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부터 넷플릭스에서 독점 스트리밍 하는 미국의 정치 드라마 ‘외교관 (The Diplomat)‘.
얼마 전인 2024년 10월 31일부터 시즌 2를 시작할 때까지도 별로 볼 생각이 없던 드라마인데 여기저기서 좋은 평이 심심찮게 들리기에 시작해 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강추!
시즌 2편까지 완주한 후 작성하는 후기인 만큼 스포일러성 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일단 직접적인 스포는 안 하려고 노력하는 글로 최대한 작성해 보겠다.
그저 캐릭터 소개와 간단한 감상평만!
Netflix, The Diplomat Season 1 포스터
Keep Your Friends Close.
Keep Your Enemies Closer.
영화 ‘대부2 (The Godfather : Part II)’에서 나왔던 ‘마이클 꼴레오네 (Michael Corleone)’의 대사.
정확히는 “Keep Your Friends Close, But Your Enemies Closer”를 인용한 포스터의 문구가 인상적이다..
정치 드라마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 입장에서 보면, 이런 드라마에는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정치 드라마가 포스터나 예고편만으로도 뭔가 무겁고 복잡해 보이는 인상을 주기 때문일까.
흔히 ‘정쟁(政爭)’을 다룬 작품들이 비슷한 흐름을 보이곤 한다. 지저분한 비리, 정경유착, 불법 로비, 누군가의 야망 같은 소재들이 반복되면서 말이다. 물론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정말 찐 재미를 주었던 정치 드라마도 여럿 있었지만, 여러 작품들 사이에서 옥석을 가려내기까지 인내심의 한계, 그리고 과거의 실망스러운 경험들이 그 벽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 같다.
배달 맛집을 찾을 때 평점이 중요하듯, 영화나 드라마도 신뢰하는 루트에서 좋은 평가가 들리면 일단 안전빵으로 가볍게 도전해 보곤 하는데,
이 작품은 정말 대만족.
하루 만에 시즌 1, 2를 몰아치듯 봐 버렸다.
일단 주인공 ‘케리 러셀 (Keri Russel)‘이 굉장히 낯익어 필모를 살짝 들여다봤는데,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 ‘어거스트 러시(August Rush)’의 첼리스트 여주인공 라일라 역을 맡았던 배우였다.
물론 ‘미션 임파서블 3’나,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 등에도 출연했었지만 내 기억 속에 낯익은 이유는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았던 어거스트 러시였다.
케리 러셀이 연기하는 주인공 ‘케서린 “케이트” 와일러 (Katherine “Kate” Wyler)‘는 주영 미합중국 대사(US Ambassador to the UK)이다.
사실 뭐 우리나라 주영대사도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마당에 주영 미 대사의 이야기라니.. 과연 재밌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오히려 몰라서 재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교업무에 대한 교육 기능까지 있는 성장형(?) 드라마이기도 했다.
주인공의 남편인 ‘핼 와일러 (Hal Wyler)‘역을 맡은 ‘루퍼스 스웰 (Rufus Sewell)‘.
스포를 배제하고 이 캐릭터를 뭐라 딱히 설명하기는 힘든데..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좋았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이 배우가 누군지 한참을 검색해 봤을 정도.
1967년생의 영국 배우로, 젊었을 때의 이미지를 보면 정말 엄청난 미남. 물론 지금도 굉장한 매력을 뿜어내지만.
주인공 케이트와 함께 핼이 쌓아가는 드라마의 ‘양감(量感)’이라고 해야 하나? 풍성함이 정말 끝내준다.
시리즈에 출연하는 배우의 대부분의 역할이 입체감 있는 캐릭터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핼 와일러 역할은 특별히 그러하다.
내 머릿속에 있던 전형적인 캐릭터들의 이미지에 배역을 대입하면 여지없이 빗겨나가는데 그게 큰 매력이기도 하달까.
CIA 런던 지부장 ‘이드라 박 (Eidra Park)‘ 역할을 맡은 배우 ‘알리 안 (Ali Ahn)‘
드라마를 입체적으로 다져가는 데에 또 한 축을 담당하는 캐릭터.
그간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굉장히 생소한 배우였는데 조만간 보려고 찜해둔 ‘전부 애거사 짓이야 (Agatha All Along)’에 출연했더군.
(한국계라고 하니 조금 더 정이 가는..)
미국 대통령 ‘윌리엄 레이번 (William Rayburn)‘역을 연기한 배우 ‘마이클 맥킨 (Michael McKean)‘.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의 프리퀄 스핀 오프 드라마 ‘베러 콜 사울 (Better Call Saul)’에서 주인공 ‘사울 굿맨(지미 맥길)’의 형, ‘척 맥길 (Chuck Mcgill)’ 역할을 맡았던 미국의 배우.
아무래도 주영 미 대사의 이야기인 만큼 극중 배경은 주로 영국이라 비중은 크지 않지만 미국 대통령스러운(?) 딱 그 느낌.
영국 총리 ‘니콜 트로브리지 (Nicol Trowbridge)‘ 역할을 맡은 ‘로리 키니어 (Rony Kinnear)‘.
007 시리즈에서 영국 비밀 정보국 MI6 간부로 출연했다고 하는데 크게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뭔가 너무 익숙한 얼굴이라서 찾다가 결국 찾아내버렸다.
심지어 내가 기억하는 이전의 역할도 영국의 총리 역.
넷플릭스의 초화제작 ‘블랙 미러 (Black Mirror)’, 그것도 시즌 1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의 역할이었다.
에피소드 제목은 ‘공주와 돼지 (The National Anthem)’.
아마 2011년 시작해 현재 시즌 7까지 이어지는 인기작인 블랙 미러 자체의 흥행뿐 아니라 초창기 넷플릭스의 글로벌 흥행 견인에 한몫을 했을 충격의 에피소드.
(자세한 내용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생략한다)
영국의 외무장관 ‘오스틴 데니슨 (Austin Dennison)‘ 역을 연기한 ‘데이비드 지아시 (David Gyasi)‘.
여러 번 감상했던 인터스텔라에도 출연했다고 하는데 내게 전작의 기억은 없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외교부장관’이기 때문에 ‘외교관’이라는 드라마 제목답게 극중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
시즌 2에 등장하는 미국 부통령 ‘그레이스 펜 (Grace Penn)‘ 역할을 맡은 ‘앨리슨 제니 (Allison Janney)‘.
고전(?) 미드 ‘웨스트 윙 (The West Wing)’에서 백악관 대변인 역할을 굉장히 인상 깊게 소화했던 그녀가 이번에도 역시 짧은 출연임에도 굉장한 포스를 보여준다.
역시나 출연 시간이나 비중과 상관없이 드라마를 가득 채우는 연기, 그리고 개연성 있는 캐릭터.
이건 작가의 힘일까 아니면 제작자인 ‘데보라 칸 (Debora Cahn)‘의 연출력일까.
궁금해할 필요가 없었다. 데보라 칸은 이 드라마의 제작자이자, 작가이자, 총괄 프로듀서 였던 것!!!
잠깐 찾아보니 ‘웨스트 윙’에도 작가로 참여했었더군.
아, 이제 설명이 좀 되네.
AppleTV+의 작품들 만큼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때깔도 훌륭하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와 때깔 좋다’라고 느껴진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영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아 때깔도 좋구나’를 인지하게 된 장면이 바로 위 사진의 영결식 장면이었다.
왜 인지하지 못했나..를 고민해 보니 이 작품은 시청자에게 그런 걸 느낄 여유를 주지 않는 것 같다.
일단 전체적인 호흡이 상당히 빠른 편이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여느 ‘정치 드라마’처럼 늘어지는 구간을 삽입해 시청자에게 복선을 던지거나 가벼운 낚시질 등으로 예측을 강요하지 않고, 아니 심지어는 시청 중에 여러 경우의 수를 고민할 기회 자체를 주지 않고 출연진들과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든달까.
그렇다고 시청자에게 정보를 던져주는 일을 게을리하거나 박한 것도 아니다.
깜짝 놀랐지? 사실은 이거였지롱? 하는 식의 개연성 없고 뜬금없는 반전 같은 게 아니라 정신없이 보다 보면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이 자연스레 맞춰지는 고급진 전개가 너무 마음에 든다.
똑똑하고 정치 감각 좋은 누군가가 집중해서 봤다면 알아차렸을 수 있을만한 정보들을 극 중에서 다 보여주었지만 그게 나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예측이 안 되어서 반전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휙휙 스킵 해서 넘기는 빠른 진행이 아니라 필요 없는 걸 다 드러내어 정돈된 신속한 전개, 하지만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는 친절함은 갖춘 킬링타임(?) 정치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주영 미대사관 공관 차석.. 이라는 복잡한 자리에 있는 ‘스튜어트 헤이퍼드 (Stuart Heyford)‘를 연기한 ‘아토 에산도 (Ato Essandoh)‘.
개인적으로는 이 친구를 포함한 대사관 직원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해줬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배역에 완전히 공감이 되지는 않아서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 였던 것 같다.
위 사진은 극중 주영 미대사관의 사무실인데,
벽에 걸려있는 성조기 작품이 아무래도 ‘Jasper Johns’ 작가의 1958년 작품 ‘Flag’ 인 것 같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파운데이션(Louis Vuitton Foundation)’에서 관람한 ‘Pop Forever Tom Wesselmann &…” 전시(링크)에서 봤던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찍어온 사진과 비교해 보니 사이즈며 터치며 확실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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