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키덜트(Kidult/Kid+Adult) 라는 말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을 만큼 어른들이 장난감을 사 모으고 가지고 노는 일이 매우 이상하게는 보이지 않는 시대이지만, 사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게임, 만화, 피규어 수집이나 프라모델 조립이 취미라고 하면 흔히 이야기하는 안 좋은 의미의 ‘오타쿠(オタク)’라든지 사회 부적응자로 보는 시선이 분명히 있었다. 

그나마 내가 주로 하던 레고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문화로서의 핑계가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그 시선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요즘처럼 개개인의 취미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건 오타쿠에 근접한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환영하고 싶은 분위기.

그런 오타쿠적인 취미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취미까지 정말 골고루 가지고 있는 편이라 내가 좋아서 하는 취미들에 관해서는 남들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그 색안경 낀 시선이 신경 쓰였던 건지 나 역시 장난감을 살 때는 굳이 혼자 나름대로 구입에 이유를 만들면서 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미소녀 피규어 같은 건 안사고 MCU에 등장하는 메카닉류 액션 피규어만 사.. 
나중에 아들과 함께 조립하려고 두 개 산 거야.
넨도로이드는 어느 정도 대중적 인지도 있는 캐릭터만 사 모으는 중..
레고 아키텍쳐 시리즈는 실제 여행을 다녀와서 하나씩 만들어 보려고 사 모으는 거야..

뭐 지금 생각해 보면 마음속 어디 한구석에 그런 이유가 없지는 않은 것 같기도?

 

고해성사 하듯이 이런 기록을 하는 이유는,
앞으로는 내가 좋아서 하는 취미에는 더더욱 남의 시선에 신경쓰지 말자.는 다짐 같은 의미랄까.
내가 좋아서 하는데 핑계가 왜 필요해.. 주변에 뭐라고 하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핑계가 아니고 진짜로 아들이랑 하나씩 하려고 두 개 구입한 레고 옵티머스 프라임.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하는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이 정식 제품으로 출시가 되었다.

예전에 집에 있는 부품들로 만들어 보았던 LEGO, Transformers Optimus Prime (MOC)
그리고 거기에 교체형으로 만들어 보았던 LEGO Instruction, Optimus Prime G1 Head

창작으로 만들어 보았지만 빨간색, 파란색 부품이 많지 않아서 딱 원하는 대로는 아쉽게도 못 만들었었는데,
정식 출시되었으니 일단 제품을 원래대로 한 번 만든 다음에 그 부품을 베이스로 더 훌륭한 창작을 해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 의지가 게으름을 이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론 머스크의 발표를 보고 재미로 예약해 본 사이버트럭은 언제 나올지 감감 무소식이지만,
Mattel(마텔)의 미니카 브랜드 ‘Hot Wheels’에서 만든 1:10 사이즈 Cybertruck R/C카가 아마존에 보이길래 한 번 사봤다.

 

1:10 이라고는 했지만.. 실제로 보니 너무 큰데?;;
대략 48cm x 19cm x 10cm 정도 되는 엄청난 크기다.

 

별도로 동작은 하지 않지만 Cyberquad(사이버쿼드)도 포함되어 있다.
일단 전체적으로 외관은 그럴듯한 것 같지만 크기에 비해서 굉장히 가볍고 마감이 썩 좋지는 않다.
막 싸구려 느낌이 나는 건 아닌데 딱 그 가격(USD $79.79 에 구입)에 그 마감.

 

원래 차체가 각지고 심플한 디자인이라 매트 실버와 블랙 컬러의 조합이 뭔가 시크한 느낌이 살긴 하는데 구석구석의 디테일이 좀 후지달까..
엇.. 그거까지 실제 테슬라랑 똑같네?

 

다른 흔한 R/C들 처럼 하부에 배터리를 꺼내서 충전하는 방식일 줄 알았는데 아래 나사를 풀어보니 USB 케이블만 나와있다.
2.4GHz로 연결되는 조종기는 AA배터리를 사용하지만 자동차 자체는 내장된 배터리.
충전을 하려면 저 큰 녀석을 어딘가에 꺼내두어야 한다는 것;;

 

앞뒤로 움직이고 좌우로 방향 전환이 되는 것 이외에 딱히 기능이랄 게 없어 설명서를 읽을 필요도 없지만,
각국의 언어로 만들어진 부실한 설명서가 동봉되어 있다.
최대 12mph 속도로 달린다는데 정원에 들고나가 시험주행을 해보니 기존에 가지고 놀던 R/C카에 비해 조종이 쉽지 않네.
바퀴의 조향각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다이내믹한 주행이 어려울 뿐 아니라 자동차가 각져있어 다리에 부딪히면 꽤나 아파서 아이들이나 애완동물 있는 곳에서 조종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알리에서 구입한 XinLeHong Toys 9125 1:10 Brushed 4WD 제품이 훨씬 훌륭하다.
속도도 빠르고 조작도 쉽고, 충전도 편하고 배터리도 오래 지속되어 아이들과 가지고 놀기에도 좋다.

결론적으로 이건 꽝.

 

이건 아직 열어보지는 않았지만 독일의 R/C카 브랜드 Carrera가 만들었다는 마리오카트 R/C카.
인스타그램에 wadiz 펀딩 예약한다고 광고로 뜨길래 아마존에 찾아보니 이미 팔고 있어서 구입했다. 
아니 이미 마켓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제품을 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파는 거야?

일단 R/C카 한 대의 대략적인 크기가 길이 20cm에 높이 20cm 정도로 큼지막한 데다가,
최고 시속 9km 정도에 공기가 들어간 고무 재질 타이어라고 하니 몬스터 트럭처럼 어느 정도 울퉁불퉁한 길도 잘 달릴 거 같아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는 오히려 이런 제품이 더 좋을 거 같으니 정원에서 좀 가지고 놀아보다가 제주로 가지고 내려가든지 해봐야지.

 

포스팅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평소와 같이 별 고민 없이 키보드를 누르면서도,
앞서 구구절절 장난감에 구입에 대한 변을 늘어두고 시작을 해서 그런지 구입에 대한 핑계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보았는데..
전혀 아니네!
원래 별 신경 안 쓰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