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화(그리고 잡담)


색연필화(色鉛筆畫).
이렇게 적어두니 뭔가 깊은 뜻이 있는 사자성어 같고 그러네..

어렸을 때, 특히 초등학교 시절 색연필로 그림 그리기를 정말 열심히 했었다. 
당시 집에 24색 정도밖에 되지 않는 독일 ‘STAEDTLER(스테들러)’사의 색연필이 있었는데 모두 몽당연필이 될 정도로 알뜰히 사용했던 기억이다. 
너무 어려서라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아마 큰 고모댁인가.. 어디에서 선물로 받았던 것 같은데, 내 또래는 대부분 만화가 그려진 어린이용 12색 색연필을 쓸 때인데 연필처럼 생긴 다양한(?) 색연필이 집에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그래서인지 난 지금도 다양한 컬러의 멋진 색연필들을 보면 사고 싶고, 또 갖고 싶고 그렇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색연필을 이용해서 그림을 좀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관련 도구들을 하나하나씩 천천히 사 모으게 되었다. 
원래 뭘 하든 아이템들을 잘 세팅해 두어야 할 맛이 나는 거 아니겠음? (사실 이 포인트가 더 재미있는 것 같기도..)

그렇게 첫 번째로 색연필화를 그릴 수 있는 노트를 샀다.

지난번에 포스팅했던 바로 paper republic, grand voyageur (링크).
150g/m² 종이 80장짜리 노트에 가죽 커버까지. 

다음은 가장 중요한 색연필.

내가 어릴 때 사용했던 색연필에 비해서 품질도 발색도 충분히 좋아졌겠지만 수채화 겸용으로 쓰는 수성(水性)과 일반 색연필인 유성(油性) 중에 아직 뭘 사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 비교를 해보고 제대로 구입하기로 했다.

작년인가 애들한테 ‘Staedtler Karat Squarell Wood Case 125 60색’을 각자 한 세트씩 사줬는데 그게 수채색연필이니 그걸 잠깐 빌려 써보기로 하고 일단 집에 없는 유성만 테스트용으로 하나 사봤다.
‘PRISMACOLOR(프리즈마컬러)’ 라는 미국 회사의 제품인데 1938년 설립된 나름 잔뼈가 굵은 회사.

그 색연필을 깎기 위한 연필깎이.

집에 연필깎이는 몇 개 있지만 색연필과 궁합이 좋다는 제품을 몇 개 더 사봤다. 
1930년에 독일에서 설립된 ‘DAHLE’이라는 브랜드의 166 Pencil Sharpener,
일본의 KATSUWA 社에서 제작한 T’GAAL Pencil Sharpener,
미국 AFMAT 社의 Fully Automatic Pencil Sharpener(Rechargerble).

다 깎고 자면 자동으로 멈춰서 연필 소모를 줄여준다던 AFMAT의 전동 연필깎이는 서너 번 쓰면 바로 몽당연필 만들 기세라 두세 번 사용하고 치워버렸고, DAHLE 166은 굉장히 귀여우면서도 원하는 대로 잘 깎여 마음에 들지만 연필을 너무 꽉 잡아서 연필에 자국이 난다.
오히려 가장 기대가 적었던 KATSUWA의 소형 연필깎이 T’GAAL이 색연필의 뾰족한 끝심 관리에 굉장히 좋아서 기본 DAHLE 166에 서브 T’GAAL 조합으로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스케치용 연필은 원래 사용하던 Blackwing Palomino에다가 Faber-Castell Ambition Black Sharp Pencil 0.7mm를 구매해 사용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지우개로 일부 수정이 가능한 수성 색연필을 사용해 초반 작업을 하고 밑 색을 칠한 다음 유성을 얹어 칠하니 좀 더 부담이 적었다. 
테스트해본다고 Prismacolor 유성 제품을 48색만 샀더니 밝은 컬러 쪽에서 쓸 색이 없어 곤란하다.. 
밑 그림과 베이스 컬러용으로 사용하는 수성 색연필에 비해 유성 색연필의 사용 빈도가 높기 때문에 두 가지를 섞어 사용한다면 유성의 색 종류가 많은 것이 유리하겠다 싶어서 지금은 150색을 추가로 주문해 둔 상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Prismacolor 제품은 Faber-Castell(파버-카스텔)이나 Staedtler(스테들러), Caran d’Ache(까렌다쉬) 같은 유럽의 브랜드 들처럼 멋진 우드 케이스 같은데 출시를 안 하고 일반 틴케에스에 플라스틱 받침을 덮는 형태로만 나온다는 점.

 

테스트할 겸 해서 제일 먼저 작업했던 소닉.

80% 정도는 수성 색연필을 이용해서 컬러링을 하고 나머지를 유성으로 덧칠해 완성해 봤다. 
은근히 색연필에서도 가루가 묻어 나와서 미니 빗자루와 핸디 청소기로 가루를 청소해가며 작업.

 

종이가 손으로 만져보면 별로 거칠지 않음에도 색칠을 하면 종이 입자가 이렇게 드러난다.

종이 테스트를 위해 따로 구입해 본 Fabriano Artistico 300g 제품에 먼저 발색 테스트를 해봤는데, 색연필화를 그리기에는 너무 거친 것 같았다. 
그건 나중에 수채화 효과를 내볼 때나 써봐야 할 듯.

 

Supercell의 ‘Brawl Stars(브롤 스타즈)’ 캐릭터들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셋.
먼저 ‘Nutcracker Gale(호두까기 게일)’만 가운데에 그렸다가 좀 썰렁한 것 같아서 기본 스킨의 ‘Dynamike(다이너마이크)’와 ‘Jacky(재키)’를 추가했다.

주문한 150색 색연필이 도착하면 좀 더 다양한 그림을 그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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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소닉 털 느낌과 신발 광택까지!!!
    보송보송하게 채색하는 스킬이 궁금합니다.
    색연필이 수성 유성으로 구분되는지 처음 알았네요.
    게다가 150색 색연필이라니
    다음에도 그림 포스팅해주세요.

    • vana

      vana

      뒤늦게 구입한 150색 색연필이 왔는데.. 너무 마음에 드네.
      150색을 골고루 사용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냥 보고만 있어도 만족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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