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st Collection

1. Planning & Concept
2. iVAC System
3. Raspberry Pi Dashboard
4. Piping & Layout

 

앞선 글에서 iVAC 시스템을 이용해 장비와 집진기, 블라스트 게이트를 서로 연동하는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장비를 켜면 해당 배관의 게이트가 열리고, 나머지 게이트는 닫히며, 지하에 있는 집진기가 자동으로 가동되는 구조. 
지금껏 준비한 것도, 앞으로 준비할 것도 잔뜩인데 글로 정리해 놓고 보면 상당히 간단해 보이네. 

어쨌든 아뜰리에 썸머의 집진기는 실제 목공 작업을 하게 될 공간과 분리된 별도의 지하창고에 설치될 예정이다. 
커다랗고 시끄러운 집진기를 작업실 밖으로 밀어내고, 1층에서는 집진 배관만 보이도록 구성한 것은 기능적으로나 심미적으로 꽤 마음에 드는 선택. 

문제는 집진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으잉?? 안 보여서 심미적으로 좋다면서 그게 왜 또 문제인가. 

조용해서 좋은 것은 물론이고 흉물스러운 집진기가 보이지 않는 것은 심미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꽤 이점이 많지만, 현재의 집진 상태가 한눈에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은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다. 
iVAC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한다면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동화 시스템일수록 뭔가 시스템적인 오류로 아다리가 안 맞아서 켜지고 꺼지는 데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그 오류로 집진기가 하루 종일 돌아가고 있는데도 층이 달라서 인지를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장비를 켰는데 집진기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 반대로 장비를 모두 껐는데 집진기만 계속 돌아가는 상황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애써 구축해 둔 자동화가 오히려 불편과 위험을 감추는 장치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진 시스템의 작동 상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대시보드를 만들어 보기로 계획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표시등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집진기가 켜지면 초록불, 꺼지면 표시등도 꺼지는.
사실 기능적으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건 맞다. 
하지만 어차피 아뜰리에 벽 한쪽에 항상 설치되어 있을 장치라면 집진기를 사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에도 나름의 역할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Raspberry Pi 5와 작은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대시보드. 

Raspberry Pi(라즈베리파이)는 영국의 Raspberry Pi Foundation에서 교육용 프로젝트로 개발된 손바닥보다 작은 컴퓨터.
보드 하나로 만들어진 장난감 같은 컴퓨터이지만 일반적인 PC처럼 운영체제를 설치해서 사용하며, 와이파이, 블루투스는 물론 굉장히 다양한 I/O 포트를 지원한다. 

장기간 켜두는 목적인 경우 조금 더 단순한 ESP32를 추천하기도 하지만, 그건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일단 익숙한 걸로 해보기로. 

 

디스플레이는 Waveshare 8.8inch DSI LCD를 사용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화면 비율보다는 와이드한 디스플레이가 정보를 전달하기에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구입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조금 더 컸어도 좋았겠다 싶다.
아이폰 레티나 디스플레이 이후부터는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눈이 익숙해져 버려서 픽셀이 도드라지만 그게 참 거슬리던데, 이 제품은 그래도 대각선 길이가 대략 223.5mm 밖에 안되는데 1920 x 480px 해상도라 225ppi 정도의 픽셀 밀도를 보여줘 스마트폰 처럼 바짝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면 거의 픽셀이 눈에 띄지 않는 정도. 

 

방열판과 팬도 설치해야 하고 센서들도 연결해야 하지만 일단 디스플레이만 간단히 연결하고 OS설치와 업데이트를 마친 다음, 집진장치를 위한 웹페이지 제작에 돌입했다.  

 

평상시에는 공항이나 기차역 느낌이 나는 플립 보드 스타일로 날짜와 시간을 보여주다가, 집진이 시작됐다는 신호를 받게 되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도록 배경색을 오렌지 컬러로 바꾸고 날짜/시간 등을 보여주던 칸에 각각 ATELIER DUST COLLECTION SYSTEM STATUS, 그리고 W O R K S 라고 표시되도록 했다. 

그리고 샌딩이나 자동대패 같은 긴 호흡의 작업을 하게 되면 집진상태 표시는 배경색으로 유지하면서 다시 시간을 표시하도록 만들었다. 
화면을 보여주는 페이지는 수정하기 용이한 HTML과 CSS, JavaScript를 이용해 제작을 했고 로컬에서 동작한다. 

 

플립 넘어가는 느낌과 글씨 배열 등의 미세 수정을 하는 일과 동시에 추가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24시간 365일 그냥 켜둘 생각이기 때문에, 내가 아뜰리에를 비운 밤 시간 등에는 화면이 꺼져야 할 것 같아 조도 센서를 연결하기로 했다. 
작은 사이즈의 BH1750 조도 센서를 활용해 주변 밝기를 측정한 후, 특정 조건에 맞춰 화면을 켜거나 끄도록 했다. 

 

최종적으로는 외부를 월넛 원목으로 씌울 생각이지만, 일단 부품들을 고정하고 정리할 케이스가 필요하니 모델링 후 3D 프린터로 출력을 해보기로. 
일단 기능적인 것만 최대한 충족하는 단순한 형태로 구조를 잡았다. 
결국에는 PETG로 출력을 할 생각이지만, 일단 PLA로 몇 차례 뽑아보며 사이즈 보정을 진행했다.

가능하다면 뒤로는 두꺼워지더라도 전면부에서는 디스플레이에 원목두께만 노출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최대한 작게 모아보려고 했는데 전원부가 문제다. 
라즈베리파이의 전원부가 PCB 아래쪽으로 USB-C 케이블을 끼우도록 되어있어서 아무리 해봐도 각이 안 나온다. 

 

그래서 급히 구입한 ㄴ자 연장 부품과, ㄷ자 연장 부품. 
둘 중에 괜찮은 걸 사용해 보려고 했는데, 이래저래 연결해 본 결과 ㄴ자로 결정. 
라즈베리파이 보드를 뒤집고 디스플레이도 뒤집어 세팅을 한 후, 위쪽 케이스 일부를 뚫어 최대한 전체 볼륨을 키우지 않는 쪽으로 재설계 했다. 

 

이제 센서 연결을 위한 납땜질 차례. 
오랜만에 납땜질을 하려니 인두도 USB로 깔끔하게 나오네. 
Quecoo T85라는 중국산 USB-C 인두를 구입해서 조도 센서를 납땜질 했고, 다행히 아주아주 잘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지하 집진기 쪽 컨택터에 연결된 선을 라즈베리파이의 GPIO 단자로 연결해 신호를 받게 해야 할 차례.
3상 380V 집진기의 신호를 그냥 연결하기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2채널 PC817 옵토커플러(Optocoupler)를 사용할 예정이다. 

 

써멀패드 장착한 팬과 방열판도 달아주고, 3D 프린터로 임시 출력한 PLA 케이스에 설치해 본 모습. 
나중에 원목으로 본 케이스를 제작하게 되면 전원부 부분만 라우터로 살짝 깎아내고 끼우면 미니멀한 대시보드 디스플레이로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센서는 주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케이스 상부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아래에 고정하도록 했는데, 바깥에서는 작은 구멍이지만, 케이스 안쪽으로는 넓게 키워서 빛을 조금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케이스 뒤쪽으로 전원선에 신호선까지 주렁주렁 나오는 게 조금 신경 쓰여서 한곳으로 몰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전원 케이블의 위치 때문에 영 쉽지 않다. 

 

아직 옵토커플러 연결은 안 되어있지만, 케이스를 닫으면 그래도 굉장히 깔끔한 모습으로 정리된다. 

 

수동으로 집진기를 작동시킬 두 곳에 연결하게 될 알루미늄 재질의 물리 버튼. 
이것도 선은 일단 연결해둬야 할 것 같아서 꺼냈는데, 결국엔 게이트에 직접 연결하는 게 아니라 iVAC Remote를 개조하는 방향으로 정해지는 중이다. 
이것도 큰일. 

 

집진기 연결 없이 탁상용 시계로도 충분히 훌륭한 활용이 된다. 

 

테스트를 위해 화면을 터치하면 집진기가 켜진 것처럼 보이도록 했는데, 
오렌지 컬러의 시계도 나름 멋스럽네.

일단 전원이 연결되면 무조건 자동으로 이 화면을 띄우도록 세팅을 해놓은 상태. 

라즈베리파이의 저장 장치는 현재 microSD 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장기간 상시 운용하는 장치라는 점을 고려해 나중에는 작은 NVMe SSD로 변경하는 걸 고민 중이다. 
메인을 SD카드로 운영하는 시스템은 상시 켜놓게 되면 주로 SD카드가 뻑나서 문제가 생긴다고들 해서.. 

 

누군가 보기에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장치일 수도 있고, 
실제로 집진기에 연결된 표시등 하나만 달아놔도 목적에는 부합한다. 

하지만 목적보다 더 재미있는 게 목적까지 가는 과정이랄까. 
여행도 보통은 여행 자체보다 가기 전에 꿈에 부풀어 계획하고 짐 싸고 하는 게 더 두근거리는 것처럼. 
어떤 기능이 필요하고, 그 기능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보여지고, 실제로 사용할 때 어떤 느낌이어야 하는지를 하나씩 정하고 정리해 가는 과정 자체가 너무너무 신나고 재미있어서 벌써 다음에 무슨 기능을 넣고 뭘 더 붙일지가 기대된다.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제어 시스템을 어느 정도 준비했으니,
이제 눈에 가장 잘 보이는 배관과 레이아웃을 결정해야 할 차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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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lanning & Concept
2. iVAC System
3. Raspberry Pi Dashboard
4. Piping & Lay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