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을 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를 추구하는 분위기다. 소비를 최소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인테리어나 생활 공간에서도 여백의 미를 강조하며 최대한 단순하고 깔끔하게 비우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삶을 조금 더 심플하게 정리하고,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미니멀리즘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만약 소비나 시각적인 측면만을 놓고 본다면, 나는 확실히 맥시멀리스트(Maximalist)다.
그렇다면 물욕(物慾)은 과연 나쁜 것일까? 단어 자체만 놓고 보면 재물을 탐하는 마음으로 비춰질 수 있어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소유욕은 오히려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어릴 적을 떠올려보자. 단순히 저금통에 백원, 이백 원씩 돈을 모으는 것과, 장난감이나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목표가 있으면 그 과정을 즐겁고 설레는 여정으로 바꿀 수 있다. 어른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아주 사소한 목표에서부터 인생에 걸친 커다란 도전까지, 확실한 목표를 향한 여정을 재미와 흥분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원동력이 물욕에서 나온다면, 이것은 단순한 욕망을 넘어 삶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 그리고 물욕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순간이다.
그럼 다시 돌아와서.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고 그것들을 사 모으는 것은 맥시멀리스트인가 미니멀리스트인가?

구입 기록에 앞서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을 이야기하며 내 소비행태에 대한 변명을 잔뜩 해놓았으니 조금 편한 마음으로 써내려가 볼 수 있겠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상품들을 구매해 모으는 일은 참으로 즐겁다.
물론 진짜 작품을 사 모으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건 뭐 좋아하는 작가가 유명하면 유명할수록 자주 반복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유명하지 않으면 이런 상품들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겠지;;)

지난달 스페인에서의 전시 Yoshitomo Nara at Guggenheim Bilbao Exhibition(링크) 포스팅에 소개되었던 작품.
Under the Tree, 2006 (30.5 x. 3.8cm)
이 작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저금통이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길래 구입해 봤다.

PVC로 제작된 이 저금통은 높이 205mm x 폭 155mm x 깊이 140mm의 사이즈.
생각보다는 크다.
실제로 여기에 동전을 모아 넣지는 않겠지만 모으게 된다면 상당히 모이겠다 싶은 정도?


큼지막한 노란 안경과 머리 위쪽에 작은 나무가 포인트.
빨간색 와이드 넥 상의에 하늘색 리본 역시 너무나 귀엽다.

평면의 작품을 입체로 만들었음에도 원래 3D 캐릭터였던 것처럼 부피감과 비율이 상당히 잘 뽑혔다.
양쪽으로 단단히 묶인 머리도 귀엽고.

내 방 선반 한쪽에 올려두니 스팟조명 때문인지 뭔가 더 억울한 표정이 되긴 했지만.


어쩌다 보니 벌써 다섯 개째가 된 스노 글로브(Snow Globe), 스노볼(Snow Ball).
Kusama Yayoi(쿠사마 야요이)의 Pumpkin Snow Globe 다.
별로 스노 글로브에는 취미가 없어서 안 모은다 안 모은다 하면서 자꾸 증식이 되는 게 이거 큰일이네.
위에서 확실히 좋아하는 걸 알고 구입하는 것은 미니멀리스트냐 맥시멀리스트냐? 하면서 떠들어놓고 좋아하지도 않는 걸 샀다고 바로 올리는 꼬락서니란..

역시나 내 방 책상 옆 두 번째 칸에 자리했다.
흔들면 금색 빤짝이가 예쁘게 흩날리지만, 과연 일 년에 한 번은 흔들어 보려나..


마지막으로 Yoshitomo Nara의 PUP KING, Mini 버전.
우리 집에 있는 다양한 PUP KING(링크) Plush 인형 중 가장 작은 키 링 타입의 미니 버전이다.
길이가 7.5cm 정도 되는 정말 작은 사이즈.
너무너무 귀여워서 이건 정말 어디엔가 걸고 다닐 예정.
snz
피규어인가 했는데 흉상 저금통이었군요
너무 귀엽네요 ㅎㅎ
vana
그치? 너무 귀엽.
흉상이긴 한데 너무 머리밖에 안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