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위플래쉬 (WHIPLASH)
2014
감독: 다미엔 차젤레 (Damien Chazelle)
주연: 마일즈 텔러 (Miles Teller), J.K.시몬스 (J.K.Simmons)

 

사실 위플래쉬라고 하면 나에게는 영화 아이언 맨 2(Iron Man 2)에 나오는 이반 반코(Ivan Vanko)의 위플래쉬가 먼저 떠올랐다.
우리 아들이 특히 좋아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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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plash (Ivan Vanko) – Iron Man II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를 제때 보지 못하고 예약 주문해 두었던 블루레이를 받은 뒤에야 감상할 수 있었다.
이미 여기저기서 위플래쉬에 대한 칭찬을 워낙 많이 들었고, 심지어 ‘인생 영화’로 꼽는 사람도 많아서 기대가 컸는데, 한편으로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할지도 모르겠다는 마음도 살짝 들었었다. 

보고 난 뒤의 감상을 먼저 적자면,
“엄청나고, 대단하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아, 많은 사람들이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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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영화 포스터 (좌:북미 / 우:한국)

음악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긴장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되는데, 그 몰입감이 정말 대단하다.
특히 영화 소재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드럼 연주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신선하고.
포스터에 쓰인 ‘전율의 100분!’, ‘폭발적이다!’ 같은 표현들이 왜 그렇게 가득 적혀 있었는지도 영화를 보고 나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도 재즈 음악을 좋아해서 이런저런 CD를 꽤나 사 모았고, 영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찰리 파커(Charlie Parker)의 음악도 즐겨 들었었다.
아마 이 영화를 본 뒤 다시 듣는다면, 그 재즈 음악들이 전혀 다르게 들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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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나의 영화를 보고 나서도 사람마다 해석하고 느끼는 점은 많이 다르다.
이 영화 역시 오락성 높은 대중영화나 블록버스터에 비해, 보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많은 작품처럼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영화 자체의 재미, 각각의 캐릭터, 시종일관 조여오는 긴장감, 교육 방식에 대한 이야기 역시 흥미롭지만,
나에게는 주인공의 아버지라는 존재가 유독 눈에 띄었다.

 

어머니는 일찍 떠나버렸고, 주인공은 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는 아들의 편에 서기보다는 친구가 없다는 약점을 언급하며 오히려 아들을 더 초라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모든 서사가 직접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대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둘은 꽤 오랜 시간 함께 영화를 보러 다닌 관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초반 영화관 장면에서 아버지가 초콜릿 볼을 팝콘에 부어 넣을 때, 아들이 그걸 싫어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느낀 건, 아버지는 아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어린 자식을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호자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는 점이다. 

영화 마지막 카네기홀 공연 직전, 앤드류는 문틈 사이로 아버지가 공연장에 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뭔가 그 때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순간처럼 보였다.
(논란이 많지만) 플레쳐의 함정에 빠져 무대 위에서 바보가 되어버린 후, 무대에서 내려와 아버지와 포옹을 하는데 그 때 아버지는 “집에 가자”고 하지만, 그런 아버지를 등지고 다시 무대로 올라가 광기 어린 미친 드럼 솔로를 연주해 보인다. 

내게는 그 장면이, 아버지의 보호 아래 있던 한 사람이 그 보호를 벗어나 아버지의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보였다.
한 명의 독립된 인간으로 만들어져 가는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해석은 보는 사람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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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와 아버지의 관계 말고, 영화의 중심이 되는 앤드류와 플레쳐의 관계를 다시 돌아봤을 때,

위에서 논란이 많다고 이야기한 플레쳐의 입장을 보면,
어떤 사람들은 플레쳐가 앤드류를 극한으로 몰아붙여 틀을 깨고 각성시키기 위한 계획이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건 아닌 것 같고. 

내 나름대로의 해석이라면,

플레쳐는 자신을 고발한 앤드류에게 처절하게 복수하고 싶었고, 
카네기홀 공연까지 망치는 걸 감수하면서도 앤드류를 무대 위로 올렸다. 
그리고 계획대로 복수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각성한 앤드류의 연주를 보며, 
광기로 비춰질 만큼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플레쳐의 본성이 결국 그 연주를 받아들여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아 영화를 보고 궁금했던 한 가지,
스튜디오 밴드의 메인 드러머인 ‘테너’의 악보를 누가 가져갔느냐에 대한 논란도 많던데.. 그건 진짜 누굴까?

 

 

어쨌든 영화는 재밌었고,
이제 나에게 위플래쉬는 미키 루크의 위플래쉬보다 이 영화가 먼저 떠오르게 되었다.

추가로 몇 가지 재미있는 위플래쉬 이야기.

  • 감독 ‘다미엔 차젤레(Damien Chazelle)’는 연출은 물론 각본도 직접 썼는데, 프린스턴 고등학교 시절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적인 요소를 담아 각본을 썼다고 한다.
  • 주인공 앤드류 역의 ‘마일즈 텔러(Miles Teller)’는 10년 이상 드럼을 쳤을 뿐 아니라 피아노와 색소폰 연주도 가능하다고 한다.
  •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J.K. 시몬스(J.K. Simmons)’는 게임 ‘Command & Conquer Red Alert 3’ 에서 비교적 단역인 대통령 역할을 맡아 목소리 연기를 했었다.
  • 이 영화는 원래 단편으로 제작되어 2013년 Sundance Film Festival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이후 106분짜리 장편으로 다시 제작되어 2014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 2015년 제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음향상, 편집상을 받았으나 흥행성적은 그리 좋지는 못했는데, 국내에서는 여러 입소문을 타고 꽤 많은 관객을 모았으며 온라인 게임회사 ‘넥슨’이 문화예술의 다양성 증진을 위해 추진한 ‘넥슨 문화 다양성 펀드’를 통해 국내 수입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수입한 첫번째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