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가볍게 툭툭 던지시는 선생님의 우스갯소리가 일반적인 젊은이들 보다 더 위트 있고 짓궂으셔서 계속 웃으면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좋은 날씨, 완벽한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 존경스러운 현대미술의 거장과 함께 한 식사 시간이,
단순한 만남을 넘어 너무너무 소중한 하루였다.
이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이 대표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고 싶다.

건강하세요 선생님.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