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SeMA)에서 2023년 4월 20일 부터 시작되어 8월 20일까지 진행되는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 ‘길 위에서’에 다녀왔다.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시점부터 가야지, 가야지.. 마음만 먹고 미루다 결국 뒤늦게서야 다녀오게 되었다.
평소 동선 자체가 사대문 안쪽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는 편이라 어차피 서울시립미술관 까지 가는 김에 점심 식사를 위한 식당 예약까지 묶어서 계획했던 터라 일찍부터 서둘러 오전 중에 미술관에 도착했는데, 비가 오는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적지 않구나.
나중에 관람을 끝내고 나올 즈음에는 더욱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보아 비교적 관람객이 적을 때 잘 보고 나온 것 같기도..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1882-1967)는 1882년 출생의 미국 사실주의, 인상주의 화가이다.
뭐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유명 작가라 평소 그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살면서 한 번쯤은 그의 그림을 봤을 만큼 대중적으로도 알려져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국내에서 정식으로 전시가 열린 건 처음이라고 들었다.

위 이미지는 신세계 그룹 ‘SSG(쓱)’ 브랜드의 과거 티비광고 한 장면인데,
이 광고 시리즈의 컨셉 전반에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모티브로 해 작업이 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컨트라스트가 강하면서도 원색적이고 세련된 에드워드 호퍼 작품의 특징을 잘 살림과 동시에 약간은 낯설고 삭막한 배우들의 연기와 톤까지,
광고 전체적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였는데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백종열 감독이 연출했었다고..

Edward Hopper, Nighthawks (1942)
전시는 에드워드 호퍼에게 의미 깊었던 장소들인 나이엑,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 코드로 나뉘어 1, 2, 3층에 걸쳐 상당한 양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작품의 형식도 페인팅 작품과 목탄, 연필, 콩테, 펜 등을 이용한 스케치들, 영상물 그리고 영화티켓이나 잡지 표지 컬렉션까지 다양하면서도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풍성한 느낌은 들었지만 평소 온라인상에서 이미지로 보아오던 이른바 대표 작품은 몇 개 빠진 느낌이라 뭔가 좀 서운하달까..
아마도 대부분의 작품이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의 소장품이기 때문에 다른 대작들은 함께 오기가 어려웠을 것. 특히 가장 보고 싶었던 1942년작 ‘Nighthawks(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작품이 혹시나 있을까? 했는데 역시나 아쉽게도 없었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드(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 전시되어 있는 것 같으니 혹시나 나중에 시카고에 갈 일이 있다면 그때나 보려나..

Edward Hopper, Second Story Sunlight (1960)
그래도 다행인 점은 1960년 작품인 ‘Second Story Sunlight(2층에 내리는 햇빛)’를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
그림책이나 미디어에서 워낙 많이 접했던 작품이긴 하지만 실제로 보니 언감생심 갖고 싶다는 생각까지..
전시를 보기 전 내가 보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뭔가 좀 차갑고, 고독하고, 낯설었다면 이번 전시 ‘길 위에서’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스케치, 자화상 등을 보고 난 이후에는 오히려 조금 더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달까..
그저 팬심으로 실제 작품들을 눈에 담고 온 이후라서 일 수도 있겠고 차근차근 변해온 화풍의 발자취를 간접적으로나마 따라가보면서 그 사이 어딘가의 따뜻함을 마음에 담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
어쨌든 다시 한번 느끼지만 역시 그림은 직접 눈으로 봐야 진짜다.
백날 모니터로 봐도 느껴지지 않는 아우라가 있다.

마음의 양식을 눈으로 담았으니 이제 배를 채우기 위해 미리 슈이가 예약해 둔 더 플라자 호텔의 한식당 ‘주옥’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임에도 창밖 작은 정원의 푸릇푸릇한 풀들 때문인지 기분이 좋다.
멀리 보이는 산에 걸친 구름도, 낡은 건물들과 촌스러운 폰트들이 가득한 오래된 도심의 풍경도 운치 있고..


미슐랭 1스타에서 2022년에 미슐랭 2스타로 승격되었다는데.. 그럴만하네.
코스 하나하나가 너무너무 이쁘고 맛있어서 먹는 내내 기분이 좋고, 특히 고추장, 들기름, 식초 등의 전통 소스들이 적절히 가미된 메뉴 구성이 꽤나 훌륭히다. 밑반찬과 풀 하나하나를 먹어보며 관련하여 슈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겁고.
좋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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