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작한 걷기 운동에 관한 기록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인들을 표본으로 삼아, 운동과 가장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뽑으라면, 나는 무조건 세 손가락 안에는 들 거다. 
그만큼 오랜 세월 운동과 자발적 거리두기를 해온 사람이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지인들과 만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화제가 건강, 운동, 식조절 같은 이야기들이 되어버렸다. 
어렸을 때부터 입대 전까지는 너무 마른 게 컴플렉스일 정도로 뼈만 남아, 늘 부모님이 걱정하실 정도였는데, 지금은 뱃살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걱정해야 하는 중년 남성이 되어, 여태껏 지내온 방식으로는 더는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지금도 어디 가서 ‘살쪘다’는 소리는 듣지 않는 정도이긴 하지만, 살짝만 방심해도 티셔츠나 바지가 바로 안 맞게 되는 터라, 가끔 체중계 숫자를 보고 깜짝 놀라며 야식을 줄이는 정도의 소극적인 노력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잘 해오고 있던 게 있다면, 꽤 오랫동안 매년 빠지지 않고 건강검진을 받으며 여러 수치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왔다는 것과, 일주일에 두 번씩 선생님을 모셔 맨몸운동과 스트레칭 위주의 아주아주아주 가벼운 PT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 

하지만 매년 건강검진 전에 하는 모바일 문진을 작성할 때마다, 살짝 스스로에게 챙피할 때가 있다.
‘최근 10분 이상 숨이 찰 정도로 움직인 적이 있냐?’ 같은 질문들이 잔뜩 있는데, 그런 질문에 전부 ‘없음’으로 체크한 지가 한 15~20년은 된 것 같다.

어쨌든 그런 챙피함을 무릅쓰고(?) 지금껏 잘 살아오긴 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일시적인 야식 조절만으로는 불어오른 살이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작년 여름 하와이에서 쪘던 살이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상복구가 안 되고 있는 상태.

이건 안 되겠다 싶어, 조금은 적극적인 ‘운동’이라는 걸 해보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도 평소 움직임이 너무 부족하다며 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리라고 여러차례 당부하셨고, 그 말에 조금 자극을 받아 애써 늘린 결과가 하루 2,000보 내외의 걸음 수.

일단 부족한 움직임을 채우기 위해 ‘걷기’부터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가벼운 러닝화와 운동복, 양말 등을 샀다.
뭘 시작하든 준비물이 잘 갖춰져 있어야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더 들지 않을까 싶어서.

다행히 뭘 하든 꾸준히는 하는 성향이긴 한데, 평생 그게 ‘운동’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나조차도 일단 확신은 없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걷기를 시작한 게 3월 말.
아래는 두 달 정도가 지난 현재까지의 결과다.

 

다른 약속 때문에 운동을 못한 며칠을 제외하곤, 정말 거의 빠짐없이 최소 12,000보에서 많을 때는 25,000보까지 걸었다.

밖에 나가면 보통 8~9km 정도를 빠른 걸음으로 쉬지 않고 걷고,
비가 오는 날엔 트레드밀에 올라가 5% 경사도로 7~80분 정도 걷곤 했다.
그렇게 꾸준히 두 달 정도를 이어가며 매일 집에서 인바디 체크를 해보니, 체지방률은 약 4% 빠지고 골격근량은 약 5kg 늘어나는 고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없던 근육이 다리에 생기면서 체중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중간에 하루 안 나가는 날에 슈이가 묻는다.
“꾸준히 하다가 하루 안 하면 찌뿌둥하고 그러냐”고.

아니, 전혀!
너무 나가기 싫은 건 하나도 안 바뀌었고,
나가서 좀 걷다가 덥거나 힘들어지면 ‘아, 택시 탈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고.

시작했으니까, 해야 하니까 하긴 하지만…
진짜 너무 하기 싫다.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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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천안대군

    ㅎㅎㅎㅎ 공감 백프로 아직 자발적 거리두기 하는 사람으로
    그나마 골프는 치니 하나는 하고 있군요 저는

    • vana

      vana

      저는 엄청난 주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아직 골프도 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치거든요.
      아마 저도 언젠가는 치겠지만, 운동으로 친다기보다는 풍경 보고 어울려 밥 먹으러 갈 것 같습니다.
      아내 골프 치러 갈 때 따라간 적이 있는데 한적하니 산책하기는 참 좋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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