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지 않을 거라는 후회와 다짐을 하면서도 또다시 찾아보고 펀딩하고 있는 나.
이쯤 되면 앞으로도 크라우드펀딩 제품들에 계속해서 열심히 도전해 보겠다..라고 이야기한다 한들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왜 반복적으로 그렇게 될까.. 하고 가만 생각해 보니 그냥 나는 새로운 뭔가를 사서 만져보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 거지.
기성품들 중에 흥미를 끄는 것들은 이미 다 사봤고.. 흔치 않은 새로운 뭔가를 찾다 보니 아무래도 소규모로 여러 가지 도전을 하는 크라우드펀딩 제품들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대기업이나 기성 업체들에서 손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나조차도 몸소 깨닫게 되는 과정?
어쨌든 이번에도 그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은 프로젝트에 펀딩 했고 얼마 전 실제 제품을 받아볼 수 있었다.

그 제품은 바로 Moorebot Scout.
패키지에 쓰여있듯 Monitor / Discover / Explore 를 하는 작은 로봇인 Scout(스카우트)는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Kickstarter에서 성공적으로 펀딩 목표 달성을 했다.
나를 포함한 6,446명 후원자들의 1,087,094 달러야 안녕!

개발사에서 대표적으로 꼽는 기능은 24시간 자율적으로 집을 감시하거나 애완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로봇.. 이라는 건데..
그렇다고 치고, 일단 대략적인 기기 스펙은 다음과 같다.
Quad ARM CPU @1.2GHz, 1GB DDR III memory, 4GB Flash
Dual-band WiFi, 802.11 b/g/n, 2.4GHz, and 5GHz
FHD camera (1080P) with IR-cut night vision, 3W IR lighting torch
4 wheel drive (4WD) with high-performance DC motors
4 mecanum wheels
Advanced Sensors: 9DoF IMU, Time-to-Flight(ToF), Light sensor
Audio: 1x microphone, 1x 1W speaker
UART extension port
Battery: 1x 16850 Li-on battery
Standalone Charging Port with short circuit protection
Operation System: Linux + ROS, open-source

2021년 4월에 펀딩에 참여했고 계획대로라면 6월에 배송을 시작해야 하지만 2022년 5월에 받았으니..
역시나 크라우드펀딩은 펀딩 자체가 머릿속에서 완전히 잊혀지고 나서야 배송을 받아야 제맛인가.
실제 이 제품을 받아 뜯어보고 나서는 ‘아 이런 걸 펀딩 했었지..’ 하고 떠올리긴 했는데 막상 디테일한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더라.

구성품.
작은 사이즈(70mm x 100mm x 110mm)의 스카우트 본체,
접착테이프가 붙어있는 충전 스테이션,
그리고 충전용 USB A to C 케이블,
그리고 메카넘(mecanum) 휠용 윤활제.


IP65 (먼지는 완전히 차단되고 6.3mm 노즐로 분사되는 물 및 고체 물체로 부터 모든 방향에서 보호) 스펙을 가진 외형이라 그런지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 마감도 상당히 깔끔하고 재질도 싸구려 느낌이 별로 나지 않는 매트 블랙의 플라스틱.
전면에 보이는 글로시한 부분 안쪽으로 나이트 비전이 지원되는 1080p 카메라와 IR LED가 내장되어 있다.

스카우트 전체 형태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메카넘 휠(Mecanum Wheels).
로봇에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메카넘 휠에 대해서 보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드론이나 짐벌로 유명한 DJI에서도 RoboMaster 라는 제품에 적용해 출시되기도 했고 심지어 마트에서 파는 장난감 로봇에도 적용된 제품이 있을 정도이니.
메카넘 휠은 1973년 스웨덴 Mecanum AB 社에서 처음 개발한 구동 기술인데 1919년 미국에서 개발되었던 옴니 휠(Omni-wheel) 과는 달리 바퀴 하나에 45도로 꺾인 작은 롤러형 바퀴들을 여러 개 달아 전 방향으로 자유롭고 유연한 이동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존의 조향 방식에 비해 좁은 공간에서도 직각, 사선 등의 자유도 높은 주행이 가능해 물류업체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이 스카우트도 메카넘 휠이 적용된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바퀴 하나에 각각의 모터를 달아(Mecanum wheel in Motor) 움직인다.
전용 Scout App을 통해 로봇을 제어할 수 있으며 원하는 움직이는 경로를 저장해 자율 순찰을 시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나 애완동물 등을 발견하면 동영상을 녹화하고 저장하게 되며 양방향 오디오 기능을 통해 소리를 듣거나 말할 수도 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C 코딩을 통해 기능을 확장하거나 Scratch를 통해 아이들의 로봇 코딩 교육도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그러기엔 위에서 언급한 DJI를 비롯한 대기업 제품들 중에 더 좋은 대안이 있는 데다가 자체 어플리케이션의 완성도도 떨어져 그렇게 활용될 것 같지는 않다.
Google Assistant와 Alexa도 지원한다는데 음성명령을 즐기지 않으므로 그 기능 역시 나에겐 그다지 큰 장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뭐 일단은 제주 갤러리에 설치를 해두고 카메라가 없는 사각지대를 볼 때 활용해 볼까 하고 구입한 거라 진짜 쓰레기인지 아니면 적당히 쓸만할 지는 나중에 판단을 해봐야겠지만 첫인상에서 썩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겠다.
제품 자체만 보면 그간 속아왔던 크라우드펀딩 제품들에 비해 말끔한 모양새라 괜찮네.. 싶었는데..


제품을 설치하고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펌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과정이 대단히 매끄럽지 못했기도 하고,
제품개발에 집중하느라 그랬는지 어플리케이션의 UI/UX에 대한 연구까지 할 시간은 없었던 모양.
전체적으로 어플리케이션이 난잡하고 뭘 눌러야 뭐가 되는지 한눈에 알기가 어렵다.


메카넘 휠 구동방식이 나에게 어색한 것도 물론 있겠지만 로봇의 조작이 생각보다 어렵고,
일단 가장 기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의 화질이 너무 좋지 않다.
갤러리에 가져가기 전에 내 방에서 먼저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선예도가 떨어지다 못해 뭉개지는 느낌.
광량이 그리 부족한 곳도 아닌데 이 정도 라니, 아니! 해상도만 1080p면 뭐 하나..
그리고 원래 이 제품의 기능과는 거리가 멀어 좋다 안 좋다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바닥에 붙어 다니다시피 하는 크기의 로봇인데 카메라의 상-하 각도 조절이 되는 것도 아니라 자세히 뭔가를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편.
어떤 공간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내 개인적인 사용 목적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아니지 기본 기능인 보안 카메라 용도로 사용한다 쳐도 그렇지.
이 정도 화질에 이 정도 화각이면 막상 침입자를 찍었다고 해도 얼굴이 구분 갈 정도의 거리면 발만 찍히든지 할 것 같은데.
어쨌든 초기 테스트 겸 여기저기 좀 움직여 보다가 충전 스테이션으로 돌아가는 버튼을 눌렀는데 멀티탭이 가까운 책상 밑에 넣어두었더니 찾는데 시간이 꽤나 걸리기도 하고 세 번 중에 한 번은 아예 못 찾는다.
충전 스테이션에 프린트된 패턴을 인식하고 바로 앞에서 제자리 회전을 통해 엉덩이를 충전용 접점에 붙이는 방식인 것 같은데, 제품 자체가 작아서 그런지 로봇청소기의 그것만큼 착 가서 붙는 느낌은 아니다.
실제로 좀 활용을 해봐야겠지만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추천하기 힘든 제품이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을 듯.
snz
병진운동이 수동으로 밀때는 쉬운데 신호를 받아 움직이려면 계산이 복잡해지더라고요
모바일에서 조작할 때 탑뷰 기준으로 컨트롤되는 건가요
vana
아 그러네! 너 이야기 들어보니 조작이 왜 어렵게(?) 느껴지는 건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모바일에서 조작할 때는 로봇에 달린 카메라가 내 시점처럼(FPV)로 보이는데,
좌우 손가락의 컨트롤은 탑뷰 기준으로 움직여야 해서 그 사이에 괴리가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