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한 지 한참 된 발렌시아가 커피 컵이 있다.
아마 2022년쯤 Cities Series? 뭐 그런 걸로 출시되었던 기억.


블로그에 따로 올리지는 않았었지만 사진은 그때그때 잘 찍어두는 편이라 옛날 사진을 찾아와 봤다.
높이 대략 13cm x 너비(지름)은 9cm 정도로 평소에 커피 마시기에 딱 적당한 크기라 슈이 컵 + 내 컵 해서 두 개를 구입했었다.
컵 재질은 포슬린(porcelain), 뚜껑은 열가소성 엘라스토머(Thermoplastic Elastomer, TPE)와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이며 디자인은 일반적인 카페의 커피 컵 모양.

내가 구입한 PARIS 이외에도 New York, Shanghai, Beijing, Tokyo, Dubai, Sydney, Barcelona 등등 다양한 도시 버전으로 출시가 되었고,
컵의 컬러도 블랙뿐만 아니라 화이트 버전으로 선택이 가능했지만 나는 블랙+파리 버전을 선택해서 구입했었다.

여튼.. 구입 당시의 깨끗한 모습은 그만 돌아보고..
그렇게 몇 년 편하게 사용하던 중에 한쪽 구석이 깨져버렸다.
컵 자체가 두툼하고 무게가 있기도 한데다가 내 방의 싱크가 돌 재질로 마감이 되어 있다 보니 아마도 설거지하다 부딪혀 깨진 모양이다.
뭐 대단한 컵도 아닌데 컵 깨졌다고 이모님께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대충 쓸까? 하는 마음도 잠시 들었지만 성격상 저러면 손이 잘 안 가게 되어서 결국은 버리게 될 것 같더라.

그래서 갑자기 컵을 수리해 보기로 결정.
물론 이런 건 해본 적도 없다.
깨진 도자기 제품을 붙이고 금가루로 보수하는 킨츠기(金継ぎ) 같은 걸 할 줄 알았다면 그런 걸 시도해 봤을 테지만,
금가루를 쓸 정도로 고가의 컵도 아닌 데다가 지금 이 컵 하나 고치자고 킨츠기를 배우는 것도 오바라 그냥 ChatGPT에게 물어서 답을 찾았다.
입이 직접 닿거나 음료가 담기는 쪽이 아니라면,
내열성 있는 에폭시 퍼티(Epoxy Putty)인 milliput Standard으로 깨진 부분을 메꾸고 프라이머 도포 후 아크릴 도색 후 투명 방수 마감 코팅.
필요한 재료를 대충 갖추고 여러 날에 걸쳐 조금씩 수리를 진행하게 되었다.

알코올 티슈로 깨진 면을 잘 닦아낸 후,
퍼티 두 가지를 혼합한 후 깨진 부분에 일단 덕지덕지 붙인다.
물론 꾹꾹 눌러서 잘 접착되도록.
대충 씹던 껌 붙여둔 것 같네..


하루 이상 굳힌 후에 단단해진 퍼티를 컵의 곡면에 맞춰 사포로 갈아낸다.
옆쪽의 도장이 좀 같이 갈렸지만 어차피 도장을 할 거니까. 뭐.

일단 위쪽 흰색 부분의 도장을 위해 대충 마스킹 작업.
뭐 이런 일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마스킹 테이프도 마땅치 않고..

반대로 흰색 부분을 마스킹한 후 Tamiya의 블랙 컬러 스프레이로 마저 도색을 끝낸 모습.
자세히 보면 좀 차이가 있지만 참고 사용할 수 있는 정도.


입이 닿는 부분을 마스킹한 후에 투명 마감 코팅제를 뿌려 마무리.
오.. 나름 그럴듯하게 수리가 완료된 모습이다.
직접 만져보면 기존의 매끈한 표면보다는 아무래도 질감이 좀 거칠어지긴 했는데 눈으로는 일단 큰 차이가 없으니 사용하는 데 신경은 안 쓰일 것 같다.
이번에 스프레이 도장을 하고 나서 난 왜 유튜브로 코드리스 에어브러쉬를 찾아보고 있는 거냐.
어쨌든 재미로 한 번 시작해 본 일인데 결과가 썩 괜찮아서 뭔가 좀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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