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에서 정식 발매된 헐크버스터가 이번이 몇 번째더라..
내가 지금 확실히 기억나는 것 만해도 최소 서너 종류는 되는 것 같은데.. 물론 난 지금껏 전부 구입해서 조립했었고.
어쨌든 그 헐크버스터가 또 발매되었다.
우려낼 만큼 우려낸 사골 같은 소재임은 물론이고 709,900원 이라는 엄청난 정식 발매가를 보고 구입을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결국은 이렇게 또 구입하게 되었다.

인피니티 사가 메카닉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헐크버스터는 이 정도 크기로 발매된 이상, 더 이상 추가로 제작될 일은 없겠구나 싶기도 했고,
또 흔치 않은 금색 부품이 잔뜩 들어있는 것이 탐나기도 해서, 그리고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의 조립과정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진 터라 덥석 구매 버튼을 클릭.

얼핏 보면 그냥 작은 박스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총 4049개의 부품 수를 생각하면 결코 작을 수가 없는 스케일.
외부 카톤 박스를 제외하고 위 사진에 보이는 실제 제품 패키지 높이만 대략 50cm 정도 되는 엄청난 부피의 박스다.

전부 완성하면 높이 52cm x 폭 47cm x 깊이 24cm 나 되는 엄청난 크기의 헐크버스터.
레고사에서 정식 출시된 로봇 중 역대 가장 큰 크기라고.

이 76206 Iron Man Mark 43 제품 역시 전에 구입했었던 제품이지만,
오래전에 아들이 만들어서 가지고 놀다가 이미 부품화가 되어버린 신세라 추가로 구입했다.
이 제품을 굳이 또 주문한 이유는..
76210 헐크버스터에 76206 아이언 맨이 탑승하도록 설계되었다길래..
아.. 이놈들 딱히 이쁘지도 않은 이 아이언 맨을 두 번이나 구입하게 만드네.


스타워즈 UCS급 제품처럼 내부 박스까지 멋들어지게 만들진 않았지만, 세 권으로 분류된 인스트럭션은 표지부터 나름 멋지다.

역시나 인스트럭션 1권 앞쪽에는 제품에 대한 개발과정과 배경 설명이 몇 페이지에 걸쳐 소개가 되어있다.
발매전 이 대형 헐크버스터 제품의 출시 루머와 사진이 돌아다닐 때부터 이 레고 헐크버스터의 비례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컸는데,
완성을 해본 입장에서 제품 비율에 대해 평가를 해보자면..
내가 보기에 헐크버스터의 매력은 절대 쓰러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의 단단하고 육중한 하체에서 온다고 생각되는데,
내부에 태울 아이언 맨 76206 제품이 이미 사이즈가 큰 상태라, 그 제품을 내부에 태우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상체의 크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전체적인 비율이 망가져 버린 게 아닌가 싶다.
그나마 위의 인스트럭션 소개 사진처럼 로우앵글에서 사진을 찍으면 헐크버스터다운 느낌은 낼 수 있지만 실제로 그냥 보면 어색함이 있는 게 사실이고 다행이라면 출시 전 떠돌던 사진만큼 참담한 비례는 아니라는 점.

인스트럭션 1권까지 완성한 모습.
비슷한 규모에 훨씬 더 많은 부품 수를 자랑하는 75331 The Razer Crest™(링크)를 만들 때에도,
만드는 과정에서 ‘아, 이 부분을 만드는 구나..’, ‘이런이런 부분의 기초가 되겠구나’ 싶은 상상을 하면서 만들어 나갔는데..
이 헐크버스터는 초기 조립에서 ‘도대체 어떤 부분을 만들길래 이렇게 만드나?’ 싶은 과정이 반복되더니 갑자기 외부를 마감하기 시작한다.
꼼꼼하고 알찬 마감이라기보다는, 구조를 잡고 급히 껍데기를 씌우는 느낌? ㅎㅎ

마시려고 가져온 콜라캔을 옆에다 두고 사진을 찍어봤다.
와…이미 대책 없이 엄청난 크기가 되어버린..

미리 만들어 둔 76206을 임시로 태워보았다.
딱히 예쁘지도 않은데 쓸데없이 크게 만든 76206을 그대로 태우려니 상체 내부가 부실할 수밖에..

바로 전 포스팅(링크)에서 SNOT 부품을 적절히 활용한 창작을 해보고 싶다고 남겼었는데…
비록 창작은 아니지만 이렇게 바로 SNOT 부품을 골고루 잔뜩 끼워 만들게 되네..
헐크버스터의 종아리 부분을 만드는 중.

인스트럭션 2권까지 완성한 모습.
기대도 가장 많이 했고, 기대만큼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었던 다리 부분의 조립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상체를 떠받들게 되는 하체이다 보니 구동은 할 수 없는 완전 고정형의 다리였지만 그만큼 잘 짜여진 각도와 마감을 할 수 있는 과정이라 조립의 재미만 보면 꽤나 흥미로웠다.

인스트럭션 3권까지 모두 마쳐 완성된 헐크버스터.
일부러 거의 정면에서 찍은 사진이라 상체가 길어진 아쉬운 비율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상체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마감과 꽤나 디테일한 묘사.
매트한 금색 브릭과 진한 빨간색 브릭의 조합이 상당히 고급스러우면서 소형 타일과 슬로프 브릭들이 굉장히 조화롭게 잘 쓰여 레고 팬 + 마블 팬 입장에서는 만드는 과정이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머리도 반구형의 프린트 브릭 딸랑 하나가 아니라 쌓아나가는 형태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 비율을 빼고 생각하면 중간에 위치한 허리 부분이나 팔 등의 디테일도 상당히 훌륭하다.
마치 완성형 액션 피규어 같은 느낌.

못생긴 76206 아이언 맨을 태워보았다.
상체 내부가 텅텅 비어있는 만큼 쏙 들어가긴 하네. 아..이걸 위해서 전체 비례를 포기하다니.. 너무 아쉽네.
언젠가 실력 있는 누군가가 내부에 태울 제대로 된 아이언 맨 부터 상체 디자인까지 다시 창작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완전히 고정된 하체에 비해 팔은 상당히 자유로운 구동이 가능한데,
기본적으로 큼지막한 헐크버스터의 덩치만큼 팔 자체의 무게만도 상당히 무거워 어깨나 팔꿈치의 관절을 어떻게 구현할지 궁금했는데,
커다란 테크닉 턴테이블과 여러 개의 코니컬 기어를 연결해 만든 어깨로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어깨 관절을 구현했고, 팔꿈치 역시 테크닉 로테이션 조인트 디스크 여러 개를 겹쳐만들어 무게를 버티면서도 원하는 각도로 고정할 수 있게 해둔 점이 인상적이었다.


손가락은 관절 관절마다 볼 조인트나 오픈클립 플레이트로 연결해 상당히 자유롭게 원하는 포즈를 만들 수 있으며, 손바닥에 달린 아크 리액터는 라이트 브릭을 이용해 실제 불이 켜지도록 되어있다.
(헐크버스터의 양손에는 아이언 맨 손바닥의 리펄서 블라스트의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각각 아크 리액터가 달려있다고 알고 있다)


실제로 헐크버스터의 비행시 출력이나 비행 중 중심 유지 등을 위한 출력장치 등이 몸 곳곳에 달려있지만 저렇게 허리 쪽까지 열릴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 등 쪽에 여닫히는 구조를 상당히 여러 군데에 마련해 둔 걸로 봐서 내부에 아이언 맨을 손쉽게 태우기 위한 배려인 것 같다.
실제로 발 부분을 아래쪽까지 제대로(?) 집어넣으려면 각도를 잘 맞춰서 애를 써야 하는 편.


가장 마음에 드는 다리 부분.
아주아주 예전에 핫토이 헐크버스터(링크)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헐크버스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바로 이 큼지막하고 단단한 느낌의 다리와 발 부분이다.

(핫토이 헐크버스터의 다리사진)
이런 묵직한 느낌이 표현되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당연히 완성품으로 출시되는 핫토이의 그것처럼 구동은 되지 않겠지만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서 이 큰 덩치의 레고 제품을 받치게 될지가 궁금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리와 발의 부분부분을 조립해가는 과정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양 무릎과 정강이 등에도 설정상에는 아크 리액터가 박혀있지만 모두 라이트 브릭이 사용되지는 않았고, 가슴과 양 손바닥에만 라이트 브릭, 나머지는 야광 부품 등으로 표현되었다.

각도가 고정된 무릎인 만큼 관절의 내부 표현까지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는 모습.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더라도 디테일한 묘사를 더 우선시하는 모델을 더 선호하는 편.
어차피 어른들의 취미가 되어버린 이 정도 사이즈의 레고라면 조립의 재미를 느끼는 거지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고 싶은 게 아니니..


허리와 옆구리 부분의 묘사.
단단하게 내부까지 알차게 채워진 다리나 팔과 달리 상체는 아이언 맨의 탑승공간을 마련하느라 껍데기만 걸쳐있는 형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핏 봐서는 그다지 허접한 느낌이 나지는 않는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옆구리 내부로 구멍이 숭숭;;



부분부분 뜯어보면 나름 멋진 외형.
이렇게 뜯어보면 상당히 마음에 드는 제품이다.
SNOT 부품들이 좀 센스 있게 쓰여서 외형까지 마감이 되었다면 좋았을 테지만, 전체적으로 기본 큐브 형태를 만들고 슬로프 타입 부품으로 단순히 덮는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을 뿐..
조립하는 과정 역시 꽤나 재미있었고.

핫토이의 무비 마스터피스 시리즈 헐크버스터(Hot Toys, Hulkbuster) (링크)와 직접 비교.
핫토이의 액션피규어와 직접 비교라니 좀 잔인하기는 하지만..
일단 1/6 스케일의 핫토이 제품과 비교해도 사이즈가 비등비등할 정도로 큰 건 확실하다.
심지어는 몸통만 떼어놓고 보면 훨씬 크다;;;


기본 체형이나 비례는 물론이고 헐크버스터 특유의 동세 표현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지만,
뭐 그래도 레고로 이 정도의 구현이면 상당히 사실적으로 잘 표현할 거라고 칭찬해 줘야 한다.

키는 비슷한 반면 다리나 발 크기는 엄청난 차이.
그래도 디테일한 묘사는 나쁘지 않음 역시 알 수 있다.


조금은 얄팍하고 부실하긴 하지만 손가락의 구동은 레고 쪽이 훨씬 자유롭다.
물론 핫토이 제품은 몸 전체가 대부분 구동되지만.

이번엔 쓰리제로(threezero)의 1/12 버전까지 추가.
크기는 작지만 디테일은 전혀 꿀리지 않는 쓰리제로 제품.
작년에 아들한테 선물로 줬던 거라 잠깐 사진 찍는다고 빌려왔다.
이렇게 놓고 보니 컬러며 뭐며 확실히 레고가 떨어지긴 하지만.. 어쨌든 나름 멋있;;

제품에 함께 들어있는 토니 스타크 미니 피규어.
투구는 없지만 마크43 수트를 입고 있다.


이 허벅지의 다크 그레이 컬러 디테일은 핫토이 제품에서도 상당히 놀라워했던 부분인데 레고로도 이 정도 표현을 해내다니,
크!!

다리 사이의 저 밑판 부분은 굉장히 아쉬운 디테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디자이너도 저렇게 마감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상체의 길이가 더 이상 길어지는 것에 부담을 상당히 느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싶다. 최소 1플레이트 두께의 역방향 타일 마감이라도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총평을 간단히 하자면,
전체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디테일과 재미있는 조립과정들까지 곁들인, 상당히 잘 만들어진 제품임에 틀림없으나,
기성제품인 76206 아이언 맨을 내부에 태워야 하는 숙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실한 박스 구조의 몸통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며 전체적인 비율이 망가져버려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게 되어버린 아쉬움이 남는 제품이다.
팔과 다리의 멋진 디테일과 알찬 구성에 비해 단순히 커버에 그친 상체까지도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었는데 전체 비율이 모든 걸 망쳐버렸;;
아이언 맨 기성 제품을 안태우고 별도로 제작된 아이언 맨까지 조립에 포함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snz
상체 밑판 처리가ㅜㅜ
새로 만들지 말고 이전 WALL-E 처럼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부품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페이스 리프팅 시켜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vana
아마도 이 제품 자체가 비싸기만하고 인기가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
그런 보완도 따로 안하게 될 듯. ㅠ 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