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5, CP2 (Instant Disk Audio)


얼마 전 도쿄에 갔을 때 볼일이 있어 ‘아자부다이 힐즈 (麻布台ヒルズ/Azabudai Hills)’에 갔다가 시간이 남아서 콘란샵을 구경했다. 
‘콘란샵(The Conran Shop)’은 가구, 조명, 홈 액세서리 등을 취급하는 디자인, 리빙 큐레이션 스토어. 
우리나라에도 몇 군데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한티역 롯데백화점에 위치한 강남점 밖에 안 가봤다. 

뭐 워낙 가구나 디자인 용품 구경하는 걸 좋아하니 혼자서도 재밌게 잘 구경하고 돌아다녔는데, 한구석에서 재미있는 제품을 발견했다. 

바로 km5 라는 생소한 브랜드의 CD Player. 

 

네이밍을 보자면 아마도 CP1이 먼저 출시된 제품인 것 같은데, 일단 두 제품의 컨셉은 같다.
기본 컨셉은 슬림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CD 플레이어의 전면 투명한 커버에 앨범 아트를 끼워 넣을 수 있다는 것.

다만 먼저 나온 CP1은 아래쪽에 스피커가 없는 버전으로 조금 더 미니멀한 느낌이고,
CP2는 아래쪽에 스피커를 달아 제품 자체만으로 재생이 가능한 제품이라는 점이 차이점 되겠다. 

 

이 사진은 2009년 신혼집의 사진이다.

결혼 전인 2000년 초-중반에 구입해서 사용했던 원목 CD Rack.
앨범 아트들을 전면으로 끼워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인데 굉장히 좋아하는 아이템이라 결혼하고도 꽤 오랜 기간 사용을 했던 아이템이다.

가만 보면 난 앨범 아트에 꽤 집착하는 편인 것 같다.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지만 굳이 그 집착에 대한 변을 해보자면,
요즘 같은 스트리밍 시대와는 달리 예전 내 어릴 적에는 음악에 대한 소비행태도 확실히 달랐다. 

열심히 용돈을 모아 앨범들을 사면 앨범의 보통은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무한 반복의 시작이다.
요즘처럼 타이틀곡만 듣고 마는 게 아니라 가사집을 보면서 작곡, 작사는 누가 했고, Special Thanks to는 누구인지도 꼼꼼히 읽으며 한 곡당 수십-수백 번을 들어서 곡의 순서는 물론 대부분의 가사까지 외우게 된다. 

초-중학교 때는 카세트 테이프(Cassette Tape)로, 고등학교 때는 아빠가 일본서 사다 주셨던 휴대용 CDP나 형 방에 있던 미니 오디오로 음악을 들었는데,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CD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차곡차곡 쌓아가며 꺼내듣는 재미가 너무 좋았다. 

그 후로 MP3의 시대가 도래하고 너도 나도 좋아하는 MP3를 공유하고 모을 때도, 나는 실제 CD를 구입했다. 
물리 매체를 모아가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보통 공유 받은 MP3 파일은 음질도 나쁘고 저해상도 앨범 아트가 포함되어 있거나 아예 앨범 아트가 없었기 때문에 직접 음원을 리핑하고 볼륨을 맞추고 스캐너로 앨범 아트를 스캔해서 MP3 Tag에 집어넣기 위해서..

지금 와서는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지만.
(나는 여전히 CD도 사고, 꾸준히 블루레이와 UHD 블루레이도 구입하고 있다)

 

다시 원래 본론으로 돌아와..

그래서 일본에서 바로 사들고 온 건 아니고, 한국에 돌아와 구매대행을 해 배송받을 수 있었다. 
앨범 아트만 액자를 끼운 것처럼 깔끔하게 담아내는 CP1과
블루투스 연결이나 헤드폰 연결 없이 간단히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재생이 가능한 CP2 사이에서 상당히 고민을 했지만,
결국은 CP2로 결정했다.

 

km5, CP2

화이트-블랙 중에 선택은 크게 고민되지 않았다. 
당연히 블랙. 

 

공식 가격은 ¥24,200. 
어차피 콘란샵의 가격도 똑같다. 

단순한 기능의 CD Player 치고는 가격이 꽤나 나가는 편. 
사실 살짝 저렴한 버전으로 예전에 한때 유행이었던 MUJI(無印良品)의 벽걸이 CDP와 어떤 면에서는 살짝 흡사한 느낌이 있지만, 
앨범 표지를 끼워 넣는 건 아무래도 다르지!

심지어 MUJI의 벽걸이 CDP도 창고 어딘가에 있다;;

 

구성품은 상당히 단순하다. 

CP2 본체 (with Lyrics card Tray)
설명서

 

km5, CP2 (Instant Disk Audio)

Model Number : CP2-001
Disk Format : CD / CD-R / CD-RW / MP3
Disk Size : 12cm / 8cm
ASP(Shockproof) : 2M SDRAM
Speaker Unit : 40mm Fullrange Speaker x1 / Bass Diaphragm x1
Maximum Output : 3W
Bluetooth : 5.1 (Chip AC6956C)
Audio Out : 3.5mm Stereo Earphone Jack
Screen : LED Nixie Tube (21 x 14mm)
Power Supply : USB 5V
Battery : Lithium Ion 1800mAh
Playback Time : 7-8 hours (using Bluetooth) / 6-7 hours (using Speaker)
Charging Method : USB Type-C
Size : 225mm x 140mm x 27mm
Weight : 435g
Operation Temperature : 0˚C ~ 40˚C

 

기기 우측의 OPEN 버튼을 옆으로 밀면 CD 슬롯이 열린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은 굉장히 미니멀하다. 특히 앨범 재킷을 끼우면.

 

상단에 달린 버튼. 
앨범 아트를 마주 보고 컨트롤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배치했기 때문에 지금 사진은 뒤집힌 모양새가 되어버렸는데, 
어쨌든 실제 좌측부터,

Last Song (Long Press for Fast Reverse)
Play / Pause (Long Press for Power On)
Next Song (Long Press for Fast Forward)
Stop (Long Press for Power Off)

B Bluetooth
Volume Down
+ Volume Up

3.5mm Stereo Earphone Jack

 

뒷면에도 두 개의 스위치가 별도로 달려있다. 

Mode Switch – Loop 1 Song / Play All Songs / Loop Play All Songs
Hold Switch

 

이건 별도 구매한 벽면 고정용 브래킷 (Wall Mount Bracket).

당분간 벽에 달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런 건 구입할 때 안 사면 나중에 구하기가 까다로워지더라는..

 

간단한 설명서와 함께 CP2 본체 뒷면 홀에 고정하는 짧은 스크류 두 개와 벽면용 스크류 두 개, 그리고 칼블럭 (rawlplug) 두 개. 

 

처음으로 어떤 CD를 플레이해볼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 검은색 CP2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노란색 커버.

IU 6th Mini Album (The Winning) Special Ver.
Tweety x IU 앨범을 끼워보았다. 

 

너무너무 이쁘다. 

실제로 플레이해봤는데, 초기 볼륨세팅을 너무 높게 해놔서 깜짝 놀랐다. 
사실 저 두께에 억지로 끼워 넣은 스피커에 대한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볼륨을 적절하게 맞추어 들어보니 뭐 그럭저럭 들을만하다.
제대로 듣고 싶으면 블루투스로 스피커에 연결해서 들어야겠지만..

그래도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바로 재생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장점이다.
CP1을 샀다면 하지 못했을 기능. 

 

 

앨범 아트를 끼워 넣었을 때 제품의 완성도가 확 올라가서,
생각 같아서는 CP2를 10개 정도 사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10개의 앨범을 선정한 후 장식장 위에 쭈르륵 세워놓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이것저것 CD들을 꺼내 앨범 아트를 끼워보다가 막간을 이용해서 자랑을 좀 하자면,
위 사진에 보이는 브릿팝 밴드 “Blur”의 베스트앨범! 

2000년에 발매한 “Blur: The Best Of”라는 앨범인데 무려 앨범 아트를 ‘줄리안 오피(Julian Opie)’가 그렸다!

 

Julian Opie – Walking in Melbourne | source : koller

사람들을 간결한 선으로 표현하고, 위 이미지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들 그림으로 엄청나게 유명한 영국의 팝 아티스트.

Blur의 멤버들은 평소 현대미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1990년대 후반부터 런던의 예술계와의 활발한 교류가 있어왔는데 자연스레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줄리안 오피와 협업을 하게 되었다고.

 

블러(Blur)의 네 멤버,
데이먼 알반(Damon Albarn), 그레이엄 콕슨(Graham Coxon), 알렉스 제임스(Alex James), 데이브 로운트리(Dave Rowntree) 네 명 중 그레이엄 콕슨을 그린 줄리안 오피의 원화가 우리 집에 있다!!

아주 예전부터 내 방 출입구 옆쪽에 늘 걸려있는 강렬한 노란색 작품. 
크!! 

나 앨범 아트에 집착하는 거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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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크준

    앨범아트는 음악만큼(때로는 그 이상) 중요하죠 ^^

  2. 전반적인 고급스런 취향들과 안목은 어떻게 키우신건지 궁금 해요 …디자인및 아트 계열 직업을 갖고 계신가요??

    사진 느낌 포스팅 능력도 잡지 보는줄 알았어요 .^^

    • vana

      vana

      너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림을 수집하고 있긴 합니다만 수집을 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
      제가 특별한지는 모르겠지만 좋게 봐주신 부분에 대해서 굳이 이유를 찾자면, 관심 아닐까 싶습니다.
      오래전부터 여러 예쁘고 좋은 것들에 대해 관심을 두고 찾아보는 편입니다. 🙂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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