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리빙 편집매장이나 디자인 용품샵 구경하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터라 여기저기 참 많이도 찾아다녔었는데 요즘은 게으를 대로 게을러져서 좀처럼 어디 움직이지를 않는다. 가끔 약속을 잡을 때 청담동 ’10 꼬르소 꼬모(10 corso como)’ 카페로 잡고 약간 일찍 도착해 매장을 둘러보는 정도?
전에 아이들과 함께 코펜하겐의 ‘일룸스 볼리후스(Illums Bolighus)’에 갔을 때나 대치동 ‘더 콘란샵(The Conran Shop)’에 구경 갔을 때, 나나 슈이 뿐 아니라 아이들도 꽤 재미있게 구경하면서 다닌 걸로 봐서는 이제는 백화점 쇼핑은 몰라도 편집매장 구경은 같이 다닐만하겠구나.. 싶지만 막상 구경 나가겠다는 의지가 게으름을 이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쨌든 예전에 그렇게 여기저기 구경 다닐 때는 이런저런 새로운 제품이나 관심거리(?) 들에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요즘은 전자제품처럼 온라인에서 쉽게 새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원래 있던 것’, ‘원래 좋아하던 것’ 이외에 새 관심사가 늘어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원래 좋아하던 것에 대해서 더 좋아하고 더 깊게 좋아하게 되는 그 과정이 더 취향이긴 하지만..
그러고 보면 그건 어떤 물건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가.
이번 포스팅으로 기록해두려고 하는 아이템 역시 그렇게 오랜 기간 우리 가족과 함께하며 점점 더 좋아하게 되는 인형,
‘Bobby Dazzler‘의 이야기이다.
아마도 처음 만나게 된 건 청담동의 리빙 편집매장 ‘DESIGNER IMAGE(디자이너 이미지)’ 매장이었던 것 같다.
아쉽게도 지금은 없어져 버렸지만..
이런저런 수입 리빙 제품들을 판매하던 매장에 구석구석 구경할 거리가 꽤나 많았는데 1층의 한쪽 벽에 독특한 인형들이 눈에 띄었다.
당시에는 ‘Donna Wilson(도나 윌슨)’의 인형도 좋아해 집에 잔뜩 사다 둘 때였는데, 아마도 평범한 인형과 달리 특징이 확실한 인형들이 좋았던 모양이다.
동부 런던의 스튜디오에 거점을 둔 핸드메이드 인형 브랜드 ‘Bobby Dazzler(바비 대즐러)‘.
아트스쿨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하다가 만난 ‘Rosie Short(로지 쇼트)’와 ‘Fumie Kamijo(후미에 카미조)’가 만든 이 귀여운 아이들은 핸드메이드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진 인형에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 판매한다.
인형에 달려있는 태그 뒷면에는 각각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가 손글씨로 적혀있어 그냥 매대에 올려진 인형을 사는 것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특히 Bobby Dazzler는 인형을 하나하나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는 만큼 커스텀 오더도 가능한데,
위의 모자 쓴 인형은 우리 첫째 사진을 보내 주문한 인형.
10년 전에 아들 사진을 보내 제작된 이 인형 역시 10년간 우리 집에 함께 살아왔는데,
아무래도 우리 아이를 모델로 만들어진 인형이라 집에 쌓여있는 어떤 인형들보다도 훨씬 더 애착을 갖게 된다.
침범벅의 우리 아들 사진에 비해 뭔가 훨씬 어른스러운 모습이지만,
모자를 벗겨보면 얼마 없는 머리카락까지 비슷하게 구현이 되어있고 아들이 어려서 많이 입던 베이비수트 같은 걸 입고 있어서 그런지 더 아들 같고 그렇다.
커스텀 오더 한 제품에도 역시나 자기소개와 더불어 짧은 이야기가 함께하는데,
별것 아닌 메시지 몇 줄로 그냥 아무 인형이 아니게 되는 것 같은 이 포인트가 너무나 따뜻하고 마음에 든다.
그리고 원래 우리 집에 있던 또 다른 Bobby Dazzler 친구.
파란 피부에 퀭하고 거뭇한 눈가와 빨간색 눈의 대비가 굉장히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호피무늬 옷을 입고 뱀을 목에 감고 있는 형태도 굉장히 멋스럽고 지그재그 엉망으로 나있는 이빨도 귀여움 포인트!
2홀 단추를 사용해 가로로 실을 끼워 만든 뱀의 눈도,
쭉 빠져나와 힘 빠진 듯한 혀도 너무너무 귀엽다.
(죽은 건가!!?)
인형 안쪽에 뭐가 들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생각보다는 엉덩이가 묵직(?)한 편이라 중심을 잘 맞추면 자리에 앉아 있을 수는 있는데 뭔가 기운 없는 자세가 되고 만다.
보통 3-40cm 정도 되는 크기라 생각보다는 하나하나가 묵직해서 들고 다닐 맛이 나는 크기와 무게.
사진을 다 찍고 난 다음날 박쥐 날개를 단 친구가 하나 더 있는 걸 알게 되었지만 추가로 사진을 찍기는 귀찮으니 기존 식구들은 그냥 여기까지만 소개하기로.
이 친구는 이번에 우리 집에 새로 합류한 Bobby Dazzler 식구 중 하나.
오래오래 알고 지낸 친한 지인분이 정식으로 Bobby Dazzler를 수입해서 판매하기로 했다고 해서 구경하다 보니..
아니!! 이건 뭐 보는 족족 전부 갖고 싶다!
요즘 아이들은 뭔가 사이즈도 살짝 더 커진 것 같고, 좀 더 패셔너블 해진 것 같기도 하네..
복실복실 뽀송뽀송한 털로 만들어진 새 친구.
와플 짜임의 옐로 톤 롱 재킷과, 같은 컬러 다른 재질의 오버롤즈를 맞춰 입고 보타이까지 한 굉장한 멋쟁이!!
그리고..
귀여운 Be.Begae 태그가 달린 멋진 포장으로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새 친구.
지인분이 런칭한 브랜드가 바로 저 Be.Bagae.
본업은 저게 아니시지만 손꼽히도록 감각이 뛰어나신 분이라 뭘 하든 관심 갖고 지켜보게 되는 분인데 갑자기 Bobby Dazzler 라니.. 감사합니다.
뭔가 주인공 포스 뿜뿜하는 도시적인 녀석.
그레이 컬러의 심플한 옷에 낮은 채도의 컬러 머플러를 한 모습도,
뭔가 살짝 미소 짓는 얼굴도 굉장히 매력적인 친구.
저 많은 베어브릭들 사이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는 포스.
셀럽과 기념촬영도 한 컷.
내 방 구석구석에 이 녀석들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데,
이 나이에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잠깐 현타가 왔지만.. 귀여우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하고 합리화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진 Bobby Dazzler 인형들!
보면 볼수록 더 예쁜 애들이 눈에 들어와 앞으로 점점 증식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긴 하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인형놀이;;를 할 수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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