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처음 하와이에 갔던게 1995년이었던 것 같은데(너무 연식이 드러나지만)..
갈 때마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점이라면 그 어떤 휴양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하다는 것.

일단 비교적 안전하고,
웬만한 건 다 사거나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 짐을 줄일 수 있고, 
전체 인구 중 일본인의 비중이 10퍼센트 이상이 될 정도(1900년대 초반에는 40%였다고..)로 높아 일식당이 많기 때문에 ‘밥’먹기에도 좋다. 

그러다 보니 결혼 이후에도 아이가 하나뿐일 때, 아이 둘 모두일 때, 친구네 가족들과, 부모님과 형네 가족까지 다 함께.. 여러 조합으로 자주 왔지만 항상 만족하고 돌아갈 수 있는 여행지라 특별한 여행 장소가 떠오르지 않으면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곳이 되어버렸다. 

 

슈이와 난 여행을 가면 일정에 가능하다면 미술관을 넣는 편인데, 예전에는 아이들이 그냥 따라만 다녔다면 이제 같이 감상을 하는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이번 하와이 여행은 처음으로 미술관 투어도 하게 되었다. 

하와이를 많이 다녔지만 미술관에 나선 건 처음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미술관인 호놀룰루 미술관(HoMA/Honolulu Museum of Art)에 먼저 가보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 많아서 눈 호강을 했다. 규모가 엄청나게 큰 건 아니지만 고대 미술품부터 불교미술이나 한국의 청자, 백자 같은 전시물은 물론 근대 유럽부터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알차게 전시되어 있어 구경하는 맛이 있었달까. 

 

 

물론 휴양지이니 물놀이를 빼놓을 수는 없었고.

우리가 머문 오아후(Ohau)는 하와이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지만 제주도보다 작은 크기다.
그래서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든 조금만 움직이면 투명하고 예쁜 바다가 펼쳐져 있어 물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겠다. 
물론 나처럼 바다를 눈으로 담는 것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멋진 환경.

 

큰 계획 없이 들렀던 Haleʻiwa Aliʻi Beach Park 도 좋았고,
예약 후 방문했던 Hanauma Bay Nature Preserve 도 너무 예뻤다.
특히 하나우마 베이에서는 물개까지 코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Kaneohe Bay에서 요트를 빌려 나간 샌드바(Sandbar).

바다 한가운데 우리 가족만 떠있는 것 같이 끝없이 펼쳐진 샌드바 위를 한참이나 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광경이라 다음번에는 꼭 부모님과 형네 가족까지 모두 함께 다시 오고 싶은 마음. 

요트를 정박하고 나간 스노클링 포인트에서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은 물론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서 거북이와 함께 수영도 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패들 보드며 스노클링이며 물놀이들을 즐기다 요트에 올라 간식을 먹는 기분이라니..

물론 끝내주는 날씨 덕분에 온 가족이 새까맣게 타버렸지만.

 

가까운 주변인들은 다 알지만 나는 과하게 낙천적인 편이라 그걸 그저 장점으로만 보기에는 힘들 정도.
하지만 그게 그냥 생각 없는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만은 아니다. 

이미 다르게 벌이진 일이나 틀어진 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고 좋았던 건 계속 파헤쳐 보는 것.
그렇게 좋아하는 것에 대해 곱씹다 보면 자연스레 ‘행복함’에 대한 허들이 굉장히 낮아진다. 

사실 이 블로그에 십몇 년째 잡담을 늘어놓는 이유도 비슷한 이유일 수 있겠다.
나는 이 물건의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끌려서 구입하게 되었는지. 그때의 감정은 어떤 건지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 
그 당시에 그 음악을 왜 좋아했는지, 그 여행에서는 어떤 상황에 가장 행복했는지 기록해두고 잊지 않고 싶은 마음.
공개되지 않는 글들이 더 많지만 개인적인 마음에 대한 기록이니 일기 같은 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 의미로 이번 하와이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일까.

이번 여행에서 특별히 다르게 느꼈던 포인트는.
바로 ‘파란하늘’ 이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 거실로 나와 창밖을 보면 단 하루도 빠짐없이 파란 하늘이 맞아주고 있다는 점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중국 대륙의 이웃이라 뿌연 하늘이 디폴트인 우리나라여서 그런지 늘 또렷하게 보이는 수평선도 반갑고, 눈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청명한 파란 하늘을 매일 올려다볼 수 있는 그 날씨가 그렇게 행복하더라. 특별히 이번 하와이에서만 파란 것도 아니었을 텐데 새삼스럽게.