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다른 목공 기구를 소개하면서 브랜드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고유의 컬러가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었다.
Festool의 그린,
Woodpeckers의 레드,
Rockler, TSO Products의 블루,
Pony Jorgensen, BORA Tool의 오렌지,
DeWalt의 옐로.
물론 브랜드에서 공식적으로 ‘우리를 상징하는 컬러는 이것이다’ 라고 정해놓은 경우도 있고, 단순히 제품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러처럼 자리 잡은 경우도 있겠지만, 목공 기구를 이것저것 모으다 보면 멀리서 대강 컬러만 보고도 어느 회사 제품인지 짐작할 수 있는데, 똑떨어지게 세트를 맞추거나 정리하는 일을 좋아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그런 방향성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그중 TSO Products 하면 나에게는 역시 짙고 선명한 블루 컬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전에 TSO Products의 제품에 대한 포스팅한 적은 있지만(링크), 공교롭게도 그 제품은 TSO 특유의 블루 컬러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이었다.
이번에 구입한 제품은 그와 정반대.
제품부터 수납 케이스까지 아예 TSO의 블루 컬러를 제대로 보여주는 Ultimate Dog Pack(얼티밋 독 팩) 되겠다.

TSO Products, Ultimate Dog Pack (61-535)
이름 그대로 TSO Products에서 판매하는 20mm 벤치독과 워크스탑을 한데 모은 종합세트다.
사실 벤치독 자체가 나에게 부족한 물건은 아니다.
이미 Woodpeckers의 벤치독을 잔뜩 가지고 있고, Festool이나 Bessey 브랜드의 MFT 테이블용 여러 클램프들도 구입해 놨기 때문에 굳이 또 다른 세트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벤치독이라는 게 클램프와 비슷해서 목공 작업실에서는 다다익선이라고 생각된다.
작업물을 직각으로 잡거나, 기준점을 만들거나, 여러 개의 부재를 동시에 정렬하다 보면 예상보다 많은 수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그냥 여기저기 손에 닿는 곳에 툭툭 던져놓고 필요할 때 MFT 홀 여기저기에 끼워서 사용하도록 환경을 구성하는 게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이번 제품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단순히 벤치독을 여러 개 묶어 판매해서라기보다 TSO의 워크홀딩 제품군을 전용 Systainer 안에 하나의 완성된 세트처럼 구성해 놓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Systainer가 사진에서 보다시피 TSO Products의 상징적인 블루 컬러!
조금 더 까다롭게 보자면,
알루미늄에 아노다이징 되어 브랜드 제품 전반에 깔려있는 짙은 블루와는 살짝 차이가 있는 밝은 블루 컬러이긴 하지만, 어쨌든 무척 TSO 스러운 시스테이너.

TSO Blue Systainer³ M 112
SYS 3 M 규격에 높이 112mm 짜리 시스테이너.
좌측 상단에 새겨져있는 ‘TANOS’는 시스테이너를 만든 회사다.
TANOS GmbH는 독일 회사로, 1993년 TTS Tooltechnic Systems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우리가 흔히 Festool의 공구함이라고 생각하는 Systainer® 시스템의 개발/공급사가 바로 TANOS. 물론 가장 흔히 사용되는 3세대 Systainer³는 TANOS-Festool-bott 가 공동 개발했다고 한다.
bott 역시 독일 회사로 작업차량의 랙과 수납 시스템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
결국 시스테이너는 단순히 공구를 담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공구를 안전하고 튼튼하게 담은 다음에, 서로 규격에 맞춰 쌓아서 고정하고, 차량에 탑재까지 고민된 세 전문 회사의 합작품 되겠다.

시스테이너에 외부에는 TDS-13 Dog Stop 이라고 적혀있지만 실제 내가 구입한 세트는 Ultimate Dog Pack.
이 얼티밋 독 팩의 구성은 제법 푸짐하다.
Chamfer Dog / Standard Fit / Small × 4
Chamfer Dog / Close Fit / Small × 4
Chamfer Dog / Close Fit / Stubby × 4
Chamfer Dog / Close Fit / Tall × 4
TDS-13 Low Profile Dog Stop × 2
CNC-cut Kaizen Foam Insert × 1
Foam Lid Insert × 1
그러니까 단순히 ‘벤치독 16개 세트’ 라기보다는, TSO Products에서 만드는 여러 형태의 독을 종류별로 네 개씩 갖추고 거기에 TDS-13 Dog Stop 한 쌍까지 더한 구성.
스탠다드 핏(Standard Fit)과 클로즈 핏(Close Fit)의 구분이 있는 것도 생소한데,
20mm 홀에 맞춰 제작된 같은 규격이라고 해도 미세한 공차를 둬서 용도에 따라 달리 사용하도록 제공된다.
Standard Fit은 일반적인 20mm 작업대에서 쉽게 넣고 빼면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약간의 여유를 둔 타입이고, Close Fit은 보다 타이트한 결합을 통해 위치 정밀도를 우선한 타입.

시스테이너 내부는 CNC로 가공된 Kaizen Foam Insert 가 부품들을 안정적으로 잡아 고정해 주어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
뚜껑 쪽에도 올록볼록한 완충재가 단단히 눌러줘서 케이스를 닫을 때 조금 꾹 눌러 닫아야 한다.

TDS-13을 제외한 나머지 원기둥 형태의 제품들은 모두 벤치독(Bench Dog)이다.
그런데 위에서 구성품 설명을 할 때 Chamfer(챔퍼) Dog 이라는 이름을 썼다?
물론 큰 범주에서 벤치 독의 종류 중 하나이긴 하지만, TSO Products 에서 부르는 이 ‘챔퍼 독’은 단순히 이름만 다르게 부르는 건 아니고 명확한 구조적 차이가 있는 새로운 방식의 제품이라고 한다.

벤치 독의 형태인 원기둥의 기본 지름은 20mm 홀에 딱 맞게 제작이 되어있지만 홀에 끼워지는 경계지점에 경사면(chamfer) 형태로 살짝 튀어나와 있다.
이 구조의 장점은 작업대의 20mm 홀이 약간 크게 가공되어 있거나 오랜 사용으로 조금 마모된 경우에도 챔퍼 부분이 홀 가장자리에 안착하면서 벤치독의 중심 위치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는 점.
물론 MFT 테이블의 홀에도 경사면이 만들어져 있어야 챔퍼끼리 서로 맞물려 상부에서 돌출되는 부분 없이 계획된 형태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Festool의 기본 MFT 테이블이나 내가 제작한 워크벤치의 홀은 챔퍼가 없는데?? 필요하면 나중에 트리머로 살짝 챔퍼를 깎아내야지 뭐.
사실 길쭉한 TDS-13 Lowe Profile Dog Stop이 이 세트 구성 중에 가장 유용할 것 같은 도구다.
길이 약 340mm, 두께 9.5mm의 길쭉하고 낮은 프로파일을 가진 워크스탑으로, 20mm 홀 두 곳을 이용해 작업대에 설치하게 되며, 도미노 가공이나 샌딩, 대패질처럼 한쪽 방향으로 밀면서 작업해야 할 경우에 받침으로 사용을 하거나, 두 개를 직각으로 배치해 두 면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기준면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

Festool의 기본 MFT/3 Workbench 에도 챔퍼가 없기 때문에 독이 상판 위쪽으로 올라와 있는 모습이지만 일단 기본적인 사용에는 큰 문제가 없다.
홀에 챔퍼가 있다면 온전히 20mm 원기둥 형태만 작업대 위로 튀어나와 있을 수 있는데, 확실히 그렇게 된다면 더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TDS-13을 두 개의 홀에 끼워 넣고 고정했더니 부재를 낮고 단단히 고정해 줘서 샌딩 작업등을 할 때도 간섭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활용도가 꽤 높을 것으로 보인다.

Festool의 기본 컬러 시스테이너 위에다가 올려본 TSO Blue 시스테이너의 모습.
Systainer³ M 112 기본 규격이긴 한데, 서류 가방처럼 들 수 있도록 손잡이가 측면에도 달려있어서 아래쪽의 다른 시스테이너와 고정하려면 손잡이가 닫히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
처음에는 TSO Products의 파란색 시스테이너를 사려고 굳이 이 많은 벤치독을 추가로 사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행히(?) 안쪽의 구성품들도 꽤나 쓸모가 있어 보여 마음의 짐을 좀 덜었다.
역시 공구를 하나씩 사 모으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하나의 용도를 위해 잘 정리된 ‘완성된 세트’를 갖추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