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Yoshitomo Nara(奈良 美智/요시토모 나라 – b.1959).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인 나라의 지난 40여년간의 작품들을 총망라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렸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대규모 전시라 꼭 직접 가서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이번 유럽행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다 보니 이상하게도 기회가 닿지 않아서 스페인이라는 나라 자체를 가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짧지만 첫 스페인 여행도 하게 되었다. 파리에서 이른 새벽 출발하는 Air France를 타고 스페인 동북부의 빌바오(Bilbao)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전시 관람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구겐하임의 바로 길 건너에 있는 The Artist Grand Hotel of Art 라는 호텔에 묵었는데, 생각보다 시설도 괜찮고 서비스도 훌륭했지만 더더욱 만족스러웠던 것은 진짜 몇 발짝 걷지 않아도 구겐하임 미술관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 심지어 전시를 보다가 중간에 잠깐 방에 가서 쉬고 오기도 했을 정도.
처음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는 자태를 보여주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Bilbao)“.
1900년대 중반에 들어오면서 쇠퇴의 길을 걷던 스페인 북부의 철강, 조선업 도시인 빌바오.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과 손잡고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이 개관 후 3개월간 방문객이 26만 명이나 되었고, 그 바로 다음 해에는 131만 명까지 증가했을 정도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도시로 발돋움하였다.
그렇게 구겐하임 미술관에만 4천 개의 일자리가, 그리고 빌바오 전체 지역 기준으로는 10만 개가 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고 쇠퇴하고 외면받던 빌바오라는 도시를 예술과 문화의 도시 이미지로 탈바꿈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며 성공적인 도시 재생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곤 한다.
이렇게 도시의 상징이 되는 데에는 건축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건축 역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작품.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거장 건축가라 건축설계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름.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L.A.에 있는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파리의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등이 유명하며 우리나라에는 루이비통 메종 서울이 그의 작품이다.
워낙이나 규모가 큰 미술관이라 여러 가지 대형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음에도 요시토모 나라의 전시만 따로 놓고 봐도 그 규모가 상당했다.
‘나라의 대규모 회고전’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전통적인 회고전의 전시 방식을 따라 연도순으로 배열하기보다는 작가의 테크닉과 재료 사용을 비롯한 창작의 과정에 조금 더 밀접한 형태로 고민이 된 전시라고 하며 아마도 자연스럽게 나라의 세계를 이해하게 될 거라는 큐레이터의 설명글이 있었다.
메인 홀에 들어서면 사진으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엄청난 규모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감이 잘 오지 않겠지만 저 멀리 누워있는 여자아이의 그림의 가로 길이가 3미터가 넘는 사이즈!
My Drawing Room, 2008, Bedroom Included, 2008
메인 전시홀 가운데에 떡하니 위치한 작은 목조주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릴 때 도쿄에 놀러가 몇 번 찾아갔던 아오야마(青山)의 “A to Z cafe”에도 비슷한 집이 카페 안에 있었고, 그리고 5-6년 전에는 몇 번 작품을 구매했던 미국의 갤러리에서 비슷한 형태의 작품에 대한 구입 의사를 물었던 적도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익숙한 작품이다.
물론 집 한 채를 사서 어디에다 딱히 둘 데도 없어서 거절했지만..
집 안쪽으로 보이는 나라의 작업실.
나라의 작품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들’과 ‘집’이라는 반복되는 주제를 많이 다루는 걸 볼 수 있는데 그의 작품에 보여지는 캐릭터들과 모티브는 작품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되돌아보게 하여 작가의 내면 세계, 그리고 관람객의 경험 사이 간극을 메워준다.
건물 옆쪽으로 살짝 튀어나온 공간에는 귀여운 인형들이 줄 맞춰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深い深い水たまり II, 1995 (120 x 110cm)
대략 30여 년 전에 작업된 굉장히 오래된 작품이라 책이나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었던 작품.
Sleepless Night (Sitting) (失眠夜(坐着)), 1997 (120 x 110cm)
가운데 나무의자에 앉아있는 귀 달린 전신수트의 아이.
내 방에 작은 조형작품으로도 가지고 있는데, 나라의 작품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스트 5 안에 들어가는 작품이다.
역시나 꽤나 오래전인 1997년 작으로 상당히 유명한 작품.
長い長い長い夜 (The Longest Night), 1995 (120 x 110)
기다란 막대가 달린 신발을 타고 걷는 귀여운 꼬마 그림은 오사카의 국립국제 미술관 컬렉션.
최애 작품을 직접 이렇게 가까이서 뚫어지게 들여다볼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다.
Harmless Kitty (无害的猫咪), 1994 (150 x 140cm)
역시나 너무나 유명한 작품. 도쿄 국립 근대미술관 컬렉션인데 아주아주 예전에 친구가 이 작품이 담긴 엽서 같은 걸 줘서 기억에 더 남는 작품.
One Foot in the Groove (渐入佳境), 2012 (173.5 x 310 x 8.5cm)
높이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로 엄청난 크기의 작품.
Missing in Action (行踪不明), 1999 (180 x 145cm)
역시나 유명한 작품.
사진으로는 이렇게 보여도 실제로는 120호가 넘는 상당한 크기라 작품에 압도되는 느낌.
확실히 대형 미술관의 대형 전시다 보니 작은 갤러리 전시나 국내 아트페어 등에서는 보기 힘든 유명 대형 작품들이 잔뜩 걸려있다.
Emergency, 2013 (211 x. 86 x 9cm)
Untitled (无题), 2007 (72.3 x 51.6cm)
Shallow Puddles 2006 (浅水坑 2006), 2006 (95 x 95 x 15cm)
Too Young to Die, 2001 (177.8 x 177.8 x 25.4cm)
FRP(fiber-reinforced plastic)로 만든 엄청나게 큰 접시 형태에 아크릴로 그려진 담배를 피는 못돼 보이는 여자아이.
세라믹으로 만든 재떨이 굿즈가 있어서 더더욱 유명한데, 내 방 책장에도 올려져 있다.
Miss Forest (森林之子), 2010 (144 x 102 x 100cm)
일본어로 모리코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신토(神道/shinto)신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히로사키에 있는 나라의 가족 유산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우주-자연-인간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다리 역할을 한다고.
이 작품은 리움미술관의 컬렉션.
Miss Margaret (玛格丽特小姐), 2016 (194 x 162cm)
Under the Tree, 2006 (30.5 x 23.8cm)
Little Thinker in the Garden (花园中的小思想家), 2016 (52 x 38 x 35cm)
Miss Dead Moon, 2007 (27 x 20cm)
I’m a Son of a Gun, 2006 (68 x 46.2cm)
Too Drunk to Figure Out, They’re Fading Away., 2006 (53.5 x 46cm)
Death or Glory, 2017 (65 x 50cm)
Mumps, 1996 (120 x 110cm)
Abandoned Puppy, 1995 (120 x 110cm)
X社中, 2010 (29.5 x 21cm)
Rock You! (摇滚), 2012 (27 x 21cm)
I Want to See the Bright Lights Tonight, 2017 (220 x 195cm)
스무살 무렵의 학생이었던 나라는 1980년경 첫 유럽여행을 가게 되면서 현대 유럽 거장들의 작품들과 르네상스 회화들을 접하며 다양한 예술 철학과 기법에 노출되며 그의 창작관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후에 뒤셀도르프의 쿤스트 아카데미(Kunstakademie Düsseldorf)에서 A.R.펜크(A.R. Penck)에게 지도 받으며 그의 붓 터치, 생생한 색채, 내러티브 요소를 작품에 녹이게 되며 간결하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결정적인 시기를 맞았다고 하는데 이런 대형 아크릴 작품들의 채색을 보고 있자면 몽환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색채로 강렬한 인상을 표현하는 나라 자신만의 색채가 잘 드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After the Acid Rain (酸雨过后), 2006 (227 x 182cm)
No Means No (不行就是不行), 2006 (162 x 131cm)
In the Milky Lake / Thinking One (在乳白色的湖中/思考的人), 2011 (259.2 x 181.8cm)
On the Tiny Island, 2014 (77.6 x 56cm)
Stars, 2014 (77.6 x 56cm)
Miss Moonlight, 2020 (245 x 222cm)
Fountain of Life, 2001/2014/2022 (175 x 175 x 180cm)
이 작품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따로 만들어 둘 정도로 상당히 주목도가 높은 작품.
공간 전체를 민트색으로 페인팅한 방에 물이 차있는 커다란 커피잔이 놓여있고, 그 안에에 눈을 감은 하얀색 머리들이 동글동글 쌓여있는 조형물이다.
In the Pink Water, 2020 (145.5 x 112cm)
Dead of Night, 2016 (100.5 x 91cm)
Midnight Tears, 2023 (240.5 x 220cm)
Peace Girl, 2019 (180.5 x 160.5 x 4.8cm)
From the Bomb Shelter, 2017 (180.5 x 160.5 x 4.8cm)
전시장 입구에 전시 제목과 함께 대표 이미지로 걸려있던 작품인 “From the Bomb Shelter”.
2011년 대지진은 이후 나라의 작품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도호쿠 지역의 커뮤니티 기반 예술 프로젝트에 집중하게 되었으며 주로 사회적,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강조했다.
“From the Bomb Shelter” 같은 작품은 확실히 관점의 변화가 분명히 드러나는 작품 중 하나.
여러 가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통해 평화와 생명 존중의 의미를 작품에 두드러지게 표현하게 된다.
Banging the Dram, 2020 (186 x 121.5cm)
Girl with Drum Sticks, 2019 (202.8 x 118.7)
Girl with Guitar, 2019 (202.8 x 118.7)
예전에 나이아가라 폭포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작되었던 티셔츠에도 그려있던 익숙한 이미지들.
Fire (火), 2009 (90 x 90cm)
Untitled, 2008 (26.5 x 36.6cm)
胸の中にある 気持ちを決して恥じる事はない
Untitled, 1993 (21 x 14.6cm)
wham bam no thank you mammed
It’s Ain’t Always Easy, 2019 (34.0 x 29.0)
ミニ・ドローイング (Mini Drawing), 2016 (11.5 x 9.7cm)
No War, 2019 (117 x 103.5 x 7cm)
Can’t Stop Thinking about It., 2011 (20 x 14.5 cm)
크기는 작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어 몇 번이고 다시 보고 또 들여다본 작품이었는데,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건지 굿즈샵에 갔더니 뭔가 대표 이미지 느낌으로 굉장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Every Clown Lost In Every Town, 2006 (78.8 x 54.6cm)
이 작품 역시 전시에서 너무 인상 깊게 봤던 작품.
옆에서 머리로 상자를 밀고 있는 강아지도 너무나 귀엽다.
이원주
관심있게 보고있었던 전시였는데 이렇게 자세히 기록해주셔서 본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vana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제로 가서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개인 기록용으로도 의미가 있어서 최대한 자세히 담아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