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전부터 사고 싶던 구성의 아이템들을 굉장히 오래 고민하다 구입을 해봤다. 
사실 이미 구입한 지는 조금 지났지만, 나중을 위해 기록해 본다. 

 

그 아이템은 바로
Thom Browne, Classic Seersucker Set-up.
정확히는 Classic Seersucker Sport Coat + Classic Seersucker Shorts + Classic Seersucker Tie 의 조합.

패션 쪽에서 ‘Set-up(Setup)’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상-하의를 세트로, 같은 스타일로 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보통 남자의 수트는 일반적으로 셋업으로 입는 게 기본이라 굳이 셋업이라 표현하지 않지만 요즘은 스웻셔츠+스웻팬츠 조합이라든지 니트 셔츠+니트 바지, 청재킷+청바지 등의 조합으로 셋업을 구성하는 경우도 흔하다 보니 ‘셋업’이라는 표현이 자주 보이게 된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평소 수트를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할 정도의 모임에 참석할 일이 많지 않은데 반해, 그렇다고 너무 캐주얼하게 가기도 애매한, 그런 약속이 종종 있는 편. 
그럴 때 봄에서 초가을 정도까지는 재킷+쇼츠 조합의 가벼운 캐주얼 수트를 즐겨 입는 편이다. 
그냥 티셔츠 위에 재킷을 걸치거나 혹은 셔츠에 타이까지 하면 조금 더 신경 쓴 느낌이지만 반바지 덕에 너무 딱딱하지는 않은 뉘앙스를 만들 수 있다. 

 

작년에 구입한 루이비통의 셋업(링크) 도 굉장히 자주 입는 편이고, 
상/하의의 브랜드는 다르지만 컬러가 잘 맞아서 셋업으로 입는 에르메스 재킷 + 톰 브라운 쇼츠의 카키색 조합도 셋업으로 즐겨 입는다. 

이번에 구입한 톰 브라운의 시어서커 셋업은 톰 브라운의 브랜드 특성상 몸에 딱 맞게 입는 스타일이다 보니 조금은 망설이다 구매를 하게 되었는데, 
이미 여러 번 입고 나가 본 결과,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구성이었다. 

‘시어서커(seersucker)’라는 재질은 하절기 의류에서 꽤나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원단이지만 특히 톰 브라운이나 랄프 로렌에서 많이 사용하는 재질.

어원은 우유와 설탕을 뜻하는 페르시아어인 Shir O Shakar (شیر و شکر / milk and sugar)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우유처럼 부드러운 매끈한 부분과 설탕처럼 거친 울퉁불퉁한 부분이 섞여 있는 질감을 비유한 표현이라고 한다.

주로 면(cotton)을 사용하는데, 세로방향의 실 일부를 느슨하게 짜 넣어 원단에 자연스러운 주름을 형성해 통기성이 좋고 구김이 덜하게 되는 재질이다. 

 

전체 셋업 구성에서 먼저 클래식 시어서커 스포츠 코트. 

이름처럼 클래식한 노치드 라펠의 재킷이지만 톰 브라운답게 팔과 기장이 비교적 짧은 편. 
체스트 포켓 하나와 양쪽에 플랩 포켓이 두 개 달려있다. 

 

안감은 시그니처 스트라이프의 반복 패턴으로 된 부드러운 쿠프로 재질. 

살이 좀 빠졌으나 지방만 주로 빠지면서 상의는 3 사이즈로, 하의는 1 사이즈로 서로 다르게 주문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킷이 여유롭지는 않다. 

 

뒷면은 더블 벤트 타입인데 내부에 시그니처 스트라이프 밴드로 양쪽 벤트를 잡아주도록 되어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사실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시그니처 스트라이프 그로그랭 트리밍의 버튼 커프스. 

 

다음은 클래식 시어서커 쇼츠. 
길이가 조금 긴 반바지인데 입었을 때 상당히 편하다. 

하단 커프스가 조금 넓은 편이고, 앞쪽 여밈은 보통의 톰 브라운 쇼츠와 마찬가지로 버튼 타입. 
허리 부분 탭 클로저가 달린 클래식 핏 쇼츠 되겠다. 

 

허리 뒤쪽에 버튼 타입의 백 스트랩이 달려 살짝 조절이 가능하다. 
그리고 버튼으로 여닫는 힙 포켓. 

 

별 건 아니지만 밑단은 노치드(notched) 커프스 타입이라 움직임이 조금 편하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느낌?

 

사실 재킷+쇼츠의 셋업으로도 충분하지만, 역시 톰 브라운은 타이까지 함께해야 맛이지. 
같은 재질의 클래식 시어서커 타이.

 

사진상으로는 줄무늬 때문에 좀 정신이 없어 보이지만, 어쨌든 조합하면 대충 이런 모습.

 

source : financial times

구글링해서 찾은 2013 S/S 사진이지만, 워낙 톰 브라운에서 꾸준히 내놓는 클래식 룩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구입한 옷과 차이가 없다. 
어쨌든 대충 이런 느낌.
물론 내가 머리를 저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톰 브라운의 클래식 옥스포드 셔츠가 대략 5-6벌은 있는 것 같은데 살이 쪄서 하나도 맞는 게 없다. 
그래서 일단 셔츠도 큰 사이즈로 하나 새로 구입. 

 

무려 사이즈 4.
늘 큼직한 옷을 입다 보니 두툼한 재질의 옥스포드 셔츠가 너무 딱 맞으면 불편해 넉넉한 4 사이즈를 구입했다. 
놀라운 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톰 브라운 셔츠들의 사이즈가 거의 1 사이즈라는 점.

 

귀찮음 반, 잘 입게 될까..하는 고민 반 해서 몇 년째 늘 마음에만 두고 있다가 백화점 나감 김에 입어보고 바로 구입했는데,
구입한 이후 이미 몇 차례 입어보니 역시나 시원한 재질에 편하기도 편해서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일찍 살 걸. 
코튼 재질의 TAN 컬러 재킷+쇼츠+타이 셋업을 사고 싶은데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네. 
그것도 언젠가는 좋은 제품을 만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