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라고 하면 한동안은 얼리어답터나 사용할 법한 장비로 느껴졌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퀄러티의 출력물을 뽑아내는 후기들을 보며 엄두가 안 났달까. 
내 맘에 드는 뭔가를 만들기에는 꽤 많은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할 것 같아서 관심은 있었지만 그냥 관심 선에서 끝내고 더 진전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바닥 분위기가 꽤 많이 달라졌다. 
이제 3D 프린팅은 특정 집단이 즐기는 단순한 취미의 영역이 아니라 실생활 영역까지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내가 목공 도구들을 활용하는 유튜브 영상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들을 보다 보니 알고리즘이 그런 쪽으로 쏠리나? 싶었는데,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라 3D 프린터를 활용해 각종 생활용품이나 도구들을 만드는 영상들을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에 3D 프린터를 가지고 이런저런 출력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흔한 상황.
피규어나 소품 제작 같은 취미 분야는 물론이고, 산업 현장에서는 시제품 제작, 맞춤형 부품 생산 등에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이 되고 있고, 최근에는 항공 우주 분야까지 활용이 되고 있다고..

결과물만 놓고 보더라도 예전에는 ‘출력이 된다’ 정도였다면, 이제는 ‘실제로 쓸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 쪽으로 넘어온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일단 목공 작업에 필요한 간단한 지그(Jig) 제작, 공구용 오거나이저, 맞춤형 어댑터, 집진 연결 부품 등, 기성품으로는 살짝 아쉬운 여러 가지를 직접 만들어 보면서 활용하기 위해서 나도 결국 구입을 해봤다. 

 

오래 알고 지낸 지인 중에 이미 꽤나 하드하게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는 분이 계셔서 여러 조언을 듣고 구입한 제품은 바로,
Bambu Lab, H2C AMS Combo.

주문하는 김에 이것저것 함께 주문은 했지만, 이렇게나 크고 어마어마한 상자들이 잔뜩 와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현관 앞에 놓인 가장 큰 박스를 층이 다른 내 방까지 혼자 옮겨 보려고 시도했다가 깜짝 놀라 2-3일을 그냥 방치했다. 
느낌상으론 한 4-50kg은 되는 느낌. 게다가 무게도 무게인데 크기도 엄청나다. 

 

어찌저찌 슈이랑 들고 끌고 해서 내 방에 일단 옮겨는 놨는데.. 
하.. 기본 세팅도 굉장히 복잡하네. 

 

Bambu Lab(뱀부랩)은 비교적 신생 브랜드. 
2022년에 설립된 중국 기반의 회사인데, 등장하자마자 업계 판도를 꽤나 크게 흔들었다. 
창업 멤버들이 DJI 출신 엔지니어들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제품 철학 자체가 기존 DIY 성향의 3D 프린터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기존 시장이 ‘전문적인 어떤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잘 세팅해서 쓰는 장비’의 느낌이었다면, 뱀부랩은 ‘누구나 간단히 훌륭한 결과물을 출력할 수 있는 가전제품’ 쪽에 가깝지 않나 싶다. 

짧게 사용해 본 결과만 가지고도 꽤나 사용자 경험(UX)을 대중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컴퓨터 없이도 스마트폰의 Bambu Handy 앱 같은 데에서 클릭 몇 번이면 바로 무선으로 전송해 실제 프린팅으로 이어지며, 
챔버 내부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출력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AMS 콤보 제품이라서 본체 안쪽에 AMS 2 Pro가 들어있는데, 본체의 4면에 유리가 달려있어서 그런지 엄청나게 단단히 고정을 해놨다.
동봉된 도구들을 이용해 하나하나 설명서를 보며 풀어나가는 데만도 몇십 분이 훌쩍 지나갔다. 

 

맥스 빌드 볼륨 330 x 320 x 325mm 이라고 쓰여있는 플레이트 파츠가 보인다. 
내가 구입한 H2C는 꽤나 크기가 큰 만큼 출력할 수 있는 빌드 볼륨도 꽤나 큼지막한 편. 

제조사에서 강조하는 이 제품의 특징 중 가장 주요한 것은 바로 
Vortek 핫엔드 교체 시스템을 이용한 퍼지 절약 다중 소재 출력. 노즐 퍼징 없이 한 번에 최대 7가지 컬러와 재료를 출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AMS 2 Pro를 병렬로 연결하면 단일 출력에서 최대 24가지 재료를 지원하기 때문에 다색/다재료 출력물을 뽑는 데에 굉장히 특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액세서리들이 들어있는 박스. 

여기 길쭉한 렌치가 들어있는 걸 모르고, 내 예쁘고 짧은 애로 돌리느라 꽤 애를 먹었다. ㅠ_ㅠ) 
나중에 이 박스에서 발견하고 좌절.

 

추가로 구입한 Bambu Lab, AMS 2 Pro.

지인에게 AMS 2 Pro는 하나쯤 더 사서 두 개를 돌리는 편이 좋을 거다..라는 추천을 받아서 하나를 더 사봤는데, 결과적으로 대만족. 
반드시 두 개는 있어야겠더라. 

AMS(Automatic Material System)는 소재를 자동으로 공급해 주는 시스템인데, 필라멘트가 감겨있는 스풀을 여러 개 넣어서 자동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장치이다. 
필라멘트 로딩/언로딩을 자동으로 함은 물론이고 자동 환기 기능을 기본으로 포함하고 있고, 전원 어댑터를 연결하면 건조 기능까지 동작시킬 수 있어서 필라멘트 관리가 한결 용이해진다. 

 

사진만 보면 별것 아닌 것 처럼 보이는 이 제품의 정가가 576,000원으로 나름 꽤나 가격이 나가는 제품. 
이 제품이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필라멘트는 다음과 같다. 

PLA, PETG, ABS, ASA, PET, PA, PC, PVA(건조된 상태), BVOH(건조된 상태), PP, POM, HIPS, Bambu PLA-CF/PAHT-CF/PETG-CF/PLA/PETG 전용 서포트 필라멘트 및 AMS용 TPU

 

안쪽을 살펴보면 앞쪽으로 하얀색 필라멘트 흡입구가 달려있고, 뒤쪽으로 PTFE 튜브가 연결되는 구조를 볼 수 있다. 
필라멘트 흡입구는 비커스 경도 1200의 단단한 세라믹으로 제작되어 내구도를 높였다고 한다. 

스풀에 감긴 필라멘트를 꺼내서 끼워보았더니 컬러와 종류가 바로 스크린에 뜨길래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필라멘트 스풀 안쪽에 달린 RFID를 이용해 정보를 읽어오는 거라고. 

 

source : bambu lab

본체 사이즈
492mm x 514 x 626mm

본체 무게
32.5kg

최대 노즐 온도
350°C

지원 노즐 직경
0.2 mm, 0.4 mm, 0.6 mm, 0.8 mm

압출기 기어 및 노즐 재질
경화 스틸

기본 빌트 플레이트 재질
텍스처 PEI 플레이트(유연한 강판_

최대 히트베드 온도
120 °C

툴헤드 최대 속도
1,000mm/s

툴헤드 최대 가속도
20,000mm/s²

핫엔드 최대 유량
40 mm³/s (테스트 매개변수: 단일 외벽을 가진 250 mm 원형 모델; Bambu Lab ABS; 280℃ 출력 온도)

공기정화
G3 프리필터
H12 HEPA 필터
과립 코코넛 쉘 활성탄 필터
미세먼지 및 VOC 필터링

지원되는 필라멘트 유형
PLA, PETG, TPU, PVA, BVOH, ABS, ASA, PC, PA, PET, PPS;탄소/유리 섬유 강화 PLA, PETG, PA, PET, PC, ABS, ASA, PPA, PPS

센서
라이브 뷰 카메라 내장형 (1920 x 1080)
노즐 카메라 내장형 (1920 x 1080)
전망 카메라 내장형 (3264 x 2448) 레이저 버전 장착
툴헤드 카메라 내장형 (1600 x 1200)
도어 센서 지원됨
필라멘트 소진 센서 지원됨
필라멘트 엉킴 센서 지원됨
필라멘트 오도미터 AMS로 지원됨
전력 손실 복구 지원됨

전력
전압 100-120 VAC / 200-240 VAC, 50/60 Hz
최대 전력* 1800 W@220 V/1250 W@110 V
일반 전력 200 W@220 V/200 W@110 V (단일 노즐 출력 PLA)

터치스크린
5인치 1280 x 720 터치 스크린

스토리지
내장형 8GB EMMC 및 USB 포트

모션 컨트롤러
듀얼 코어 Cortex-M4 및 싱글 코어 Cortex-M7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NPU가 탑재된 쿼드코어 ARM

와이파이 프로토콜
IEEE 802.11 a/b/g/n

 

추가 구매한 아이템들. 
엔지니어링 플레이트와 추가 핫엔드. 

 

Bambu Lab, Engineering Plate

모든 필라멘트에 적합하다는 엔지니어링 플레이트. 
폴리에스터 파우더와 망간강으로 만들어져 있어 최대 120℃까지 견디도록 제작되어 있으며 스크래치와 부식에 대한 저항성도 상당히 높다고 한다. 
지금은 PLA 위주로 뽑고 있지만 나중에는 ABS나 PETG 출력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주문해 봤다. 

 

Bambu Lab, H2C Induction Hotend (Standard Flow 0.4)

이것 역시 지인 추천으로 2개를 추가 구입하게 되었다. 
H2C의 기본 구성에는 아무래도 범용적인 사용을 위해 초정밀 출력을 위한 0.2mm, 그리고 빠른 출력을 위한 0.6mm 하나씩이 끼워져 있는데, 
사실 가끔 사용할 것 같은 그 두 가지를 교체 시스템 두 슬롯에 배정해 두는 게 좀 비효율 적인 것 같아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0.4mm 두 개를 추가 구입해 모든 슬롯을 0.4로 맞춰버렸다.  

 

source : bambu lab

핫엔드를 슬롯에서 장착할 때도 접촉식 금속핀이 아니라 Vortek 시스템을 이용해 자석으로 착 붙으면서 비접촉식 고주파 전력 및 신호 인터페이스로 연결이 되는데, 일단 붙이자마자 바로 LED 등이 들어오는 것도 멋지고 헤드가 척척 움직이며 갈아끼우고 테스트하는 모습도 상당히 기민하게 움직여서 초심자 입장에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장면. 

 

대충의 세팅을 마치고 초기 설정 및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그리고 캘리브레이션 과정을 거치는 중. 

 

필라멘트를 일단 PLA 만으로 꽤나 많이 구매했다. 
스풀 제품 반, 리필제품 반해서 대략 36롤 정도 구입한 듯. 

3D 프린팅을 하는 데에 있어서 장비보다 더 고민되는 게 필라멘트인 것 같다. 
종류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다. 

일단 초짜이니 공부를 위해서 좀 찾아서 이곳에 정리해 본다.

PLA
가장 대중적
– 출력 쉽고, 냄새 적고, 뒤틀림 적음
– 내열성 약함

PETG
PLA보다 질기고 내구성이 좋다
– 강도 높고, 내습성 좋고, 실사용 부품에 적합
– 출력 난이도가 살짝 높다

ABS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는 소재
– 내열성 좋음, 강도 높음
– 냄새와 수축이 심하고 출력 환경 영향을 많이 받는다. 환기 필수

TPU
제품 케이스에 많이 사용되는 말랑한 소재
– 유연함, 충격 흡수

보통은 이 정도를 가장 많이 쓰는 듯.

 

나는 일단 아뜰리에로 3D 프린터를 옮겨가기 전에 집에서만 이것저것 연습해 볼 생각이므로 PLA로만 구입을 했는데, PLA의 종류만 해도 엄청나게 다양하다. 
그것들 중 내가 구입한 건 Basic / Matte / Translucent / Wood / Metal / Aero.

Bambu Lab에서 판매하고 있는 PLA 종류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PLA Basic
가장 표준형

PLA Matte
무광 질감

PLA Tough+
기본 PLA 보다 조금 더 질긴 타입

PLA Silk+
실크처럼 광택이 나는 재질

PLA Translucent
반투명, 조명이나 디퓨저 용도로 어울린다

PLA Silk Multicolor
출력하면서 색감 변화가 생긴다

PLA Basic Gradient
색이 자연스럽게 바뀌는 그라데이션 컬러 재질

PLA Wood
목분이 섞인 필라멘트, 나름의 나무 질감 표현이 가능하다고

PLA Galaxy
반짝이는 입자가 들어있다

PLA Metal
메탈릭 질감

PLA Marble
대리석 질감

PLA Glow
야광

PLA Sparkle
반짝이는 입자가 강조된 장식용 재질

PLA-CF
카본 파이버 강화 재질로 질감과 강성이 뛰어나다

PLA Aero
경량화 목적으로 제작되어 무게를 상당히 줄였다

PLA Pure
식품 접촉을 고려한 소재, 식기 등을 만들 때 사용하면 좋겠다.

 

벌써 구입한지 2주가 넘었는데 거의 매일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서너 차례 엄청나게 많은 필라멘트를 사나르고 있는데 뭔가가 계속 더 필요하다.
썸머의 밥그릇을 좀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PLA Pure가 품절이라 구입할 수가 없네. 
일단 Metal, Wood, Aero를 좀 가지고 놀아봐야지. 

오랜만에 Blender도 다시 만져보고 있고, Fusion360도 설치해서 건드려 보는 중. 
Sketch Up이 가장 손에는 익어서 쓰기 편한데 기능이 제한적이라 결국은 Fusion360으로 정착을 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잘 샀다. 굉장히 재밌다.

열심히 고민해서 화면상에 만든 뭔가를 몇 분에서 몇 시간 만에 실제로 만져볼 수 있게 된다는 게, 이게 꽤나 매력적인 과정이다. 
초기 계획대로 목공 과정에 잘 접목해서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마음이긴 하지만, 이거 여러 가지로 재밌는 일을 많이 할 수 있겠는데?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요 며칠은 정말 3D 프린팅 관련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