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라인더가 도착했다. 
(사실 한 달 전쯤에 도착했지만 제주에 내려갔다 오느라 이제야 패키지를 열어 확인했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받겠다고 indiegogo(인디고고)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기존에도 Weber Workshop 제품을 굉장히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었고 어줍잖은 제품을 만들어 적당히 펀딩 성공시켜 보려는 회사가 아님을 알기에 코로나로 인해 미뤄지고 또 미뤄지는 배송일정에도 잠자코 기다릴 수 있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기쁜 마음에 개봉/설치기를 일단 작성해 보기로..

 

여름철 배송이라 그런지 외부의 카톤 박스 뿐 아니라 내부의 박스까지 습기에 일부 울어있었지만 다행히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다.
구입하는 모든 제품을 외부 상자까지 보관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라인더나 스피커류의 파손 위험이 있는 제품의 경우는 가능하면 외부 패키지까지 그대로 보관을 하는 편. 
현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HG-1 핸드 그라인더(링크)의 패키지도 구입 당시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집 인테리어 공사를 하게 되었을 때 굉장히 안전하게 포장해둘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던 기억이기도 하고..

 

오닉스(블랙)와 스노우(화이트) 컬러 두 종류로 출시되었는데 당연히도 나는 블랙.
이번 The Key 에는 내가 사용하던 HG-1을 포함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준 텀블러 이외에 새로 개발된 “The Magic Tumbler”가 기본으로 적용되었다. 나는 혹시 몰라 스탠다드 텀블러도 추가로 오더.

 

패키지를 열면 요즘 트렌드대로 설명서 없이 설명서 링크만 QR코드로 프린트된 종이가 보인다.
우측에는 블랙 컬러의 가죽 탬핑 매트.

 

패키지 상부 완충재를 들어내니 보이는 The Key 본체와 추가 주문한 스탠다드 텀블러+퍼널.

 

전체 구성물은 다음과 같다.

The Key 그라인더 본체
US-스타일 전원 케이블
The Magic Tumbler (with wiper)

Hex Wrenches (2종)
2 Spare Wiper
Dosing Cup
워터 스프레이
Weber Workshop Sticker

그리고 내가 추가로 주문한 
Leather Tamping Mat (Black & Natural)
Standard Tumbler and Funnel (with wiper)

 

이 제품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부피가 작다는 점. 
큰 사이즈의 Burr를 사용해 좋은 성능을 내면서도 폭 80mm 정도 x 높이 350mm x 깊이 247mm 밖에 되지 않는 컴팩트함을 보여주는 제품이라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인데, 특히 제주 갤러리에서 사용하는 말코닉의 EK43을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 작은 귀여운 사이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재질이나 구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게는 좀 나가지만.

 

후면에 양각으로 튀어나온 Weber Workshop 로고.
과거 Lyn Weber Workshop 시절의 L + W 로고에서 W + W 로고로 바뀌었는데 로고만 보면 예전 로고가 좀 더 멋스럽지만,
어쨌든 후면까지 예쁘게 디자인해 준 점은 참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카페 같은 상공간에서 사용하게 된다면 이처럼 후면 디자인도 신경을 써야 해서 그랬겠지?
제품의 후면이 먼저 보이게 되는 내 방의 구조상 후면 디자인이 깔끔한 점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

 

덕지덕지 붙어있던 종이테이프와 완충재들을 덜어내고 나니 Burr Adjustment/Locking(조절/잠금) 링이 드러난다.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가동하면 제품이 잠겨버릴 우려가 있어 주의 스티커가 붙어있는 모습.
나도 모든 설치를 마칠 때까지 스티커를 떼지 않기로.

 

하단의 하드우드 랜딩 패드.
별것 아닌 것 같은 일반 나무 재질 랜딩 패드 같지만 내부에 자석이 설치되어 있어 텀블러가 중앙 정렬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기존 HG-1은 하단에 깔아둔 가죽 패드의 홈에 텀블러를 고정했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은 참 마음에 드는 업그레이드 포인트!

 

메인 컨트롤 패널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 우측면 하단부.
실버 컬러의 ON/OFF 스위치.
30~110까지 스냅 없이 회전하는 RPM 조절 노브.
그리고 그 가운데에 달려있는 정체 모를 우드 버튼.

 

그 정체는 바로 빌트인 클리닝 브러쉬.

황동 홀딩 칼라로 고정된 멧돼지 털과 말 털이 혼합된 청소용 브러쉬.
브러쉬 교체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것은 물론 황동 부분을 브러쉬 앞쪽으로 당겨 일부를 커버로 덮은 후 슬롯에 손쉽게 끼워 넣을 수 있도록 되어있는 세심함도 칭찬해 줄 부분.

 

팩맨 모양의 빈 커버를 벗기면 유려한 곡선의 탑 퍼널이 드러난다.
은색의 HG-1 디자인도 멋지지만 블랙 컬러에 은은하게 보이는 광채는 역시나 포스 있다.

The Key의 가장 큰 장점.
내부에 들어있는 83mm TiN 코팅 Mazzer Burrs.
그라인더면 일단은 잘 갈리는 게 가장 중요하지.

 

이제 슬슬 실제 사용할 준비를 해보는 과정.

기본적으로 들어있는 전원 케이블은 US-스타일의 접지형 3구 케이블인데 C13 타입의 데스크탑 파워 케이블은 집에 많으니 교체 설치하면 되고..
표준 텀블러와 매직 텀블러 중에 하나를 정해 와이퍼 설치를 해야 하는데..

 

매직 텀블러는 길고 가느다란 스테인리스 스틸의 와이퍼를 설치하고 텀블러 자체가 자석으로 본체에 고정되는 형태.
표준 텀블러는 퍼널이 자석으로 고정되고 하단에 텀블러로 받치는 형태다 보니 기본적으로 표준 텀블러의 부품이 하나 더 많다.

일단 설명서 상에는 푸어-오버 방식이나 58mm 포터필터 모두 매직 텀블러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나도 새로운 방식을 접해보기로.

 

source : weber workshop

웨버 워크샵의 매직 텀블러 사용 영상 중 일부.
에스프레소 머신에 사용하면 정말 흘리는 원두가루 거의 없이 깔끔하게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을 것 같기도.

 

와이퍼 설치를 위해 Burr 에 고정된 볼트를 빼려고 하니 회전축이 같이 돌아가서 상부의 기어박스를 열었다.
알루미늄 압출도구, 다이캐스트, CNC 머시닝을 통해 제작된 섀시 내부와 기어 부분을 엿볼 수 있다.

 

미끌림 방지를 위한 베이스 파츠.

 

매직 텀블러를 위한 와이퍼 설치를 마친 모습.
딱 봐도 잘 망가지게 생겼지만 다행히도 스페어 파츠가 두 개나 더 들어있으니 그나마 다행..
조심해서 잘 사용해 봐야지.

 

매직 텀블러까지 모두 장착한 모습.

이제 그럼 설치단계!

 

일찌감치 자리를 잡아두었던 라마르조코 리네아 미니와 코웨이 정수기 사이에 위치한 The Key 그라인더.
아.. 인테리어 전부터 The Key를 위해 비워두었던 공간인데 이제 드디어 뭔가 마무리가 되는 느낌.

 

반듯반듯 각이 살아있고 시커멓고 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는구나.

 

자세히 파보면 코웨이 정수기가 검은색이 아니라 진한 회색이라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눈에 크게 걸리지 않는 사각형 디자인이라 패스.
Arne Jacobsen(아르네 야콥센) 디자인의 블랙컬러 vola 수전도 뭔가 한 세트 같은 느낌!

 

사이즈에 맞게 같은 톤으로 별도 제작한 피처 린서(Pitcher Rinser) 까지.
디자인부터 사용 편의성까지 완전 마음에 드는 홈 카페 구성이 아닐 수 없다.

 

후면 모습.

이런 홈 바의 모습이라면 대충 내려도 커피 맛 두 배.

 

물론 여전히 심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건 HG-1.
조금 불편하더라도 꾸준히 사용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