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터라는 공구는 생각보다 작업 부위를 눈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커다란 모터가 비트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구조이기도 하고, 작업을 시작하면 집진을 잘 한다고 해도 가공 부위에서 바로 톱밥도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로 가공되고 있는 포인트를 집중해서 들여다보려면 꽤나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물론 작업실 전체를 밝게 만들면 어느 정도 해결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라우팅 작업이라는 게 어디 늘 정해진 위치에서만 하게 되는 건 아니라서 내 그림자에 가려질 수도 있고, 구조에 따라는 한 덩이로 붙어있는 다른 부재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경우도 있다. 
어쩌면 그냥 내가 눈이 침침해진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바로 얼마 전 포스팅했던 SYSLITE KAL C (링크) 같은 별도의 조명을 가져다가 작업 공간 옆에 세워두고 작업을 하곤 하는데, 라우팅이나 트리밍 작업이 움직이면서 하게 되는 작업이다 보니 생각처럼 원하는 곳을 딱 비추고 있기가 힘들다. 

어쨌든 나만 눈이 침침하고 답답했던 건 아니었던 건지 Festool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제품을 발매했고, 나는 구입했다. 

 

Festool, Light Module LM-OF 1400 (578683)

정확히는 Extraction Bonnet with Light Module. 
단순히 조명만이 아니라 Festool, OF 1400 (링크) 하부에 장착되는 집진 후드(Extraction Bonnet)와 LED 라이트 링을 하나로 합쳐놓은 부품이다. 
기존 라우터에 들어있던 일반 집진 후드를 이것으로 교체만 하면 비트 주변에서 집진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LED가 가공 부위를 360도로 비춰주는 구조.

Festool이 2026년 새롭게 내놓은 신상 액세서리라서 국내에는 아직 판매를 하고 있지 않아 독일에서 직구를 했는데, 
2026년 4월 이후 판매되는 OF 1400 라우터에는 이 라이트 모듈이 기본으로 포함된다고 한다. 흑.. 
결국 나처럼 그 이전에 OF 1400을 구입한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레트로핏(Retrofit) 키트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상자를 열면 작은 설명서와 함께 제품이 바로 들어 있는데, 얼핏 기존 집진 후드와 크게 차이를 못 느낄 정도. 
베요넷 방식의 잠금 구조가 적용된 호스 연결부나, 라우터에 끼워지는 디자인과 레버 구조까지 거의 그대로라서 사용방법에서의 차이는 없다고 보면 된다. 

 

만듦새는 Festool답게 견고하면서 깔끔하고, 구조는 상당히 단순하다. 

투명한 집진 후드 둘레를 따라 원형 LED가 배치되어 있고, 이 빛이 라우터 비트와 가공면 주변을 사방에서 비춘다. 
한쪽에서 강한 빛을 비추는 일반적인 작업등과 달리 원형으로 둘러싸인 조명을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 방향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확실히 줄일 수 있겠다. 

 

조명은 라우터 본체에서 전원을 공급받지 않는다. 
내부에 3.7V / 350mAh LiPo 배터리가 별도로 들어 있고, USB-C 포트를 이용해 충전한다. 
완전히 충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약 90분, 한 번 충전하면 최대 6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걸 매번 빼서 충전을 끼워놓아야 하나? 생각을 했었는데, 
라우터에서 전원을 공급받도록 하면 충전의 귀찮음은 없어질지 몰라도 어차피 라우터에 별도의 전원 공급 단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면 교체식 배터리를 넣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USB-C 충전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었겠다 싶다. 

라우터를 실제로 6시간씩 쉬지 않고 사용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사실 이 350mAh 배터리 만으로도 충분해 보이고. 

 

LED는 모두 8개. 
밝기는 2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각각 25lm / 50lm, 색온도는 4,500K, 연색성은 CRI >80 Ra 라고 한다. 
50lm이라는 수치만 보면 아쉬울 수 있겠지만 애초에 공간을 비추는 조명이 아니라 초 근접 거리의 가공면만 비추는 목적이라면 오히려 적당해 보인다. 

 

사진 우측의 기존 집진 후드와 비교하면 길이가 살짝 길뿐 크기에서 많은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옆구리에 배터리를 포함한 모듈이 툭 튀어나와 있기는 하지만 무게나 부피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장착을 한 모습. 

기존 OF 1400의 사용방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딱 조명 기능만 추가한 센스 있는 아이템. 
선을 따라 프리핸드로 가공하거나, 피팅을 위한 홈을 파거나, 이미 표시해 둔 기준선 같은 걸 보면서 작업할 때는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겠다. 

아주 거창한 기능을 추가하는 액세서리가 아니지만, 실제 작업할 때 느끼는 작은 불편 하나를 꽤나 영리하게 세련되게 해결한 제품이라고 생각된다. 

 

실제 가공을 한다는 생각으로 월넛 원목 부재 위에 조명을 켜고 올려봤는데,
오! 얼른 끼워서 사용해 보고 싶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