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가 너무 재미있다.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그래왔지만 새삼스럽게 요즘 더 재밌다.
특히 작은 부품들을 이용해 창작해나가는 과정에 굉장히 몰입하는 요즘이다.
오늘 이 포스팅을 통해 기록하려는 레고 창작물은 바로 “소닉 더 헤지혹 (Sonic the Hedgehog)”.
일본 게임사 ‘SEGA(세가)’의 대표적인 캐릭터다.
예전엔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나 영화 등에서 창작의 소재를 찾았다면 최근에는 초등학생인 아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아들이 조금씩 커 가면서 같은 주제로 함께 창작을 해 나간다든지,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각자 표현한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일도 요즘 내 레고 라이프의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것 같기도 하다.
앞선 ‘LEGO, Furnace Sonic(MOC)’ 포스팅(링크)에서 살짝 언급했듯 아들의 최근 최애(最愛) 캐릭터가 바로 소닉.
아들에게 좋아하는 무언가가 생기면 옆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열심히 부스팅을 해주는 편인데 가장 효과가 좋은 건 함께 레고를 만드는 일이다.
이 소닉 창작물 역시 아들이 며칠 전 내 방에 와서 “아빠, 아빠랑 소닉 미니피규어가 탑승할 수 있는 소닉 로봇을 같이 만들고 싶어요” 라고 하길래 만들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실 이 포스팅에 기록할 레고 창작물(MOC)은 정확히 말하자면 ‘소닉 더 헤지혹’이 아니고 “SONIC ROBOT for Sonic the Hedgehog” 이 되겠다.
레고나 그림 그리기 같은 창작활동을 같이 할 때 내가 먼저 결과물을 만들어버리면 아직 어린아이들에게는 창의력의 한계를 긋는 모양새가 되어버릴까 걱정되어 웬만하면 아이들이 만드는 걸 지켜보고 나중에 내 결과물을 보여주는 편.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아들이 만들어 온 소닉 로봇을 보고 일부는 아이디어를 따오기도 하고, 일부는 발전시키기도 한 결과물이다.
이틀 동안 월드컵을 보며 짬짬이 만든 완성품을 거실에 가져다 두었더니 아들이 게임하다 나와서 엄청 신나한다.
자기방에 뛰어올라가 자기가 만든 로봇을 얼른 가져다 내 창작물 옆에다가 같은 포즈로 세워두는 모습이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아들과 언제까지 레고를 같이 즐길 수 있을까나. 사춘기가 되면 같이 안 해주려나?
사진상은 작아 보이지만 상당한 사이즈의 완성품.
일단 머리에 소닉 미니피규어가 탑승을 해야 하고, 스피드가 특징인 캐릭터의 특성상 달리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조인트를 사용하다 보니 최대한 작게 만들려고 애를 썼지만 최소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우리 아들의 말에 따르면,
소닉은 검지를 펴고 있는 모습이 대표적인 모습 같다나..
그러다 보니 손가락도 관절이 몇 개 있어야겠고..
그렇게 전체 사이즈는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목구비에 할당된 면적은 몇 스터드 되지 않아서 눈은 표현하지 못했다.
좁고 길쭉한 초록색 눈을 표현할 적당한 방법을 떠올리지도 못했고, 아들이 만든 창작품에도 눈을 만들지 않았길래 나도 코드를 맞춰보았다.
손발은 커다랗고 팔과 다리는 젓가락처럼 얇고 길어야 소닉의 그 느낌이 제대로 사는데,
달리는 자세를 만들려면 목 관절 부품을 제외하더라도 어깨-팔꿈치-손목, 골반-무릎-발목 관절 부품은 사용해야 포즈가 가능한 상태.
처음엔 별생각 없이 전부 소형 볼 조인트 부품을 이용해 만들었더니 관절이 너무 휑하게 보여 언데드 느낌인데다 무거운 손발을 버티지도 못한다.
그래서 결국은 실제 관절과 비슷하게 팔꿈치와 무릎 부분은 한쪽으로만 꺾이도록 스위블(swivel) 힌지 플레이트를 두 개씩 써서 단단하게 고정했다.
처음에 이야기했듯 이 소닉은 ‘레고 21331 그린 힐 존’ 제품에 들어있는 소닉 미니피규어가 탑승할 수 있는 로봇이기 때문에 조종석이 있어야 했다.
머리 상단의 커버를 위쪽으로 열어보면 소닉에 어울리는 파란색 의자와 함께 간단한 계기반과 레버를 구현해 둔 것을 볼 수 있다.
소닉 미니피규어를 탑승시킨 모습.
특징적인 뾰족뾰족 뿔이 달린 소닉의 머리 부분은 조종석을 덮는 상단 커버를 비롯해 여러 부분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다양한 방향으로 튀어나온 모습이 특징이라 최대한 다양한 곡선형 슬로프 부품을 섞고 클립 부품을 활용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흰 장갑을 낀 큼지막한 손 역시 소닉의 특징적인 부분.
일단은 가장 대표적인 주먹 쥐었을 때의 실루엣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표현해 보았다.
손목에 장갑의 윗부분이 달려있어야 하지만 전체 비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멋지게 표현할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서 과감히 생략했다.
‘소닉’ 키워드로 구글링을 해보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소닉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기에, 어차피 움직일 거 엄지와 검지는 움직이게 해주자..라는 마음으로 두 개의 손가락에 관절을 달아주었다.
팔목에도 관절이 달렸으니 엄척(Thumbs Up)이 된다면 엄따(Thumbs Down)도 되는 게 당연.
당당하게 엄따를 하고 있는 포즈를 연출해 보았다.
살짝 거만한 느낌으로 비스듬히 서서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는 포즈.
고작 손가락 두 개만 움직일 수 있을 뿐인데 턱을 어루만지며 골똘히 생각하는 포즈(?)도 적당히 그럴듯하게 표현이 된다.
소닉의 몸통의 뒤쪽이 원래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
기본적으로 머리-손-발에 비해 몸통의 사이즈가 워낙 작기도 하고, 등 뒤를 주의 깊게 볼 일이 많지 않을 테니.
사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아들이 알려주기를 등 뒤에도 가시가 삐져나와 있다고..
그래서 등 뒤쪽에도 아래 방향으로 가시를 크게 하나 달아주었다.
크.. 가랑이 하단부도 허투루 하지 않고 라운드 마감 처리를 한 꼼꼼함을 보라.
다음은 발 파츠.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소닉인 만큼 발도 상당히 큰데,
저 상징적인 빨간색 파워 스니커즈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Bad’음반 활동 당시 신었던 신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파워 스니커즈 바깥쪽에 버클은 금색 타일 브릭 두 개를 이용해 표현해 봤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앞 코 디자인, 하얀색 덮개(?)의 두께감, 아웃솔 컬러, 힐 부분 라운드 마감 처리 등 외형에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다.
발목으로 올라오는 동그란 부분을 더 크게 하고 싶었지만 저기서 더 커지면 너무 과하게 커져 전체 밸런스를 깨는 것 같아 한쪽 발에만 살짝 시도해 보다가 포기했다.
코 표현을 ‘LEGO, Furnace Sonic (MOC)’ (링크)에 사용했던 뾰족한 부품을 다시 적용해 볼까? 하다가 이게 좀 더 어울리는 것 같아 막판에 교체했다. 귀 역시 실제 소닉의 느낌처럼 Tan 컬러를 이리 넣고 저리 넣어 보았는데 영 어색해서 배제했다.
전체 부피감과 비례를 신경 써서 맞춰놓았더니 대충 포즈를 잡아도 나름 소닉의 그 느낌이 난다.
뿌듯하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소닉은 달려야 맛이지.
뭔가 인형놀이하듯 이리저리 포즈를 만들어 보다 보니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이라도 만들어 봐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뭔가 더 그럴듯하게 이펙트도 넣어보자.
그래! 역시 이래야 소닉 답지.
금색 브릭으로 양파링을 만들어 손에 쥐어주려 했더니 나한테 있는 금색 부품으로는 마땅치 않다.
양파링은 나중에 따로 만들어 주는 걸로..
안녕아빠
글과 사진 정말 멋있습니다~
저는 초보 블로거입니다 ㅎㅎ
vana님의 글과 사진을 보니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이네요 ㅎㅎ
정말 좋은 글들 감사하구요
저희 아들도 소닉을 정말 좋아하는데 혹시 인스 구할 방법이 없을까요!
감사합니다!
vana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인스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사전에 LDD나 stud.io로 만들어 보고 구상한 창작품이 아니고 그냥 재미로 부품을 찾아가며 만든 거라서
지금에 와서 인스를 만들기에 너무 그 과정이 복잡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ㅠ 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