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전부터 아저씨, 아줌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레고 팩맨 아케이드 제품이 드디어 발매되었다.  
이건 진짜 타겟이 명확하게 중년 이상일 수밖에 없는 게 오리지널 팩맨의 최초 발매일이 무려 1980년. 
아케이드 게임기가 놓인 오락실은커녕 게임방도 점점 줄어가고 있는 요즘이라 어린 친구들은 이 제품에 대해 그다지 감흥이 없을 수밖에. 
어쨌든 레고 공식홈 VIP 사전 구매 혜택으로 일반 판매보다 며칠 이른 6월 1일에 주문할 수 있었던 팩맨 아케이드 제품을 받아 어제 조립해 봤다. 

 

일반적인 레고 배송 패키지에 비해 전용 카톤박스가 안쪽으로 하나 더 들어있네?
내부 레고상자는 물론이고 외부 카톤박스도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로 배송받을 수 있어 벌써부터 기분 좋다. 

 

LEGO, 10323 PAC-MAN Arcade (팩맨 아케이드)

1개의 미니 피규어를 포함한 2651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LEGO ICONS Series 제품이다.
출시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는 조금 더 큰 아케이드 케이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게임기 위쪽 캐릭터 포함 40cm가 조금 넘는 정도의 귀여운 사이즈의 제품이었다.

 

도트 몇 개 되지 않는 심플한 외형의 등장인물들이지만 각각의 개성이 뚜렷했던 팩맨.
특이 주인공 팩맨은 단순한 실루엣 형태만으로 만들어져있다 보니,
피자를 먹다 한 조각을 먹고 나서, 혹은 동그란 뻥튀기를 뜯어 먹다가 입을 만들며 늘 팩맨을 찾거나 만들어왔던 것 같다.

 

부품 수가 그리 많지 않은데도 봉투는 굉장히 여러 개로 분류되어 들어있었는데,
디스플레이 부분에 자잘한 부품들이 많아 일부러 그렇게 분리 패킹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귀여운 팩맨과 고스트 네 마리가 그려진 두툼한 인스트럭션.

 

고스트들도 이름이 다 있었구나!!
Blinky, Inky, Pinky, Clyde.

인스트럭션에 피자 사진이 있어서 읽어보니 진짜 피자에서 영감을 얻어 팩맨이 태어나게 되었다고??
심지어는 팩맨이 노란색으로 결정된 이유가 레고의 노란 부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이건 좀 접대 멘트 같은데..

 

개발자인 이와타니 토오루와 그의 팀은 팩맨의 최종 레벨인 256레벨까지 플레이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헐.. 나도 상상이 안된다;; 256 레벨이나 존재했구나..

사실 나는 오락실에서 팩맨을 즐겨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고  노란색의 동그란 모양의 게임기로 집에서 해봤던 것 같은 기억인데..

 

팩맨을 떠나서 아케이드 머신의 레버를 어떤 식으로 만들게 될지가 가장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멋진 레고 디자이너들!!
고무 댐퍼 부품을 이용해 실제 아케이드 레버의 조작감을 제법 살릴 수 있는 구조를 멋지게 표현했다.

 

아케이드 케이스 우측면에 레버를 돌리면 디스플레이 면의 캐릭터들이 움직일 수 있는 구조.

 

디스플레이를 구성하게 될 11×19 짜리 널찍한 테크닉 패널.
이 테크닉 패널 두 개를 이어붙여 실제 게임 화면처럼 움직이면서도 도트 느낌이 나는 디스플레이 부분을 만들게 된다.

 

체인과 기어가 연결될 부분과 배경이 끼워질 부분들을 구분해 한 층을 쌓은 모습.
검은색 튜브와 커넥터, 거기에 탄 컬러의 얇은 막대를 끼워만든 쿠키(팩맨이 먹는 점) 들이 잔뜩 만들어져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체인에 팩맨과 고스트가 그려진 타일 부품을 끼우고 만들어 둔 쿠키들을 모두 끼운 모습.

 

디스플레이 부분의 기본 구성을 마치고 프린트 타일 부품을 이용해 벽을 데코레이션 하려는 모습이다
쿠키 64개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반복적인 노가다 작업이 별로 없고 조립과정이 상당히 재미있는 편.
타일 부품을 끼우는 과정은 반복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양이다.

 

완성!

팩맨 아케이드 제품의 개발 공수에 70% 정도를 차지했다는 레버를 돌려 움직이게 되는 미로 형태 디스플레이 부, 
실제 조작감과 비슷하게 구현된 아케이드 스틱과 버튼,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다이얼을 통해 상태를 바꿀 수 있는 점수판,
조명이 켜지는 동전 투입구,
데코레이션을 위해 큼지막하게 만들어진 귀여운 캐릭터들까지..
깨알같이 다양한 재미요소를 꼼꼼하게 챙겨 넣은 알찬 제품이라 조립과정이 너무너무 즐거웠다.

 

아케이드 스틱의 빨간색 동그란 부품은 검은색 동그란 부품 위에 빨간색 돔 커버 두 개를 씌우는 형태였는데.. 일단 너무너무 예쁘다.
레버 아래쪽이 메탈릭 실버 컬러의 튜브로 만들어진 것도 마음에 들고, 조작감도 너무너무 센스 있게 잘 만들어놔서 움직이는 맛이 있다.

 

LEGO, Arcade Game Machine (MOC)

아주 예전에 만들어 봤던 아케이드 머신인데..
저 창작의 계기도 바로 빨간색 아케이드 스틱에서 시작된 것.

 

안쪽의 흰색 버튼을 누르면 동전 투입구에 불이 켜지는데, 이 부분 역시 너무 마음에 드는 포인트.

 

 

또 하나의 대박 포인트는 바로 이 캐릭터 세트.
아케이드 게임기 위쪽에 꼭 맞게 자리할 수 있도록 되어있지만 별도로 분리되는 데코레이션 캐릭터 세트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뒷면의 작은 버튼을 눌러 파워 쿠키를 먹었을 때 상태 변환된 모습으로 모습을 회전시켜 보여주는 장치는 정말 게임스러우면서도 레고스러운 디자인 포인트가 되겠다.

 

물론 캐릭터 세트의 조형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

 

마지막으로 반짝이는 센스는,
팬을 위한 미니 버전의 아케이드 오락실 세트가 되겠다.

풀사이즈 팩맨 아케이드 머신이 놓여있는 귀여운 미니 세트!!

 

이 역시 뒤쪽 패널을 열어 끼워 보관할 수 있는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최근에 나온 레고 제품들은 전체적인 디자인 수준이 높아져 웬만하면 만족스러운 과정을 제공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이 제품은 너무나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던 제품으로 꼽을 수 있겠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워낙에 게임을, 그리고 오락실을 좋아했었고, 팩맨처럼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이런 소재를 레고로 구성했다는 것 자체가 조립 전부터 이미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다.

출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Arkanoid(알카노이드)나 Space Invaders(스페이스 인베이더) 같은 또 다른 상징적인 게임기를 같이 만들어 나란히 세워두면 좋겠다.. 라는 꿈을 꾸어보았으나.. 팩맨의 디스플레이 부 조립을 해보고 나서는 자신이 없어졌다.

그건 그냥 멋진 상상으로 그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