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opy Garden

제주에 가족과 함께 오래 머물러 있는 경우에도 관광객이 아니다 보니 제주에 있는 핫한 관광지 등을 찾아다니지는 않는 편이다. 
물론 평소에 돌아다니는 걸 즐기지 않는 이유도 있겠고.. 
특히나 제주에 이런저런 랜드 시리즈나 테마파크, 박물관 등은 가서 좋았던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조악하고 허접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웬만하면 갈 생각이 없었다.

엊그제 슈이가 구좌에 있는 ‘스누피가든’을 가자길래 대충 키티 아일랜드나 공룡랜드 쯤을 생각하고 내키지 않는 마음을 이끌고 나서게 되었다. 
가는 길에 자주 가는 베이글림림에 들러 베이글 먹는 일 정도는 마음에 들었으니 가볼까? 하는 마음 정도?

전체적으로 하늘에 구름이 많아 해가 들었다 사라졌다 반복하긴 하지만 선선해서 걷기 좋은 날씨라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도착한 스누피가든.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려니 건물의 규모가 상당하네? 예쁘기도 예쁘고.

가든하우스 건물 내부에는 스누피를 테마로 한 상당히 큰 규모의 전시,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다행히도 여타 제주의 허접한 박물관 류에 비해 세련되고 아기자기한 구성이라 돌아보는 맛이 있었고, 피너츠(Peanuts)의 팬이라면 굉장히 즐거웠을 법한 구석구석의 디테일이 가득했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 가볍게 감상하고 바깥의 정원으로 나섰다. 

건물을 나서서 짧은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자 펼쳐지는 푸른 언덕.
와.. 너무 예쁘다.

야외 정원의 규모가 상당해서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인데 벌써 ‘오길 잘했네’ 하는 생각이 드는 중.

언덕을 넘고 물을 건너 숲 사이를 헤치고 지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대규모의 정원에 너무너무 싱싱한 풀과 나무들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네.

구석구석에 피너츠 주인공들의 조형물들이 위치한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어떤 언덕에는 누워있기도 하고, 물속에, 숲 깊숙이 감춰져 있거나 나무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 아이들과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도 있는데 그중에는 제주스럽게 현무암을 깎아 만든 뼈다귀 모양의 벤치나 스누피 하르방도 만날 수 있어 더 반가웠다.

일단 산책로 주변으로 흐드러지게 펼쳐진 꽃들과 예쁜 풀들이 발걸음 발걸음을 기분 좋게 해주어 걸을 맛이 난달까..

매주 수요일은 강아지 동반이 가능하단다!
덕분에 우리 집 썸머도 산책에 함께 따라 나왔다.
한 주에 한 번뿐인 기회라 그런지 여기저기 강아지가 꽤나 많이 보인다.
집에 유모차 없어진지 꽤 되었는데 스누피가든 산책을 위해 슈이가 얼른 개모차도 주문했다고.

총 2만 5천 평 규모의 어마어마한 정원이라 큰 길만 따라 그냥 걸어가도 상당히 시간이 소요될 것 같은데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구석구석 틈으로 잘도 헤집고 다닌다. 
행여나 위험하진 않을까 아이들을 따라 쫓아 들어가 보니 구석구석 방문자들이 찾아들어가 발견할 수 있게끔 보이지도 않는 곳까지 예쁘게 잘도 꾸며놨다.

꽃이나 나무, 풀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 봐도 무슨 꽃인지, 무슨 풀인지 전혀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도 알 수 있게,
그 넓은 정원에 하나하나 어쩜 그렇게 친절하게 설명도 잘 써 붙여놨는지..
대단하다 대단해..

숲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풀벌레 소리나 산새소리, 그리고 물에서는 개구리들 합창하는 소리까지..
도심에 살던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거의 집에만 있는 우리 썸머한테도 모든 게 새롭긴 마찬가지.

사람들이 다들 좋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주변 분들께 ‘사려니숲길’ 좋다는 이야기도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 거기도 한 번 꼭 가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제주에 그렇게 와서 몇 달씩 머물다 가면서 사려니숲길도 안 가보냐고 그러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