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렐의 루이비통이 점점 산으로 간다.

물론 아직까지 내 기준에는 버질 아블로 시절보다는 일반인이 입을만한 수준이긴 한데.. 뭔가 좀 난해하다. 
이번 2024 F/W 라인 역시 ‘The New American Dandy’ 를 표방하는 웨스턴 테마 일색이다. 전형적인 웨스턴 부츠에 꽃무늬 재킷은 그렇다 치고 코트 밑단에는 실을 꼬아 만든 술들이 치렁거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당장 입고 서부영화 찍어도 어색하지 않을 패션. 

그나마 개중 살만한 아이템을 몇 개 찾아 구입해 봤다. 

 

집 가까이에 위치해 있으면서 이런저런 일로 자주 들르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도 남성 매장이 큼지막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알고지낸 담당 매니저님과의 의리로 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까지 나가고 있는데.. 안 그래도 게으른 나에게 요즘 같은 날씨는 자꾸 나의 의리를 시험하게 한다. 
거의 동남아시아 여행지에서 겪었던 후덥지근한 날씨는 기본이고 스콜처럼 갑작스럽게 폭우를 쏟아붓다가 갑자기 그치기를 반복. 
남들에 비해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은 아니지만 습하고 눅눅한 건 정말 별로다. 

 

다미에 캐시미어 앤 울 블렌드 후디 (Damier Cashmere And Wool-Blend Hoodie)

2022년에 루이비통에서 구입했던 꽃무늬 후드(링크)를 정말 너무너무 자주, 그리고 편하게 잘 입어서 아주아주 아끼는 아이템으로 꼽히는데 비슷한 느낌의 니트 후디가 있길래 얼른 사봤다. 

 

두께는 그것보다 조금 얇고 가벼우면서 탄탄한 느낌. 
컬러는 웨스턴 테마에 맞춘 브라운 톤과 네이비 톤의 혼합으로 짜여진 격자무늬.

 

배 쪽에는 캥거루 포켓이 달려있고 리브드 디테일의 소매와 밑단은 네이비 컬러로 마무리되어 있다. 
자카드 격자무늬의 밤색 부분에 ‘Marque L.Vuitton déposée’ 시그니처가 귀엽게 쓰여져있는 모습.

 

꽃무늬 후드와 마찬가지로 3XL 사이즈를 수배해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 있는 마지막 한 피스를 구해주셨는데 생각보다 크지 않다. 
더 컸어도 좋았을 텐데.
보통 사진으로 기록해둘 때 가격표를 찍지는 않는데 구입 사이즈를 기록하는 목적으로 찍다 보니 가격표가 찍혔네.
전체적으로 LVMH 산하 브랜드의 가격대가 높아지긴 했지만 루이비통과 디올은 특히나 가격이 끝도 없이 올라가는 것 같다. 

물론 이 제품은 울 80%에 캐시미어도 20% 들어가 있다 보니 가격이 좀 높을 수는 있다고 치더라도.. 후디가 425만 원이라니 너무 비싼데?

 

드로스트링 디테일이 굉장히 귀여운데,
진주(?)같은 재질의 끝부분에 금속으로 모노그램 플라워 장식을 붙여두었고 끈 자체는 납작한 슈레이스 형태.

 

이번에는 데님 쇼츠(LV Waves Jacquard Denim Shorts).

 

데님 소재를 별로 즐기는 편은 아닌데, 요즘 은근 몇 개를 사게 되네.

서퍼의 열대 낙원이라는 테마에서 영감을 받은 LV 웨이브 자수가 전체 옷감에 패턴으로 새겨진 반바지이다. 
인디고 컬러의 짙은 데님 재질에 밝은색 파도와 꽃무늬, 그리고 왼쪽 다리에 Louis Vuitton 로고까지 시원한 느낌을 주는 비치 웨어 스타일.

 

이 제품 역시 ‘Marque L.Vuitton déposée’ 시그니처가 쓰인 이번 컬렉션. 

 

후면에 달린 다미에 패턴의 가죽.
이 부분을 자케론(jacqueron)이라고 하던데 맞는지 모르겠다.

크고 작은 버튼들은 모두 골드 컬러 금속에 진주 타입의 장식이 달려있는 형태이다. 
일단 내 취향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 ‘진주’ 컨셉도 웨스턴 테마의 한 줄기인가 보다.

 

이건 사실 늘 나오는 스타일의 기본 티셔츠. 

오가닉 면 소재의 니트 티셔츠에 자수 LOUIS VUITTON 시그니처에 스테이플 핀이 매칭된 심플한 디자인의 티셔츠이다.

 

검은색 티셔츠라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지만 굳이 특징이라고 할만한 점을 꼽아보자면..
니트 티셔츠의 느낌을 넥라인에도 살려 조금 굵직한 리브드 스타일이랄까..

 

나한테 이 스테이플 핀이 꽂혀있는 옷들이 상당히 많은데 컬러 교체를 해서 입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누가 봐도 군용 슬리퍼 같은 포스의 이 제품은 바로 워터프런트 뮬(LV Waterfront Mule).

비 오는 날이나 물가에서도 대충 막 신을 수 있는 슬리퍼를 찾았는데 영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한 번 구입해 봤다.

 

모노그램 패턴이 양각으로 처리된 상부를 어떻게 잘 보면 가죽 느낌도 살짝 나지만 슬리퍼 전체가 고무 재질이다. 
그래서 실제로 만져보면 고급스러움이 전혀 없고 상당히 가볍다.

원래 크림색을 사려고 했는데 맞는 사이즈가 전국 품절이라고.
아니 이게 뭐라고 전국 품절이야 도대체.

 

밑창도 마름모꼴 패턴으로 잘 안 미끄러질 것 처럼 생기긴 했네.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확실히 뭐 내가 찾던 그 아이템이긴 하다.

중국에서 만들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형태인데 굳이 이걸 이탈리아에서 만들었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